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티브 정 Oct 16. 2016

4. 창업을 시작하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들 (2)

창업 자금 마련

창업 또는 스타트업을 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는 많은 서적과 잡지, 소셜 미디어, 블로그 등을 통해 접할 수 있습니다. 사업계획서 작성법부터 시작하여 투자를 받는 방법, 제품 또는 서비스를 기획하여 어떻게 마케팅을 하고 출시하는지 등에 대해 잘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지식'으로 무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경험을 통해서 배운 '지식 이외의 것'들에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자신만의 철학, 가치관,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 등을 세우는 것이 수많은 예상치 못한 일들이 가득한 사업 환경에서 등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드릴 말씀은, 창업을 하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다면 이제부터 온갖 미디어에서 떠도는 '성공한 사람 따라 하기'부터 멈추고 나만의 제품, 서비스, 차별화, 전략에 몰두하였으면 합니다. 이 지구 상에 사는 70억 인구가 살아가는 방법이 하나라도 같은 경우가 없듯이, 창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업하는 방법은 전부 다르며 그것은 따라 하고, 배우고, 벤치마킹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기만의 환경, 개성, 능력, 교육정도에 따라 사업방식이 전부 다른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이렇게 했으니 나도 이렇게 하면 성공하겠지.'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나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극복'하려고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게 되면 정작 나만의 것을 만드는 데 사용할 힘이 모자라게 됩니다. 물론, 나에게 적용 가능한 방법이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성공한 분들에게 본받아야 할 것이 있다면  아마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습관'일 것입니다. 한두 가지 좋은 습관이 그들을 성공으로 이끌었을 것입니다. 한두 가지라도 6개월 정도 꾸준히 지속한다면 나의 습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매일 운동하는 습관, 아침마다 일간지 3개를 읽는 습관, 매일 명상하는 습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 좋은 사람을 사귀는 습관 등 사소해 보이는 습관 한두 가지가 꾸준히 지속될 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성공에 가까이 다가가게 하지 않을까요.


따라 하기를 멈추고 좋은 습관을 기르기


창업 자금


'사업하고 싶은데 자금이 없어서 못하겠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맞습니다. 창업을 시작하려면 자본금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힘들지만 많은 창업자금을 마련하지 않아도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습니다. 성공이라는 것은 작지만 시작하는 데 있지 않을까요.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며 일단 시작을 하게 되면 뒤를 이어해야 할 일들이 자연스레 따라오게 됩니다. 여담이지만 복권 당첨도 복권을 '사야' 당첨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행동 없이 부러워만 하면 안 되겠지요.


엔젤투자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막 시작한 스타트업에 창업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말합니다. 본래의 뜻 그대로라면 사업 아이디어나 사업 계획서 단계를 평가하여 가능성이 있는 회사에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에인절투자협회'라는 공공기관도 있지만 이러한 기관은 정부에서 구색을 맞추기 위해 설립해 놓은 기관에 가깝습니다. 저처럼 정말 원칙대로 사업 계획서 한 장 들고 찾아갔다가는 실망감만 안고 돌아오기 일쑤입니다. 간혹 개인 투자자가 창업 초기 투자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알음알음 개인 인맥으로 찾아야 하며 공식적인 루트는 없다고 보면 됩니다. (추후 투자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사업 기획서 만으로 상장이 가능한 영국이나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이 창업-투자-회수의 선순환이 잘 이루어지는 나라와 우리나라의 현실은 너무 다릅니다. 엔젤투자는 벤처캐피털 투자의 단계를 요구하고 벤처 캐피털은 대출/대부업체 수준의 보장성을 요구합니다. 만일 창업 단계에서 투자를 하는 기관이나 개인이 있다면 그야말로 천사(엔젤)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창업 자금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요. 창업 당사자에게 어느 정도 자금이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3F* 중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3F는 family, friend, fool이라는 뜻입니다. 웃지 못할 이야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이 실패하면 많은 경우에 집안이 무너질 위기에 놓이거나 가족이 해체되고 친구 사이가 단절되기도 합니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엄연한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실수 중의 하나는 '돈을 빌려서 사업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돈을 빌려 주식투자를 하거나 도박을 하는 것과 유사한 행동이라고 봅니다. 3F에게 돈을 빌리는 것이 아닌 금융권이나 제2금융권 등에서 대출을 받는 것을 말합니다. 평범한 직장인이 제아무리 신용도가 좋아도 대출 한도는 기껏해야 몇천만 원일 것입니다. 이것은 쓰기 나름이지만 몇 개월 이상 버티기 힘든 자금이며 대출금으로 이자를 지불해 갈 것이 뻔합니다. 매출이 없는 이상 전세자금 담보, 부동산 담보 등 담보 설정을 해야 1억 원 이상 대출이 가능할 것입니다. (몇 년 전과 지금 상황은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1년 만기 상환이라고 가정했을 때 사업을 시작하여 1년 안에 출시에 성공하여 매출을 1억 원 이상 올릴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벤처를 세워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에 성공하여 매출을 일으키는 것을 1차 성공이라고 한다면 3년 안에 이루기는 매우 힘듭니다. 금융권에서 대출 연장받기는 또 얼마나 힘듭니까? 지점장을 구워삶아야 될까 말까 합니다. 이러다가 대출금을 갚기 위해 제2 금융권으로 넘어가고 이마저도 힘들면 사채까지 끌어다 쓰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저의 얘기입니다.


절대로 절대로 돈을 빌려 사업하지 말라.


융자를 받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단 사업의 수익으로 이자를 갚아나갈 능력이 있다면요. 건강한 대출은 사업 자금의 유동성을 높이고 신용에도 도움이 될 수 있고 자본금의 희석을 막을 수도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막 창업을 한 회사의 경우는 해당이 안될 것입니다. 저는 사업을 시작할 때 사업 파트너로부터 투자를 받았습니다. 저의 사업 가능성을 믿고 투자한 것으로 매출이 발생 시 사업권에 따른 수익의 일부를 가져가고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는 원금을 갚아 나가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연대보증이 없었으므로 아주 운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이 자금은 사업 운영자금, 개발비, 시제품 제작비, 외주비용 등등에 들어가 출시도 하기 전에 바닥이 났습니다. 제품을 출시하려면 생산을 해야 하는데 부품 구매자금 및 생산비가 부족하여 은행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매출채권담보라는 방식이 있습니다. 미래에 일어날 매출을 담보로 융자를 받는 것인데, 사실 이자율도 높을뿐더러 수익이 발생하는 즉시 상당 부분이 은행빚을 갚는데 들어가 사업 운영에 많은 애로사항이 발생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리스크가 큰 대출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업을 시작할 때는 투지와 열정이 충만하여 이 정도면 갚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사업은 감정과 자신감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배웠습니다. '열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리스크에 대한 대책,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성이 없는 무모한 도전은 지양해야 합니다.


아쉽지만, 개인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준비를 철저히 하더라도 기업 세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합니다. 다시 말해 안전하게 기업가가 되는 방법은 없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이상 위험과 희생을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3F나 엔젤으로부터 창업자금 지원이 안 되는 상황일 때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까요? 그것은 고통이 따르겠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창업을 병행하는 것입니다. 회사를 다니고 있다면 창업을 위해 그만두지 말고 퇴근 후나 주말을 이용하여 준비를 해야 합니다. 프리랜서라면 시간을 유동적으로 사용하기가 더 수월할 것이고 창업 후에도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자신의 생계비를 마련할 정도의 일은 유지하기를 권고드립니다. 이렇게 해야 소위 말하는 '죽음의 계곡'을 넘어서 매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단계까지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고, 만일 그전에 중단이 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하는 수 없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창업을 해야 하는 경우라도 사업과는 별도로 회사가 운영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은 마련할 만한 일을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SW 개발 회사라면 외주 용역일을 하더라도 병행해야 합니다. 제조업이라면 조그마한 부품이라도 중소기업에 납품하는 일을 하면서 사업을 해야 합니다. 회사가 돈을 벌기 전에는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인건비 정도는 대책을 마련하면서 운영해야 합니다. 제가 사업에 실패 후 가장 후회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저는 모든 것을 단절하고 사업에만 올인하였고 개발자 직원을 많이 고용하고 있었음에도 사업에 매진하다 보니 별도의 용역이나 납품 일을 할 생각을 못했고 여력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한 결과 사업이 무너지니 모든 것이 무너졌습니다. 일정기간 두 가지를 병행한다는 것이 매우 고통이 따르는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최소 운영비를 벌 수 있는 일을 병행하라.


'투자를 받으면 가장 먼저 할 일은 그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라는 말을 한 투자가가 있습니다. 조금 과장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돈이라는 것은 소홀히 관리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자금을 관리하는 일이 사업하는데 중요하다는 뜻일 것입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지 않으면 사업체를 유지하는 것이 힘듭니다. 


그러나 성공은 의외로 간단할지도 모릅니다. 시장과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제대로 만들고 버는 것보다 적게 쓰면 되는 것입니다.


*미국의 창업 전문가 랜디 코미사가 언급한 말


작가의 이전글 3. 창업을 시작하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들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