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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균 Jul 09. 2020

이야기 #5. 브레인 투어 2/2

<하이프사이클> 초단편소설집 프로젝트

읽기 전에) 이 글은 초단편소설집 ‘하이퍼사이클’의 세 번째 이야기인 ‘#3. 브레인 투어 1/2’의 그 다음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브레인 투어 1/2’을 아직 읽지 않으신 분은 그 이야기를 먼저 읽으시기 바랍니다. ‘브레인 투어 1/2’의 열린 결말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으신 독자께서는 이 이야기를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대표님, 입금된 건 확인하셨죠? 이제 다 정리되었네요.”

“아이고 고맙습니다. 정실장님 덕분에 그래도 시우나 저나 한몫 잡았네요.”


짙게 깔린 구름에 가려 달빛 한 점 없는 어두운 밤이었다. 45층 스카이라운지, 아이돌 시우의 소속사 이대표와 브레인투어 정실장은 둘만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아, 그런데 실장님, 지난번에 얘기하신 VIP투어는 어떻게......”

“아무래도 그게 궁금하셨나 보네요. 말씀드릴까요?”

“......”


정실장은 팔짱을 낀 채 소파 깊숙이 몸을 묻었다. 고개를 조금 돌려 초점 없는 눈빛으로 창밖을 내려다보며 VIP투어, 시우의 메모리 커튼에 가려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8년 전, 시우의 데뷔 무대는 엉망으로 끝났다. 생방송의 압박 때문이었는지 어렵게 얻은 큰 무대에서 시우는 노래가사와 안무를 끝까지 연결하지도 못했다. 방송이 끝난 늦은 저녁. 강남 모 술집의 밀실에 시우, 소속사 이대표, 그리고 시우의 데뷔 무대를 허락했던 방송사의 안미정 국장이 앉아있었다. 시우는 몇 잔의 양주를 받아먹고는 정신을 잃은 듯 테이블에 엎드려있었다. 안국장의 화는 쉽게 누그러지지 않았다. 눈치를 살피던 이대표는 곁눈질로 잠든 시우를 보더니, 안국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안국장은 꼬았던 다리를 풀고는 몸을 숙여 이대표의 뺨을 여러 차례 세차게 때렸다. 이대표의 양쪽 볼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안국장은 비아냥대는 표정으로 이대표의 얼굴에 얼음물을 끼얹었다. 이대표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안국장의 발밑에 머리를 조아렸다. 잠시 후 안국장은 이대표가 내민 봉투를 받아서 핸드백에 넣고는 룸을 나갔다. 이대표는 잠든 시우를 보며 깊은 한숨을 쉬고는 시우 곁에 앉았다. 안주로 내어진 견과류와 과일을 삼키듯 입에 쑤셔 넣었다. 정신없었던 데뷔 무대 날, 이대표는 밤 10시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다.    


            ###


“아, 시우가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그때 분명 시우는 안국장, 그 마녀가 주는 양주를 스트레이트로 몇 잔 먹고 뻗어있었는데요.”

“시우씨가 메모리 커튼으로 가렸던 기억 속 이야기입니다. 시우씨는 잠든 척하고 있었을 겁니다. 다 알았던 거죠. 그러니 VIP와 제가 그 상황을 볼 수 있었던 거고요.”

“그, 그렇군요. 시우 녀석,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그걸 그렇게 가려두려고, 이 바닥에서 뭐 그런 일이야......”

“음, 이대표님, 이야기가 거기서 끝난 건 아닙니다.”

“네? 그다음에는 제가 시우를 집에 데려다준 게 다인데요.”


정실장은 탁자 위에 놓인 잔에 맺힌 이슬을 잠시 바라봤다. 맺힌 이슬을 한 손으로 움켜쥐듯 닦아내고는 한 모금에 잔을 비웠다.


“시우씨가 취한 척을 했었잖아요. 이대표님이 시우씨를 숙소에 내려주고 떠난 뒤, 시우씨는 전화를 한 통 하고는 다시 숙소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어디론가 갔습니다. 아마도 그걸......”

“네? 시우가 그 밤에 혼자 어디를 갔는데요?”

“안미정 국장에게 갔습니다. 안국장이 혼자 있는 오피스텔로요.”

“아니, 시우가 왜, 그 시간에 안국장에게 왜......”


아무런 대꾸 없이 정실장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이대표의 오른쪽 어깨를 가볍게 한번 두드리고는 멀어져갔다. 정실장이 떠난 것도 모른 채 멍해져 있던 이대표는 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우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시 전화를 걸어도 시우는 받지 않았다. 이대표는 소파에 몸을 숨긴 채 멍한 눈빛으로 창밖을 내려다봤다. 굽어진 한강을 따라 수많은 불빛이 영롱하고 평화롭게 무언가를 찾아 떠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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