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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re Mar 18. 2023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전문직은 고점입니다.

ChatGPT시대, 전문직이 살아남는 법



AI와 공존하는 미래, 전문직은?


ChatGPT가 떠들썩하다. 인터넷, 아이폰급 혁신이라고 하는데 써보니까 정말 그렇다. 굉장히 굉장하다. ChatGPT 하나만 나온 것도 아니다. 각종 생성형 AI가 하루가 다르게 솟아나고 있다. 이쯤 되면 다같이 엠바고 걸고 지하에서 만들고 있다가 갑자기 터트린 거 아닌가 싶을 정도다. 블로그를 작성해주는 AI,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AI, 영상을 만들어주는 AI, 음악을 만들어주는 AI 등등. 솔직히 예술 분야만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웬걸, 작품도 AI가 더 빨리, 많이, 잘 만든다. 창작도 AI가 잘한다면 사무직과 전문직의 종말이 더 앞당겨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오 홀리.


그 와중에 MS office Copilot 미쳤음. 너무 기대됨.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전문직은 고점입니다.


뉴스에 매일같이 기사가 뜬다. 대한민국의 해묵은 전문직 선호 현상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이건 좀 심한 것 같다. 모두가 의대를 가기 위해 재수 삼수 십수까지 하고 있다. 명문대 학과의 절반이 휴학을 때리고 의대 반수를 하고 있다. 작금의 메디컬 쏠림 현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최고점 냄새가 난다.

모르긴몰라도 메디컬은 최고점 냄새가 남


물론 전문직은 훌륭한 직업이고 다른 분야에 비해서 안정적이긴 하지만, 이전 세대의 획일화된 비즈니스 모델은 점차 어려워질 것이다. 업계 내부에 있으면 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입지 축소는 당연한 수순이다. 인구 감소 문제에서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기존 질서를 지탱했던) 규제 역시 완화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본다. 무엇보다 투자 기간이 최소 6년에서 10년까지 걸리는 전문직은 리스크가 상당히 큰 편이다. 특히 요즘처럼 모든 것이 휙휙 바뀌는 세상에서는 더더욱.




그래서 어쩌라고?


전문직이든 아니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단련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AI 기업 솔트룩스의 이경일 대표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인공지능은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존재하는 데이터라는 뜻은 한번은 해본 일이라는 뜻이죠. 그래서 앞으로 인간에게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들을 해보는 능력’, 즉 '용기'와 '도전'과 같은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다. AI도 못하는 것이 있다. 명령어를 벗어난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한다. 전혀 다른 여러 가지 분야를 엮어내지 못한다. 그게 AI의 가장 큰 취약점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


반드시 시청할 것


그러니까, 함께 도전합시다. (나만 하긴 무서우니까..)


앞으로 인간은 '도전하는 인간'과 '안주하는 인간'으로 더욱 극명하게 이분될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말이다) 주도적으로 실행하고 도전하면서 암묵지의 영역까지 깊게 파고들어가는 사람과, '어차피 AI가 다 해주는 거 아님?'이라는 생각으로 편리하게 삶을 누릴 뿐인 사람. 어떻게 하면 AI를 이용해 자신의 한계를 돌파할지 고민하는 사람과, AI가 주는 안락함에 서서히 중독되어 가는 사람.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없어진 만큼, 오히려 리스크를 짊어지고 시도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어도 마찬가지다. 전문직이라고 할지라도.



어제는 마침 토스팀의 이야기를 펴낸 책 <유난한 도전>을 읽었다. 설립 10년만에 기업가치 9조원,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을 바라보고 있는 토스. 그간의 성과와 최근 불거진 논란 등을 모두 차치하고서도, 스타트업 씬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꽤 가슴이 뛰는 글이었다. 무엇보다 정해진 코스를 이탈해 세상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했던 창업자 이승건 님의 진심과 여정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마 앞으로도 전문직 출신으로 다양한 길을 가는 사람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우리 모두 이승건이 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그의 집념과 도전의식만큼은 다들 꼭 배웠으면 좋겠다. 그래야 다가올 세상을 더 잘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일단 나부터.


토스의 리더 이승건 님 역시 전문직(치과의사) 출신이라는 건 너무 유명한 이야기.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아무래도 내부 팀원의 입장에서 쓰여서 조금 느끼하게 다가올 때도 있었다. 조력자를 만나고, 고난과 위기를 극복하고, 결국 승리를 쟁취하는 한 편의 영웅 설화 같은 느낌이랄까. 알에서 태어났다는 내용만 없을 뿐..




그래서 왜 이 이야기를 했냐면요..


사실 이 글은 나를 다독이는 마음으로 썼다. 최근에는 개원한 동기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다들 수입이 내 월급의 몇 배―비교하기도 미안한 수준―이라 현타가 쎄게 오기도 했다. 내가 정말 후회할 짓을 하고 있는 건가, 미래를 생각하면 하루라도 젊을 때 바짝 벌고 빠져야 하나, 순간적으로 공포가 엄습했다. 그들에게 술을 얻어먹고 나오는 길엔 마음이 싱숭생숭 요동쳤다.


하지만 나는 대체로 잘 살고 있다. 주어진 업무를 즐기며, 간혹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또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대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짜릿한 성취와 성장을 실감하고 혼자가 아니라 팀으로 해내는 경험을 쌓고 있다. 나는 계속 더 새롭고 더 많은 일에 도전하게 될 것이고, 더 큰 책임을 지게 될 것이고, 언제나 그래왔듯 꽤 괜찮게 해낼 것이다. 큰 돈은 보이지 않지만... 지금은 이 정도면 됐다(고 믿는다). 어차피 인생은 기니까.



앞으로 전문직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으로 광고 하나를 소개한다. 오프닝 씬은 이렇다.

한 남성이 중년 연기자에게 묻는다.

“50년 동안 연기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게 있다면요?”

중년 배우는 묶었던 머리를 풀면서 이렇게 답한다.

“그 50년에 기대지 않는 거요.”


김해숙 배우님의 묵직한 임팩트가 돋보이는 BMW의 브랜딩 광고다. 잘 만든 광고라고 호평이 자자하다. 이 간지나는 펀치라인을 이 글의 주제에 맞게 조금 바꾸자면 이렇다.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 전문직에게 중요한 게 있다면요?"

"그 전문직 타이틀에 기대지 않는 거요."



혹시 전문직이라는 길을 선택하고서도 여전히 다른 길을 포기하지 못한다거나, 새로운 가능성을 계속 모색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함께 용기내면 좋겠습니다.

마침 작년의 오늘 입사 결정이 났었네요


(2023.03.18)



생각해보니 6개월 전에도 거의 똑같은 글을 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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