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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현 Dec 19. 2020

암을 관리하는 남자

뇌종양 6년 차, 폐암 1년 차 40대 남자가 살아가는 법

2014년 8월 4일 오후 4시경. 대학원 수업 도중 쓰러짐


2014년 8월 25일. 뇌종양 제거 9시간 수술

조직 검사 결과 병명 : 역형성 형별 세포종, 신경아 교종 3기 최종 진단

>> 9시간 수술

2015년 8월 25일. 두 번째 돌잔치

2019년 8월 25일. 5년 생존 성공, 완치 판정


2019년 11월 23일. 국가 건강검진 결과

"선생님... 여기 X-ray에 하..얗게 보이는 게... 뭐.... 죠?"

"(조심스레) 폐암으로 보입니다....."

"폐암이라고요? 전 담배도 안 피우는데요......"


2019년 12월 19일 우하엽 절제술 3시간 시행
조직 검사 결과 병명 : 폐 선암 1기 최종 진단


2개의 암 수술 흉터를 지닌 남자


내 몸엔 2개의 수술 흉터가 있다. 왼쪽 머리에 하나, 오른쪽 옆구리에 하나




내 인생에 암 진단서 2장을 갖게 된 날. 

굉장히 슬펐다. 그냥 눈물이 흘렀다. 

굉장히 미안했다.
가족들에게. 특히 아내에게
뇌종양 이후 매일매일 식단관리, 녹즙 등을 챙겨준 아내에게 더더욱 미안했다.
>> 매일 아내의 정성을 마신다


굉장히 화났다.
나 자신에게.
굉장히 원망스러웠다.
'왜 또?'


뇌종양 3년 차까지는 나름 식습관/생각 습관을 잘 지키고
나름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 뇌종양 수술 3년 후

단독주택/방송 출연/다수 매거진 인터뷰 등
뇌종양을 겪지 않았다면, 연결되지 않았을 일들을 겪으면서
연결 가치를 몸소 체험하면서
언젠가부터 삶이 바빠지고

나 자신과 타협하게 되고

뇌종양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미련하게

혹은 게으르게

혹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니까
나 스스로 알면서도 모른 체 했었다.

뇌종양 이후 올린 브런치 글을 다시 읽었다.

>> 방치된 스트레스
>> 건강에 대한 자만심
>> 암에 걸릴 수밖에 없었던 3가지 이유


'이렇게 다 알고 있으면서'
'왜 또?'


사람들은 왜 아프고 나서야 후회할까?
우리는 변할 수 있을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의 기질, 습관, 관념을 바뀌는 것은 쉽지 않다.


6년 전 뇌종양 이후 바뀌려고 했던 나 역시

언젠가부터는 예전의 나로 돌아가려 하지 않았나?

그 결과, 고스란히 2번째 암이 내게 다가왔다. 


우리 몸은 참 정직하다.
아무리 속이려 해도 속일 수 없다.


나처럼 꼭 아프지 않아도
나처럼 꼭 특별한 계기를 겪지 않아도
나처럼 꼭 죽음의 문턱을 다녀오지 않아도
당신은 충분히 변할 수 있다.

내가 아는 당신에게
혹은 이 글을 보는 누군가에게
이 글이 예전의 삶에서 조금이라도 변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나처럼 아프고 나서 후회하지 않으면 좋겠다.


2020년 12월 19일. 폐암 수술 1주년 자축한 날



역경은 당신에게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게 할 용기를 준다
- 앤디 그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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