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현 Dec 24. 2018

초보 암환우에게

Happy Rebirthday to you 두번째인생을 사는것처럼 살아라

어느덧 2018년도 거의 다 지나가고 있다. 


방송사는 각 부문별 연말 대상 준비로 바쁘고 월급쟁이 직장인들은 각종 약속, 모임으로 바쁘고 광고대행사 직원들은 내년 먹거리를 위한 PT, 애뉴얼, 보고서로 바쁘다. 서점에는 <2019 대한민국 트렌드>를 필두로  내년 트렌드 도서를 찾는 사람들로 바쁘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제 각자 세상에서 바쁘게 살고 있다. 


나 역시 2018년 한 해 바쁘게 살았다. 

운 좋게도 글로벌 광고대행사에서 탄력 근무제로 일하게 됐고 대학교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됐다. 그 외 강의/코칭으로 울산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 거주하는 대학생, 취준생 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예전 풀타임 근무보다는 경제적으로는 부족할지언정 남의 성장을 돕는데 느끼는 자존감은 충분히 넘치고 있다. 내 시간과 경험이 그들에게 도움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신기하게 부장님 생각나더라고요


최근 내 주변에 아픈 후배들이 생기고 있다. 본인이 아플 때 내 생각났다고 얘기하더라. 후배가 아니더라도 예전 클라이언트, 학교 동기의 상사, 학교 선배의 후배 등 내 지인의 주변 사람들 한두 명씩 아프기 시작했다.  

'그들한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내 시간과 경험이 그들에게 도움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어느덧 뇌종양 수술한 지 만 4년 지났다. 내년이면 5년 차 암환우가 된다. 

회사로 치면 대리 2년 차, 군대로 치면 이등병 딱지 떼 하고 일병으로 진급한 느낌이다.

후배의  모습을 보면 내 4년 전 모습이 떠오른다. 누구가 처음 겪은 일이니까. 내 인생에 암이란 질병이 올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인생 막살아서 오는 것도 아니고 착하게 산다고 안 오는 것도 아니다.


우연히 내 인생에 오는 것이니까. 많이 당황스러울 것이다. 


시간이 지나더라도 빨리 인정해야 된다. 받아들여야 한다. 

자꾸 불안한 생각이 들면 연락 줘라. 기꺼이 찾아가서 차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하면 불안한 생각이 진정될 거다. 불안/초조/위험/미움 등 감정들은 두뇌에 흐르는 전기 신호일뿐이다. 그깟 전기신호 따위가 위대한 나를 괴롭히다니, 가소롭게 생각해라. 


자연치유 전도사 주마니아 님 표현에 따르면 본인의 생활습관, 식습관, 생각습관으로 인한 세포의 변질된 것이 암이다. 이미 암에 걸렸다. 예전대로 살면 변하지 않는다. 생활습관, 식습관, 생각습관 모두를 바꾸지 않으면 다시 재발할 수 있다. 180도가 아니라 360도 돌고 180도 바꾸자. 


종양 제거한다고 끝나지 않고 힘든 항암 잘 견딘다고 끝나지 않는다. 

암세포와 친구처럼 지내야 한다. 순한 암이 언제 돌변할지 모르니 잘 돌봐야 한다. 

내 몸과 마음과 먹는 음식과 주변 환경 등등 모드를 잘 관찰해야 한다.


부정적인 환경을 제거하자. 

제거할 수 없다면 최대한 멀리하자. 굳이 그 환경 근처에 있을 필요 없다. 세상 불가능한 일은 없다. 

암환우 본인을 중심으로 세상은 움직인다. 남 배려할 시간에 내 몸을 관찰하자. 내 마음을 관찰하자. 




내 몸이 건강하는 게 내 가족을 배려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부모님, 가족들 두고 먼저 가는 것만큼 못된 행동은 없잖아. 정신 차리자.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 암 카페에는 부정적인 내용들이 너무 많다. 본인이 직접 보는 것보다 가족을 통해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메타인지. 내 생각을 생각하는 것.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스스로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의식 중에 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끊을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나쁜 놈이다. 이 역시 시냅스 간에 흐르는 전기 신호일뿐이다.


우리는 일반인보다 암세포에 취약한 사람들이다. 

단기적으로는 수술, 방사선, 항암에 의지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내 삶의 바뀌어야 한다. 바뀌지 않으면 언제 재발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두려움 속에 살 필요는 없다. 


얼마 전 아내가 내게 보낸 카톡 내용이다. 

다른 사람보다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는 부분이 생활적인 면에서는 나는 안 느껴져서.. 비교대상을 일반인 대상이 아닌 예전의 나로 한다면 현재의 나를 보다 냉정히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우린 큰일을 겪었고 다시 그런 일이  안 생기게 하는 길도 알고 있다고 생각해.. 그 길을 알면서도 하지 않고 합리화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아쉬움이지.. 조금 냉정히 평가하면 나의 삶은 다른 사람들의 삷과 얼마나 다르게 하고 있는지.. 본인에게  정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자야 할 때 자고 먹을 때 많이 씹어 먹고  먹고 나서 걷고.. 생각은 단순하게.. 생활도 단순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4년 차 암환우인 나 역시 이렇게 불안정하게 살고 있다. 

스스로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최측근인 아내가 볼 때는 그게 아닌가 보다. 다른 사람들 보면서 나 스스로 괜찮다고 착각했다. 나 스스로 건강하다고 최면을 걸었다. 뇌종양 이전에도 건강에 대한 자만심으로 살지 않았더냐. 자만심이 드는 순간 위험하다. 얼굴에 염증이 생기면 나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  비교 대상이 옆 친구보다 4년 전 내가 돼야 한다. 스스로 당당하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스스로 질문을 달고 살아야 한다. 


이 글 "초보 암환우에게" 사실 "4년 전 나에게 보내는 글"이다. 

세상 모든 사람이 바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 글을 쓰고 싶었다.

최근에 아끼던 후배가 아펐다. 그녀가 올린 글들을 읽으면서 문득 이런 글을 써주고 싶었다.


초보 암환우와 나를 위해서. 또 다른 암환우를 위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