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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윤맘 May 26. 2022

부모님을 인간극장에 제보했다

중년 부부의 슬기로운 백수생활

엄마, 아빠 내가 KBS 인간극장에 엄마랑 아빠 제보했어요. 두 분 알콩달콩 재미있고 바쁘게 사시는 모습이 방송에 나오면 좋을 거 같아서 글 써서 올렸지요


부모님은 사뭇 놀라시긴 했지만 싫진 않으신 눈치였다. 그렇다. 내가 두 분을 kbs 인간극장에 제보한 것이다. 부모님을 제보하게 된 건, 아빠가 37년 직장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하신 후, 엄마도 덩달아 요양보호사 일을 그만두셨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루아침에 백수(?)가 된 부모님의 일상을 방송을 통해 알리고 싶었다. 특별한 일상이 아닌 너무나 평범한 중년의 백수 생활이기에 더더욱.


정년퇴직을 한 60대 남성과 자식들을 다 출가시킨 60대 여성. 이들을 두고 사회에서는 '빈둥지증후군(자녀들이 성장해 부모의 곁을 떠난 시기에 중년 주부들이 느끼는 허전한 심리)'이 온다 혹은 설 자리가 없다, 반기는 곳이 없다 등등 다양한 시선이 쏟아진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을 보면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게 슬기롭게 백수 생활을 하고  있다.


백수생활 일지

 1. 아흔을 훌쩍 넘기셨음에도 농사를 지으시할아버지 댁에 수시로 가서 집안일을 거들고 밭일 하기

2. 출가한 두 딸(필자는 첫째 딸)이 "헬프미"를 외칠 때면 딸들네 가서 손주들 봐주기

3. 인사업을 하는  막내딸 일손이 달리거나 바쁘면 돕기

4. 가족 대소사 챙기기(아빠는 위로 누나 2, 아래로 여동생 2이 있는.1남4녀다.)  


할아버지 댁인 충남 당진 집 앞 슈퍼 가듯 가시고, 딸들이 사는 경기도 용인과 안양은 옆집처럼 다니신다. 마나 바쁘면 "옛말에 백수가 과로사 한다더니, 엄마아빠가 요즘 딱 그렇다"라고 수차례 말하셨다.

붉은 노을을 보면 우리 부모님, 모두의 부모님 같다.

어디 그뿐이랴. 두 분 취미인 등산과 파크볼 하랴(요즘 서울&수도권 산 정복 중) 자 친구들 만나랴(특히 아빠는 코로나 모임 제한이 풀린 후 각종 친목모임 일정이 수두룩이다) 바빠도 이리 바쁠 수가 없다. 


주변에서는 "집에만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 혹은 "부부가 붙어 있으면 많이 싸운다던데.." 라며 의아해한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두 분의 대답은 "아이고 심심할 시간, 싸울 시간이 어디 있어요~ 뭐든 우리가 도움이 될 일, 해야 될 일, 찾아서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답니다"이다.


말속에 부모님을 인간극장에 제보하게 된 의미이자, 사람들에게 소개하고팠던 이유가 담겨있다. 도움이 될 일을 찾아서 한다는 점. 찾지 않는 둥지라면 둥지를 떠나간 자식을 찾아가고, 설 자리가 없다면 설 자리를 찾아서 만들고, 연로하신 부모님을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뵙는 거 말이다. 이거야말로 백수가 된 중년에게 가장 적합한 슬기로운 생활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니 건강하게 지금처럼 바쁘게 백수 생활하시기를. 나의 역할은 백수 생활에 윤활유가 될 용돈(?)만 넉넉히 드리면 될 듯하다.

 


아! 제보의 결말은 "아직까지 방송국에서 온 연락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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