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자동차 브랜드 재규어(Jaguar)의 최근 리브랜딩은 기존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많은 비판과 조롱을 받았습니다. 특히 재규어의 야생성과 스포티함이 부각되었던 로고가 아기자기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변경된 점, 그리고 새로운 광고 캠페인이 자동차보다는 예술적 표현에 집중하면서, 브랜드의 정체성이 흐려졌다는 지적이 중론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규어의 리브랜딩이 마냥 실패한 것이라고 속단하기에는 이릅니다. 브랜드 헤리티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브랜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역대급으로 다시 만들어냈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긍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재규어의 매니징 디렉터인 로든 글로버(Rawdon Glover)는 “우리가 가장 많이 회자되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언급하며, 이번 리브랜딩이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음을 인정하기도 했는데요. 리브랜딩 이전의 재규어가 대중에게 얼마나 관심을 받지 못했었는지를 알게 되면 그의 이런 반응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2023년 재규어의 글로벌 판매량은 약 67,000대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절반 수준에 그쳤습니다. 또한, 미국 내 재규어 딜러십 수는 약 200개에서 122개로 감소했습니다. 한국에서는 2023년에 약 500대가 팔렸는데 BMW가 같은 해에 한국에서 약 73,000대가 판매된 것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었습니다.
이처럼 대중에게서 점차 선택받지 못하며 자연스럽게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던 재규어가 그 어느 때보다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게 되었으니 설령 그것이 악플이어도 무플보다 낫다는 반응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 컨셉카 단계이기 때문에 브랜드 헤리티지를 잘 살린 디자인으로 정식 모델이 출시된다면 얼마든지 돌아선 팬심을 되돌릴 여지가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적어도 대중의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현재의 상황이 재규어의 입장에선 무척이나 반가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재규어는 현재 모든 내연기관 모델의 출시를 중단하였으며 완전한 전기차 브랜드로 탈바꿈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브랜드의 새로운 비전을 알리기 위한 취지로 다소 충격적이고 극단적인 리브랜딩을 선택한 이유도 있는데요. 재규어의 리브랜딩,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