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비 Apr 12. 2022

4. 수평적인 조직문화?

실상은 젊은 꼰대의 보편화

대다수의 스타트업 경영진들은 이렇게 말한다. "저희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각 구성원들의 의견을 존중합니다." 요즘의 사회 문화가 그러한 탓인지 스스로 "우리 조직은 강한 위계질서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업무를 수행합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하긴, 요즘은 대기업들도 그놈의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운운하며 한 대기업은 그룹의 총수인 회장에게도 'XX(회장의 이름)님' 이라고 부르지 않던가.


대학 동아리를 그 근간으로 시작한 이 회사의 경영진(대표와 임원들)은 대부분 30대 초반이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외부 영입도 활발해졌고 기존 경영진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실무자들도 많이 입사하게 되었다. 사실 사회생활 하면서 나이는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긴 하다. 다만 경영진이 스스로 신규 인력을 채용하면서 자신들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선발하는 것은 그들의 '경험'을 최대한 뽑아먹기(?) 위한 목적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이도, 경력도 더 많은 실무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도 분명 필요할 것이다.


40대 중반의 A 팀장은 국책과제 (나중에 이에 대해서 정말 길고 자세하게, 그리고 그 이면에 대해 말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를 관리하는 실무형 팀장으로 영입되었다. 놀랍게도 "저는 이런 공공기관으로 보내는 제안서나 기획서 작성하는 것이 재미있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지만. A 팀장은 기존에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던 B 과장이 퇴사하면서 새로 입사했었다. B 과장으로부터 인수인계 받은 기간은 겨우 한 주. B 과장의 퇴사 이후 A 팀장은 참 많은 일들을 했다. 그리고 스스로도 느끼게 되었다. 지금까지 이 회사가 해왔던 방식이 정상적인 그것이 아니었음을.


A팀장은 관리이사에게 "이 방식대로 했다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라는 직언에 가까운 의견을 내비쳤다. 이 말을 들은 관리이사가 그 자리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간접적으로 그 생각을 알 수 있게 된 것은 그로부터 채 2주가 지나지 않았을 시점이었다. 관리이사는 자신의 예하에 있는 직원들을 소속은 유지시켜 자신이 관리하지만 업무 공간을 분리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A 팀장이 하는 말을 타 관리부서 직원이 듣지 못하도록 물리적인 단절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 때문이었을까. A 팀장은 더 이상 관리이사가 하는 모든 업무와 그 방식에 대한 일절 언급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 관리이사로부터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었다. "A팀장님과 그 팀이 자금이나 그 집행과 관련된 이야기를 같이 듣는게 조금 그렇습니다. 그래서 분리시켰어요."


C실장은 회사가 타 스타트업 회사를 인수하면서 이 회사에 합류하게 된 인물이었다. (이 인수도 사실 법적인 인수가 아니다. 꼼수 아닌 꼼수를 쓴 것인데, 이에 대해서도 나중에 자세히 말 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C실장과 함께 합류하게 된 직원들과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다. "C실장님, 나이답지 않게 엄청 권위적이에요. 신입사원이 하나 입사했는데, 우리끼린 다들 'xx님' 하는 식으로 이름에 '님'자 붙여서 호칭을 대신하잖아요? 그 신입사원이 C실장님한테 그렇게 말했다가 10분을 넘게 혼나더라구요." 참고로 이 C실장은 나보다도 나이가 어리다. 


업무적으로 만난 사이에 완전히 수평적일 수도 없고 위계질서가 없는 조직도 분명히 없다. 하지만 스스로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외칠거라면 하는 척이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말 뿐인 그들만의 '수평적 조직문화'는 누가 만들어낸 것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3. 그들만의 리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