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의 나에게.
수능날은 언제나 춥다는 공식이 깨졌습니다. 그다지 춥지 않았지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수능을 보지 않는 어른의 이야기. 수능을 봐야 하는 사람들의 체감 온도는 달랐을 수도 있습니다. 제도는 매번 바뀌지만, 근원적인 문제가 바뀌지 않는 탓에 언제나 수능에 모든 걸 걸어야 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한 번의 기회에 대해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를, 이 시기를 놓치면 어떻게 될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깐 아주 빨리 스쳐 지나가는 열차 같은 것. 다들 그 열차에 올라타는데 나만 타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싶은 것들. 하지만 역시 내 입장에서는 너무 빨라서 올라타려면 죽을힘을 다해 뛰어야만 하는 것. 올라타지 못하면 타지 못했단 불안과, 다른 사람은 다 타는데 왜 나만 이렇게 느린 건가 싶어 자책하게 되는 그런 것. 죽을힘을 다했는데도 이루지 못해 죽고 싶어지는, 그런 것.
그러나 다가오는 모든 열차가 생에 필수는 아닙니다. 가끔은 한 번뿐이라 생각했던 열차가 나중에 또 올 수도 있지요. 이외로 사람들은 내가 느리게 뛰는지, 빨리 뛰는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다들 자기 뛰기 바쁘거든요.
그러니 이번 열차를 놓쳤다면 일단 정류장에서 쉽시다.
겨울은 그다지 길지 않을 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