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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an 08. 2024

0101-0106 편지 주기(週記)

지난주의 나에게.


년의 숫자가 바뀌면 일기를 써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나갈 해의 마지막 날을 보내면서 깨달았지요. 매일매일 무언가를 기록하라니, 무리로군. 그래서 일단 기간을 늘려 한 주에 하나의 기록을 쓰기로 했습니다. 이른바 주기(週記)입니다.  설마 일주일에 한 편쯤은 쓸 수 있겠지. 그런 무책임한 마음가짐은 결국 일주일 하고도 하루가 지난 뒤에야 첫 기록을 남기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지각에 대한 변명은 이렇습니다. 변명이지만, 변명이 아니기도 합니다. 내가 겪은 일을 어떻게 언어화하면 좋은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남이 쓴 일기는 잘도 읽지만 내가 일기를 쓴다고 하면.... 대체 왜 그런 행위를 해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게 되거든요.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살았는지는 내가 가장 잘 압니다.하물며 나의 일상은 그다지 큰 변화가 있는 편도 아닙니다. 일하고 쓰고 읽고 보고 일하고 운동하고 읽고 쓰고. 대강 이러한 패턴으로 돌아가니깐요. 

그렇다고 일상의 파편을 조각내서 어떻게든 무언가를 통찰한 듯한 문장으로 만들어 내고 싶지도 않고요. 아니, 기력이 있으면 했을지도 모릅니다만 지금 나는 그런 기력이 없습니다. 통찰력 있는 문장을 소설 속에도 녹여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거든요. 게다가 뭐랄까. 에세이든 일기든 내가 나를 돌아본다는 부분에서 이미 완전히 솔직하기란 글렀고, 그 그른 매일을 그럴싸한 문장으로 만들려는 시점에서 솔직한 자기 고백 이딴 건 저 멀리로 날아가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늘 드는 것입니다.


그러한 고민을 거듭... 까지는 아니고 잠시간 한 결과 편지의 형식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파이팅. 자아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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