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의 나에게.
대전 콘텐츠 페어를 다녀왔습니다. 2024 대한민국 과학소재 단편소설 공모전 우수상을 받았거든요. 콘텐츠 페어 프로그램에 북페어도 있다니 겸사겸사 구경하고 와야지! 게다가 대전이잖아! 빵 사 와야지! 이런 의식의 흐름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콘텐츠 페어라는 건 곧 축제잖아요? 요 몇 달간 일에 찌든 뇌에 축제로 신선한 도파민을 공급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성공적인 축제란 건 무엇일까요.
구경꾼 입장에서는 부담 없이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성공적인 축제가 아닐까 합니다. 평소에는 관심이 있어도 쉬이 도전해 볼 수 없던 것이라도, 축제의 들뜬 분위기에 휩쓸려 해 볼 수 있는 것. 이 공간에서는 이 행동은 해도 괜찮다는 일종의 합의. 혹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있다는 안도감.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사면 포인트까지 받을 수 있음에도 북페어에서 책을 사는 건 그러한 축제 현장의 분위기 때문일 겁니다.
콘텐츠 페어는 뭐랄까. 콘텐츠라고 해도 카테고리마다 타깃층이 다를 텐데 그걸 다 한 공간에 몰아넣어두면 뭐랄까. 좋게 말하면 다양하고 좀 직설적으로 말하면 중구난방이었습니다. 북페어 참가 부스와 기업 참가 부스와 코스튬 플레이어가 뒤섞여서 무언가.... 북페어도 아닌 캐릭터 페어도 아닌, 그렇다고 가족 타깃의 참여형 행사도 아닌 어정쩡한 분위기였습니다. 책을 보려고 부스에 다가가기엔 너무 관객이 없어서 뻘쭘하고, 그렇다고 기업 부스에 가서 게임을 하자니 대여섯 살 아이들이 노는 걸 어른이 빼앗아 하기엔 조금. 그런 이유로 기대했던 도파민은 채울 수 없었습니다.
무엇이든 정돈이 중요한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