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월요일 : 더욱
이러다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말 것 같아.
문득 네가 다가오면 나는 이만큼 괜찮아지기 위한 시간이 얼마나 힘겨웠는지도 잊은 채, 다시 네 곁으로 가.
네 곁에선 아파서 울다가 원망하다가, 힘겹게 한 발자국씩 네 주변에서 걸어나와 멀어진 거리를 바라봐. 그것마저도 아파서 그만 해야겠다는 생각을 반복해서 하곤 해. 원점으로 돌아간 네 곁에서 말이야.
그런데도 말이야, 그냥 좋아.
좋다고 네 곁으로 가고, 좋다고 널 불러보고, 좋다고 널 바라보는 일이 그냥 좋아.
다시 네 곁으로 돌아가서 좋은 나는, 네 곁을 떠나는 미래를 보고 있어. 이 불안이 곧 현실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가슴에 있음을 못 본 척하고.
꼭 나처럼 습관적으로 타인의 말을 기억해두는 버릇이 없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마음에 꽤나 많은 말을 쌓아두고 지낸다. 어떤 말은 두렵고 어떤 말은 반갑고 어떤 말은 여전히 아플 것이며 또 어떤 말은 설렘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검은 글자가 빼곡하게 적힌 유서처럼 그 수많은 유언들을 가득 담고 있을 당신의 마음을 생각하는 밤이다.
-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中
거부하려 해도 더해지는 외로움.
뭔가 서운함이 더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내가 그의 뒷모습을 보고 생각에 잠기기 때문인 것 같다.
처음이 아닌데도 매번 똑같이 속이 상하는 이유도, 그의 뒷모습이 남긴 여운이 유독 짙다는 생각을 매번 하기 때문인 것 같다.
만약 내가 생각을 멈춘다면, 어떤 감정도 느끼지 않고 지나갈 수 있을까.
(아니, 문득 생각에 잠기게 되는 짧은 순간, 밀린 감정이 더 몰아치겠지.)
무엇도 감추지 않아도 되는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고마워, 동생.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