자발적 슬래시 직업주의자를 실천하다
2018년도 벌써 3개월 지났다.
2014년 8월. 뇌종양 수술 이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너 요즘 뭐하고 지내?"이다. 수술 이전 같으면 "평소대로 회사 다니지" 혹은 "죽지 못해서 살고 있지"라고 얘기했겠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하면서 아~주 잘 살고 있다"라고 대답한다. 이유는 실제로 이것저것 하면서 아~주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아무리 조직 내에서 불합리하거나 억울하거나 깨지는 일이 있어도 참으면 되는 줄 알았다. 조직이 크면 클수록, 사람이 많을수록 대기업일수록 나 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 성격상 주도적으로 하는 스타일도 아니지만 여러 사람과 복잡하게 얽힌 일들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니 자존감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아무런 의지도 없었고 의욕도 없었고 관심사도 없었다. 거친 파도에 살겠다고 힘주면 더 가라앉듯이 몸에 힘 빼고 파도 물이 흘러가는 대로 살자라고 혼자 생각한 적도 있었다.
가치는 인간의 욕구와 관심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다. 대부분 직장인들은 회사의 가치를 나의 가치와 혼동하거나 내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기회가 거의 없다. 나처럼 살면서 큰 계기를 겪은 사람이거나 40대 중후반 퇴직 시기가 가까워지면 그때부터 후회와 함께 가치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나는 1인 기업가다> 저자 홍순성 소장 페이스북을 통해서 알게 된 <모든 것이 되는 법> 책이 있다. 나는 책에서 말하는 멀티플레이어, 즉 다능인은 아니지만, 나는 풀타임 조직에 속해있지 않고 내 가치와 맞는 여러 일을 하고 싶었다. 풀타임 조직에 속해있으면 아무래도 정해진 일 밖에 할 수 없으니까.
15년 넘게 해온 디지털 마케팅 경험을 살리고 싶고, 직장인들에게 스트레스 실체 및 관리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모든 것이 되는 법> 책에서는 나와 같은 유형을 자발적 슬래시 직업주의자 라고 말한다.
현재 디지털 플래너/대학교 겸임교수/브레인트레이너/디지털마케팅강사/예비작가/단독주택플래너 등을 하고 있다. 1주일 중 3일은 종합광고대행사에서 디지털 플래너로 근무하고 있다. 2년 정도 공백이 있었지만 달라진 환경만큼 달라진 자세로 일하고 있다. 적절한 스트레스를 즐기면서 일하고 있다.
나머지 2일은 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틈틈이 직장인 대상으로 뇌파 측정도 하고 출장 강의도 한다. 이런 직업 사이에 있는 슬래시(/)들이 더 특화될수록 내 다양한 욕구들이 충족될 수 있다.
내가 다양한 일을 하고 살 수 있게된것은 다 주변분들이 믿어주고. 도와주신 덕분이다. 참 고마운 일이다.
2017년 칸 라이언즈 세미나에서 나영석 PD, 배우 이서진이 발표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삼시 세 끼>라는 프로그램에서 쌀 씻고, 고기 잡고, 상추를 키우는 등 밥 먹기 위해 하는 모든 일들이 나를 위한 노동이라는 한마디 표현이 내 마음속에 꽂혔다. 경제적으로는 예전 직장에서 받았던 연봉만큼은 못 받지만 예전 직장에서 못 받았던 만족감은 몇 십배 높아졌다. 학교 개강하면서 바쁜 3월을 보냈지만 내 경험들을 학생들에게 공유한다는 사실이 내게 만족감을 주고 있다.
어머니는 올해 72세. 아직까지 사회생활하고 계신다. 직업/금액 자체를 떠나서 존경스럽다.
나는 80세까지 경제활동을 하고 싶다. 부모는 자식의 영원한 스승이다. 내가 어머니께 느꼈듯이 우리 세명의 아이들에게 몸소 가르침을 주고 싶다.
나는 자발적 슬래시 직업주의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