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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강센느 Jan 30. 2024

브랜딩은 '말할거리'를 주는 일이다

인터넷에서 리뷰를 검색해서 식당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뒤로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인터넷 리뷰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예컨대 "인터넷 리뷰를 남겨주시면 음료 1병을 무료로 드립니다"와 같은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저는 음식맛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그 외 경험이 좋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웬만하면 리뷰 이벤트에 참여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리뷰 이벤트를 참여하다 보면 어떤 식당에선 리뷰로 쓸 말이 술술 떠오르고 반면에 어떤 식당에선 한 줄도 쓰기가 어려워서 애를 먹게 됩니다.저는 이런 상반된 경험을 몇 차례 하면서 문득 이것이 브랜딩의 중요성을 설명하는데 적합한 예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어떤 브랜드를 남에게 설명할 때를 생각해 보면 그 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아 거기 애플처럼 심플한 디자인인데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만드는 곳이야"와 같이 누구나 아는 브랜드를 빗대어 설명하거나, "내가 이 브랜드의 향수를 쓴 뒤로 여자친구가 생겼잖아"와 같이 개인의 경험이 담긴 스토리로 설명하거나, "이 브랜드는 낚시꾼이 쓸만한 아이스박스가 세상에 없다는 것이 답답해서 자기가 직접 만든 브랜드야"와 같이 창업자의 스토리를 설명하는 등. 이 다양한 양상들의 결괏값은 결국 브랜드에 대한 '말할거리'입니다.


말할 거리가 없는 브랜드는 그만큼 브랜드 해상도가 낮아지고 덩달아 전파력(Viral)도 떨어집니다. 말할 거리가 없다는 것은 그 브랜드가 고객에게 명확한 컨셉이나 스토리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브랜드에 대한 어떤 '인상'을 전혀 형성하지 못한 고객은 주변에 이 브랜드에 대해서 전파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리뷰 한 줄 쓰기도 어려운 식당과 같죠.


반면에 말할 거리가 많은 브랜드는 브랜드 해상도가 높고 전파력(Viral)도 그만큼 높아집니다. 현대 미술관을 떠올리게 하는 젠틀몬스터의 매장에 한 번이라도 방문해 본 고객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너 젠틀몬스터 매장 가봤어? 난 무슨 전시회인 줄 알았잖아. 매장 처음 봤을 땐 아이웨어 브랜드인지 몰랐어"와 같이 스스로 말하고 다니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떤 식당들은 젠틀몬스터처럼 굳이 직접 자신들이 말할 거리를 가타부타 설명해주지 않아도 고객들이 강한 인상을 받아서 직접 말할 거리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이 식당은 오션뷰가 미쳤어요", "이 식당은 밑반찬이 30개나 나와요"와 같이 말이죠.



그런데 또 어떤 식당들은 식당의 주인이나 종업원이 직접 말할 거리를 주기도 합니다. 제가 최근에 방문한 샤부샤부집에선 식당의 주인이 직접 월남쌈을 싸 먹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이렇게 설명을 곁들여줬습니다. "저희 집의 시그니처는 각각 다른 맛의 양념장 4개를 한 번에 넣어서 먹는 것입니다. 꼭 이렇게 드셔보세요" 실제로 그렇게 먹는 방식이 다른 식당에 비해서 엄청나게 특별한 맛의 차이를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그 말 하나로 이 식당은저에게 '양념장 4개를 한 번에 먹는 샤부샤부집'이 됐습니다. 


아마도 제가 지인에게 이 식당에 대해서 얘기할 일이 생긴다면 이렇게 얘기하겠죠. "아 거기, 좀 특이하게 양념장 4개를 월남쌈에 한 번에 넣어서 먹는 곳이야" (실제로 리뷰에도 이런 맥락의 글을 남겼습니다)


만약 이런 말할 거리를 주인이 주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이 식당은 저에게 그냥 흔한 샤부샤부집이 됐을 것이고 그로 인해 제가 남에게 이 식당에 대해서 설명할 일도 없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어떤 브랜드가 남과 다른 나만의 무언가를 브랜딩 하기 위해선 필경 '말할거리'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창업자의 창업 스토리(앞서 예로 제시했던 아이스박스 브랜드 예티의 창업자 스토리)가 될 수도 있고 브랜드의 임팩트 있는 어떤 광고 캠페인(파타고니아가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제품을 사지 말고 오래 입으라는 메시지의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캠페인을 했던 것)이 될 수도 있고 또 혹은 자신들의 제품을 사용한 어떤 한 사람의 이야기(마릴린먼로는 샤넬 넘버 5 향수를 잠옷 대신에 입는다고 얘기했고 이 메시지는 아직까지도 샤넬 넘버 5의 말할 거리가 되고 있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즉, 그것이 무엇이든 브랜딩을 하기 위해서 말할거리는 필수불가결한 것입니다. 제가 <브랜드 스몰토크>를 연재하게 된 계기는 바로 이러한 브랜드의 '말할거리'를 수집하기 위해서입니다. 앞으로 매주 화, 목요일은 유수의 브랜드들이 어떻게 말할거리를 만들고 브랜드 파워를 강화했는지에 대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수집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부디 이 부족한 글들이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브랜딩에 대한 시각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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