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신발이 필요해서, 신발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구매했을 뿐인데 내가 신발을 한 켤레 살 때마다 신발이 없는 제3세계의 어린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가 기부가 된다면 어떨까요?
"내일을 위한 신발"(Shoes for Tomorrow)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는 탐스슈즈는 이와 같은 일대일 기부 공식(One for one)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탐스 슈즈의 창립자인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아르헨티나의 마을을 여행하던 중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신발조차 신을 수 없는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신이 운영하던 온라인 운전 학원을 판매하여 사업자금을 마련한 후 2006년 5월에 탐스슈즈를 설립했습니다.
초창기에 탐스슈즈는 200켤레를 기부하는 것이 목표였을 정도로 소규모였으나 좋은 디자인과 좋은 이념을 가진 브랜드라는 것이 급속도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론칭 6개월 만에 1만 켤레의 신발을 아르헨티나에 있는 맨발의 아이들에게 기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창립 8년 만인 2013년 6월에는 무려 1000만 켤레째 신발을 기부하게 되었는데 이때는 아르헨티나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 등 전 세계에 있는 맨발의 아이들에게 신발을 기부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1+1 기부 정책의 신선함 덕분에 탐스는 꽤나 오랜 기간 성공적으로 성장해 왔지만 2019년에는 채권단 공동관리 절차에 들어갈 정도로 심각한 실적 부진을 겪게 됐습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초창기 모델인 ‘알파가타’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이것을 뛰어넘는 제품이 10년 넘게 나오지 못한 탓에 소비자들의 재구매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탓이죠.
탐스슈즈를 통해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선한 신념도 새로운 기법으로 접근하면 훌륭한 브랜딩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그렇게 선한 신념을 가지고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더라도 좋은 제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지속되기 어려운 것이 '영리 기업'의 숙명이라는 점.
최근의 이러한 안타까운 근황을 차치하고 보면, 2018년까지 무려 8800만 켤레를 기부한 탐스 덕분에 세상의 수많은 신발 없는 아이들은 더 안전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내일을 위한 신발"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잘 지켜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미 8800만 명 이상의 아이들이 탐스슈즈를 통해 더 밝은 내일로 발을 내디뎠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