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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비 Apr 12. 2022

1. 사업의 주력이 뭐에요?


스타트업. 문자 그대로 새롭게 시작(Start)해서 사업을 일으키겠다(Up)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하나. '스타트업이라고 말씀하시는 귀사 사업의 주력은 뭔가요?' 업력 3년 이하라면 보통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킨다거나 기존에 있던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발전시킨 모델을 제시하며 설명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업력 5년 이상이라면 지금까지 개발한 것의 구체화 된 무엇인가로부터 매출을 발생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을 것이다. '주력'이라 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바탕으로 고정적인 매출을 만들고 있어야 그 사업이 의미가 있을 것이고 매달 지출되는 고정 지출을 커버할 수 있음은 물론 그 사업 모델의 더 발전된 형태, 혹은 새로운 프로젝트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개발자도 아닌 문돌이 출신인 내가 항상 가졌던 의문이 있었다. '대체 이 회사의 주력은 무엇인가.' 비개발자로써 매출과 매입 등의 관리를 하건 입장에서 이 질문이 따라올 수 밖에 없었다.


이 회사는 외부에서 볼 때 조금 특이한 회사로 보일 것이다. SaaS 형태의 서비스도 있고 하드웨어도 설계해서 제품을 생산하기도 한다. 둘을 결합해서 고객사에 맞는 커스터마이징 솔루션도 제공한다. 동시에 수행하는 프로젝트의 수는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SaaS 형태의 서비스도 있고, 모 통신사의 수주를 받아 제품도 만들고, 국가기관이나 지자체(혹은 지자체 산하 공기업이나 단체)에서 모집한 사업도 진행하고... 그런데 그 모든 프로젝트에 맥락이 없고 연결고리도 약했다. 나의 전 직장인 '종합상사'가 돈 되면 다 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는 전형적 회사인데 스타트업도 그런가? 뚜렷한 정체성 없이 그냥 닥치는 대로 일감 잡아와서 하는건가? 의문은 이어졌다.


친분이 강한 것은 아니지만 친구가 재직중인 회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미징 레이더 기술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AI 솔루션, 스마트 빌딩에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한댄다. 기술을 전혀 모르는 문돌이가 생각해도 연결고리가 있다.


회사의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기재되어 있다. 'IoT 솔루션을 개발하여 제공합니다' 라고. 모 대기업의 리테일 매장에 들어가는 키오스크 프로그램과 키오스크 안에 들어가는 PCB를 개발하는 것도 IoT 솔루션인지는 기술 문외한인 나로썬 뭐가 뭔지 모르겠다. 여성용 좌욕기에 들어갈 리모컨과 컨트롤러를 생산하는 것이 IoT 솔루션과 어떻게 연결되는 지도 잘 모르겠다.


사업 초기라면 일단 뭐라도 해서 버티자는 생각이 충분히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업이 3년, 5년, 7년 이렇게 이어지다보면 대개는 자신의 것을 만들어 스스로 진행하려는 모습들을 보이기 마련이다. '우리는 전문 OEM 업체입니다'라고 스스로 이야기하는 경우를 뺀다면.


블루투스 기반의 비콘을 생산하는 것은 IoT 솔루션의 일부분으로 충분히 이해가 된다. 다만 그 것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너무 적었다. 질문은 또 이어진다. '어쩌면 그냥 하청, 하청의 하청만 이어나가는 것은 아닐까'하고. 내가 생각한 것들이 틀린 생각이길 바란다. 틀린 생각이 아니라면 내가 지금까지 보내온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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