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의 나에게.
추석이 아니라 하석이다,라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연휴를 보냈습니다. 추석 연휴 동안 기온은 계속 30도를 넘었지요. 작년 추석이 올해보다 빠르긴 했지만, 그래도 추석에 어울리는 날씨는 아니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이 긴 여름도 언젠간 끝날테고, 이대로 날이 추워지면 차라리 더울 때가 나았다고 투덜거릴 것임을.
그래도 추석에 이 날씨는 아니지 않아? 를 연신 되뇌게 되었던 건 이름 때문이겠죠. 가을 추(秋 )가 들어가 있으니 통상적인 가을의 이미지가 펼쳐져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겁니다. 색이 고운 한복(여섯 살 이후로 추석에 한복을 입은 적이 없음에도), 가지에 풍성하게 달린 감(이 역시 어린 시절 이후 본 적이 없음에도), 하늘하늘 흔들리는 갈대(역시 살면서 한 번 밖에 본 적이 없음에도!!!) 같은 것들. 선선한 날씨는 그 모든 것을 가능하다 여기게 만드는 상징 같은 존재였던 거지요.
이걸 쓸 즈음에 비가 내렸고, 기온이 갑자기 내려갔습니다. 21도.
이번에야말로 가을이 올까요.
온다면 좀 길게 머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