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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메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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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균 Oct 14. 2020

단맛의 과학 & 메타버스의 재미

코로나19 이후 외식을 최대한 안 하는 편입니다. 그래도 외부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외식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외식을 할 때마다 음식 종류와 무관하게 과한 단맛을 느낍니다. 중식 코스 요리를 먹으면, 반찬부터 모든 요리가 거의 다 과하게 답니다. 왜 그렇게 요리할까요?

맛의 쌔기에 관한 사람의 선호도는 서로 다릅니다. 같은 양의 소금을 넣어도 누구에게는 싱겁고, 누구에는 짭니다. 그러나 보편적 패턴은 있습니다.

신맛, 짠맛, 쓴맛은 맛이 증가하면서 일정 구간까지는 만족감이 함께 올라갑니다. 그러다가 맛이 더 강해지면, 어느 순간 만족감이 떨어지고 너무 과한 신맛, 짠맛, 쓴맛은 불쾌감마저 유발합니다. 그런데 단맛은 다릅니다. 가미가 많이 되면 일정 순간부터는 만족감 증가가 멈춥니다. 여기서 단맛을 더 넣어도 평균적으로는 만족감이 떨어지거나, 불쾌감을 유발하지 않습니다. 만족감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따라서 요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단맛을 과하게 넣는 게 안전한 셈입니다.

어떤 요리의 맛에 만족한다면, 신만, 짠맛, 쓴맛은 그대로 유지하면 됩니다. 그러나 단맛은 다릅니다. 지금 상태에 만족한다면, 다음에는 단맛을 조금 덜 첨가해봐야 합니다. 그래도 만족한다면, 다음에는 좀 더 줄여야 합니다.

우리는 메타버스를 왜 좋아할까요? 편리성, 안전성, 효율성 외에 재미의 다양성도 큰 역할을 합니다. 저는 재미를 연구하는 학자이고, 우리 삶에 재미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메타버스를 깊게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 재미만을 추구하는 이들이 적잖게 관찰됩니다. 의미 중심의 현실 세계가 주는 고단함을 메타버스 속의 재미로 희석하려는 의도입니다. 그런데 때로는 메타버스의 재미가 단맛처럼 변하기도 합니다. 당신이 메타버스를 많이 좋아한다면, 의미를 놓칠 만큼 지나친 단맛에 빠져있지는 않은지 가끔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 참고문헌(맛에 관한 연구)

Pfaffmann, C. (1960). The pleasures of sensation. Psychological Review, 67(4), 253–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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