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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현 May 16. 2016

암에 걸릴 수밖에 없었던 3가지 이유

잘못된 3대 습관 - 식습관, 수면습관, 생활습관

뇌종양 선고 충격 이후 난 빠르게 회복했다. 9시간 걸친 수술을 잘 마쳤고, 매일매일 28회 받은 방사선 치료도 그리 힘들지 않았다. 환자들 중에서 어린 편에 속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회복이 빠른 편이었다. 수술 이후 6개월쯤 지났을까?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왜 내가 뇌종양에 걸렸을까?'


의사들이 보통 말하는 암 1기, 2기, 3기, 4기는 각 기마다 보통 10년 단위로 구분하고 암세포 진행률을 알기 위해서라고 한다. 정확한 판단은 수술 도중 종양을 떼어내서 조직 검사를 하고, 1-2주 후 나온 결과로 알 수 있다고 한다. 뇌종양인 경우는 현미경 하에서 보이는 형태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데, 등급 체계는 종양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예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등급이 낮은 종양은 더 천천히 자라고 등급이 높은 종양은 더 공격적이라 볼 수 있는데, 난 조직검사 결과 '뇌종양 3등급'이었다. 병원에서는 2등급으로 예상했으나 조직 검사 결과 종양의 아주 일부라도 공격적으로 진행된 것이 있으면 3등급으로 판정된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모든 종양은 수술 시 제거됐다. 물론 만병의 원인은 스트레스라는 말이 있고, 모든 암이 그렇듯이 특정 약을 잘못 먹어서 급사하는 병이 아니고, '본인도 모르는 잘못된 습관이 오랜 시간 누적되어 나타난 결과'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 잘못된 습관을 복기해보고, 두 번째 인생에서는 잘못된 습관을 고치자고 결심했다. 다시 재발하면 큰일 나니까. 

물론 의학적 근거가 아닌 개인적인 견해로 오해 없기를 바란다.


식습관

나는 식사를 빨리 하는 편이었다. 평균 소요시간이 10분 이내였다. 외동으로 자라서 맛있는 음식을 뺏어 먹을 형제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천천히 먹을 법도 한데 '뭐가 그리 급했는지' 밥 빨리 먹기 시합이라도 하듯이 먹었고, 입맛이 없을 때는 밥에 물 말아서 '후루룩' 흡입을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먹기에 쉽고 편한 음식만 좋아하고 약간의 수고스럽거나 먹기 힘든 음식은 기피했던 것 같다. 생선은 뼈 바르기 싫어서 잘 안 먹었다. 예를 들면, 갈치구이를 먹을 때는 어머니가 뼈를 발라서 두툼한 살 부위만 숟가락에 올려주시면 마지못해 먹었다. 감자탕, 갈비찜, 랍스터, 새우찜 등은 투여 시간 대비 섭취량이 적어서(?) 기피했다. 가끔 멸치, 콩 등을 단단한 음식을 씹어줘야 치아가 강해지는데, 어릴 적부터 덧니가 있어서 씹기를 싫어하고 부드러운 음식을 선호했다. 단단한 음식이든 부드러운 음식이든 입에서 충분히 씹고 삼켜야 위에 부담이 없고 소화도 잘 되는데 그렇지 못했다. 숟가락에 많은 음식을 입 터질 듯 쑤셔 넣고 양 볼을 씰룩대면서 10번 정도 씹고 삼키는 게 나도 모르게 20년 넘게 반복됐다. 

학창 시절 백일주도 안 먹던 내가, 대학 입학과 동시에 술을 마셨다. 학생 때는 돈이 없으니 친구들과 먹는 감자튀김에 호프 3,000cc 조합이 제일 좋았고, 직장인 때는 삼겹살에 소주 조합을 제일 좋아했다. 야채와 고기 섭취 비율이 2:8일 정도로 고기를 좋아했다. 회식 없는 날에는 집에서 아내와 치맥을 했다. LG 트윈스가 이기는 날이면 승리의 기쁨에 치맥을 했고, DTD로 인해 패배하는 날이 많아지면 질수록 열 받아서 치맥을 했다. 모처럼 한번 이기면 이겼다는 기쁨에, 비가 오면 우천 취소된 아쉬움에 치맥을 했다. 초반에는 캔맥주 1캔으로 시작하더니 슈퍼에 맥주 사러 다녀오는 것도 귀찮아서 한 번에 3-4캔씩 사재기해서 마셨다. 한 달에 치킨값만 20만 원 넘게 나오다 보니 안주값 아낀다고 과자를 안주삼아 먹었다. 과자 안주 TOP 3는 뿌셔뿌셔, 맛동산, 포카칩 이었다. 과자가 안 좋은 것은 알았지만 먹다 보면 맛있고 맛있으니 자꾸자꾸 먹게 되고 금세 한 봉지 뚝딱이 었다. 아침에 팅팅부은 얼굴을 보면서 하는 후회도 잠깐일 뿐, 그 날 저녁이면 모든 걸 잊고 또다시 치맥으로 달렸다.


수면 습관

보통 야구 중계가 끝나는 시간이 밤 10시 이후 된다. 양팀 타격전으로 진행되거나 연장 승부에 돌입할 때는 시간이 더 늦어진다. LG 트윈스 경기가 끝나면 케이블 채널별 프로야구 하이라이트 방송까지 보면 자정을 넘길 때가 많다. 지금 생각해보면 치맥을 먹다가 소파에서 잠든 날이 1/3 정도 된다. 회식하고 집에 늦게 오면 술이 가득 취해서 침대에 쓰러지듯이 잠들었고, 회식 없는 날 집에 오면 야구 보다가 소파에서 쥐도 새로 모르게 잠든 날이 많았다. 보통 술 안 먹는 날은 회사에서 일거리를 싸들고 오는 날이다. 회사에서는 하루 종일 일하느라 몸도 피곤하고 집중도 안된 날은 집에서 편하게 일하자는 마음으로 노트북을 집에 가져오는데, 집에서 복장은 편하지만 마음은 그다지 편하지 않다. 마감시간에 쫓기면서 급한 마음이 생긴다. 새벽 3-4시까지 컴퓨터 앞에서 눈을 혹사시켰다. 제안서 작업 파일을 저장하고 메일을 보내고 나서야 침대에 온 몸을 맡기듯 쓰러져 잠이 들었다. 덕분에 고등학교 때 1.2였던 시력이 0.3까지 떨어졌다. 

지금이야 취침 전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사용을 자제하는 편이고 명상이나 책 읽기 등 수면의 질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한창 일할 때고 수면이 부족할 때라 수면의 질을 높인다는 생각 조차 할 수 없었다. 수면 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조자 몰랐었다. 경쟁 PT를 앞두고 있을 때면 밤새는 것이 기본으로 생각했었다. 할 수만 있다면 3일 밤도 새우고 싶을 정도였다. 잠을 자야 뇌도 휴식을 취하고 재정비를 하는데, 난 그 반대로 행동했으니.. 어쩌면 나에게 뇌종양은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생활 습관

외동이 자랑은 아니지만, 내 성격 중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점들은 '내가 외동으로 자랐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자기변명을 했었다. 외동으로 자란 나는 '타인의 기준'이 없었다. 내가 곧 '나의 기준'이 되었다. 

풍요롭지는 않아도 부족하진 않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했었는데, 강남에서 어릴 시절을 보낸 친구와 비교하면 난 빈곤했었다. 대리 시절 열심히 고민하고 기획한 제안서 아이디어가 좋은 아이디어인지 나쁜 아이디어인지 몰랐다. 회사에 평가해줄 사수가 없었다. 작은 규모 회사라 내 아이디어가 곧 회사 아이디어였다. 어린 나이에 부담이 컸었다. 아직 누군가가 내게 조언해 줄 사수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다. 내 제안 아이디어에 확신이 없었다. 광고인이라면 맨땅에도 헤어날 수 있는 자신감이 뒷받침되야하는데 난 그렇지 않았다. 그렃지 못한 나 자신이 스트레스 대상이었다.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쉽게 거절하지 못 해서 결국 모든 일을 혼자 떠 앉는 기억은 지금 생각해보면 어릴 때 거절하는 법을 배우지 못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축구로 치면 옆 동료에게 패스하는 법을 몰랐다. '혹시 패스를 잘 못 하면 어쩌나'라는 마음에 패스를 하느니 혼자 공을 가지고 있는 게 편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공을 뺏기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야구로 치면 어린 루키 선수일수록 자기 스윙을 확실히 해야 되는데, '이번 공은 직구일까? 유인구일까?'와 같은 머리에 생각이 너무 많아서 생각만 많다가 투수 공을 보다가 어정쩡한 헛스윙 삼진을 당하곤 한다. 야구가 아닌 광고가 내 직업인데, 난 광고에서 머리에 생각이 너무 많은 어린 루키 선수와 다를 바 없었다. 이승엽, 박병호 같은 홈런 타자들은 삼진 당할 때 당하더라도 자기 스윙을 한다. 광고업계 중에서 히트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광고제에서 수상을 하는 광고인들은 자기 스윙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렃지 못한 나 자신이 스트레스 대상이었다.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만일 의식적으로 좋은 습관을 형성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좋지 못한 습관을 지니게 된다.
- 미국 정신분석학자 디오도어 루빈 -

두 번째 인생에서는 야채와 고기 섭취 비율이 7:3 정도로 샐러드, 녹즙 등으로 야채 섭취량을 늘렸다. 식사할 때도 샐러드를 먼저 먹고 포만감을 느끼는 게 과식을 방지하는 나만의 비법이다. 한 숟가락에 최소 50번 이상 씹고 삼키려고 하고, 초시계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내 식사시간이 얼마 정도 되는지 눈으로 사간을 확인하면서 먹는 습관이 생겼다. (회사에서 점심식사 때 최장 기록은 35분이다!) 

취침 전에는 가급적 스마트폰, tv, 컴퓨터 사용을 자제하려고 하고, 명상이나 책 읽기를 한다. 취침 전 스마트폰을 보면 뇌는 환한 낮으로 착각을 해서 활성화된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사람의 눈동자 움직임을 본 적이 있는가? 쉴 세없이 움직이는 게 나도 저러고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가급적 밤 10시 늦어도 11시 전후에는 자려고 노력한다. 침대에 누워서 10분 이내 잠이 안 오면 발끝 치기나 스트레칭으로 몸을 움직여서 수면을 유도한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자'라는 마음을 갖기 시작했다. 상황이 안돼서 어쩔 수 없이 받는 스트레스보다 '뭐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외동으로 자랐기 때문에' 생각되는 단점보다는 '내가 외동이어서' 혜택을 볼 수 있었던 장점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혹 예전 상태의 습관으로 돌아가려는 조짐이 보일 때면 메타인지로 되새김한다. 메타인지는 '내 생각을 생각하는 것'으로 나 자신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다. 메타인지는 내 두 번째 인생의 핵심 포인트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잘못된 습관들은 의학적인 근거가 아닌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위의 잘못된 습관과 겹치는 분들이 있다면 오늘 당장 결심을 해보자. 습관을 바꿔보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는 신년 계획에 작심삼일에 그치는 원인이 '계획하는 나'와 '계획을 실천하는 나'가 달라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암환자들이 먹고 싶은 음식 못 먹는 것 스트레스보다 한 두 번 먹는 게 훨씬 낫다고 한다. 억지로 자신을 타이트하게 몰아세우지 말자. 그냥 흘러가는 대로 생각하자. 실패했다고 스트레스 받지 말자. 실패하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게 정신건강에 좋다.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사람이 뇌종양에 안 걸릴 확률이 높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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