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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Sep 22. 2024

0916-0922 편지 주기(週記)



지난주의 나에게.


추석이 아니라 하석이다,라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연휴를 보냈습니다. 추석 연휴 동안 기온은 계속 30도를 넘었지요. 작년 추석이 올해보다 빠르긴 했지만, 그래도 추석에 어울리는 날씨는 아니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이 긴 여름도 언젠간 끝날테고, 이대로 날이 추워지면 차라리 더울 때가 나았다고 투덜거릴 것임을.


그래도 추석에 이 날씨는 아니지 않아? 를 연신 되뇌게 되었던 건 이름 때문이겠죠. 가을 추(秋 )가 들어가 있으니 통상적인 가을의 이미지가 펼쳐져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겁니다. 색이 고운 한복(여섯 살 이후로 추석에 한복을 입은 적이 없음에도), 가지에 풍성하게 달린 감(이 역시 어린 시절 이후 본 적이 없음에도), 하늘하늘 흔들리는 갈대(역시 살면서 한 번 밖에 본 적이 없음에도!!!) 같은 것들. 선선한 날씨는 그 모든 것을 가능하다 여기게 만드는 상징 같은 존재였던 거지요.


이걸 쓸 즈음에 비가 내렸고, 기온이 갑자기 내려갔습니다. 21도.


이번에야말로 가을이 올까요.

온다면 좀 길게 머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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