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혁진 Apr 25. 2024

전력을 다해 일하지 마세요.

내 캐파의 100%로 일하면 안되는 이유


1. 스타트업 입사 초기, 팀원들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그 중 하나는 '여러분의 캐파를 100%로 써서 일하지 마세요' 였다. 1분 1초가 아까운 게 스타트업에서의 시간이라고 하지만 팀원들이 자신이 가진 모든걸 끌어내서 일하는걸 원치 않았다. 



2. 이유는 하나였다. 100% 이상으로 일하다면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돌발상황이 생긴다. 새로운 일이 추가될 수도 있고, 하던 일이 빵꾸가 날 수도 있다. 그런데 100%의 시간을 본인 앞에 주어진 일을 하는데 써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3. 그러니 내 캐파의 80~90%로 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0%정도의 여유를 남겨두어야 새로운 기획이 됐건 새로운 업무가 됐건 감당할 수가 있다. 



4. 일례로 내가 맡던 팀에서 퇴사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그 일은 당분간 기존 팀원들이 나눠 맡아서 해야했다. 그런데 기존 팀원들은 새로운 프로젝트로 SNS 운영도 진행하고 싶어했다. 퇴사자의 업무를 나눠 맡아야 하고 그것 외에도 신규로 기획할 일들이 있는데 SNS도 꼭 하고 싶다는 거였다. 팀원들을 설득해 결국 SNS는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얼마 뒤, SNS를 꼭 운영해야겠다던 팀원은 결국 자신이 맡던 일, 퇴사자의 일까지 맡아 하다가 한달쯤 뒤 번아웃이 온 것 같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5. 100%로 일하지 말라는 것은 결국 조직 전체의 지속가능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하루 이틀 밤을 새거나 몇주 간 야근을 하면서 살 수는 있다. 하지만 쉼없이 몇달을 그렇게 일하다가는 오래 일할 수 없다. 설령 오래 일하더라도 양질의 업무를 해낼수는 없다. 



6. 일을 하면서 전력을 다하지 않기 위해서는 2가지 방법이 필요하다. 한가지는 일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일의 양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꼭 해야 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다. 다양한 일을 높은 퀄리티로 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매우 일을 잘하는 누군가가 자신의 모든 시간을 쏟아서 해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 사람처럼 일할 수는 없다. 



7. 두번째는 휴식의 비율을 장기적으로라도 맞추는 것이다. 매일 90%의 캐파로 일할 수는 없다. 어떤 시기에 어떤 프로젝트는 120%로 일을 해야 해낼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90%에 맞춰야 한다. 오늘 하루 전력을 다해 야근을 하고 일했다면 내일은 조금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만약 이번 주 내내 야근을 했다면 그 다음주에는 조금이라도 휴식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상반기 내내 야근을 했다면 하반기에 휴식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쉼에서 나오는 창의력과 그 다음을 이어갈 수 있는 지속력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8. 특히 이런 관점은 주니어들에게도 더욱 필요하다. 의욕과 체력으로 무장된 주니어들은 저돌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자신의 업무량과 업무 기한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체력과 의욕을 과신한 나머지 멘탈 케어에 실패하게 되면 속칭 멘붕에 빠지거나 일시적 번아웃에 오거나 업무의 질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는 등 일을 그르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9. 대표나 관리자들 역시 팀원을 매니징함에 있어 강약 조절을 잘해야 한다. 내가 팀을 맡을 때는 아무리 바빠도 한달에 한번 '인사이트 트립'이라는 이름으로 팀원들과 성수동을 탐방하거나 컨퍼런스에 가며 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한달에 한번 1on1을 하며 업무량을 파악하기도 했다. 처음 팀을 맡았을 때는 자신들의 1주일 간의 루틴 업무를 최대한 break-down하고 업무별 소요시간을 적게 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주당 몇시간이나 소요되는지, 만약 내가 볼 때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업무가 있다면 업무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거나 그 일이 꼭 필요한 일인지 고민하기도 했다. 



10. 어떤 회사는 1년 내내 전력으로 달리는 사람을 원하는 회사도 있을 거다. 그런 회사는 사람이 아니라 로봇을 구해야 할지도 모른다.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선수는 있어도 마라톤 풀코스를 100미터 선수처럼 달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마라톤 선수 조차도 매일 풀코스 완주를 하는 사람은 없을거다. 일을 열심히 하는 만큼 최대한 자신에게 휴식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오랫동안 양질의 업무 성과를 낼 수 있다. 적어도 난 그렇게 믿는다. ㅎ

매거진의 이전글 눈 내리던 오후, 한 스타트업을 만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