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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경 Jan 20. 2017

글을 쓰는 것도 나를 어지럽히는 일



움직이는 모든 것은 먼지를 일으킨다.

가만히 있어도 쌓이는 먼지도 있지만 움직임 따라 먼지는 더욱 더 많아진다.

그 때 그 때 닦아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모든 곳에서 나를 따라 오고

내 옷에 묻어오고 내 소지품에도 묻어온다.


말을 하는 것도 먼지를 일으키는 일 같고

글을 쓰는 것도 같은 먼지를 불러오는 것 같았다.

겨울햇살은 먼지를 더더욱 빛나게 보여준다.

한줄기 햇살 아래 먼지는 가볍게 떠 다니며 우리 앞에 드러난다.

먼지가 싫었다.


가만히 있고 싶어도 생각은 멈추지 않고

생각은 내면 구석 구석에 먼지를 내리더라.

산다는 일은 버릴 물건을 욕심 내고

닦아낼 먼지를 만들며 사는 일 같았다.


오래 입을 다물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내 뜻대로 안 되는 일..

긴 침묵은 내게 말하라고 하고

먼지는 내게 '그것이 삶'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말하고 움직이고 날마다 닦아내는 일을 가치롭게 여기며

부질없는 일은 없음을 깨달으라 하는 듯 하다.





꽃 피고 새가 노래 하던 하와이가 좋았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좋았고

고요히 다가 와 정신이 번쩍 나게 나를 때리고 가던 요트위의 파도도 좋았다.


다시 용기를 내어본다.

다시 먼지를 두려워하지 말자고

다시 불편한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자고

새해를 맞으며 새결심을 또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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