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진짜 실행력 최고다"는 말이다. 내가 생각해도 나의 실행력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여기에 추진력이라는 부스터까지 달면 해내는 일들이 놀랍다.
몇 가지 일화를 이야기하자면, 막냇동생이 "언니! 언니도 스마트 스토어 해봐. 쿠×에서 잘만 운영하면 꽤 수입이 괜찮대"라는 말을 했다. 평소 내가 관심을 둔 분야이기도 했고 유튜브 강의나 관련 창업 관련 글을 읽어보니 충분히 해볼 수 있는 일이었다. 난 그 길로 세무서, 구청 등에 문의를 했고 하루 만에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아 스마트 스토어를 열었다. 판매할 물건을 받은 날에는 새벽까지 사진을 찍고 상품 설명을 쓰는 등 나의 스마트 스토어를 꾸몄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를 정도로 재미있고 신났다. 더 신기한 건 판매 물건을 올려놓고 판매 개시를 한지 이틀 만에 주문이 들어온 일이다. 첫 주문을 받은 날 우왕좌왕하며 우체국에 다녀온 일은 아직도 생생하다. (오후 2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배송을 한다고 고객과 약속을 해뒀는데, 오후 1시에 주문이 들어온 것. 그날 첫째가 무슨 일이었는지 어린이집 등원을 안 했어서 물건 부랴부랴 챙기고 포장해서 첫째 손 잡고 둘째 아기띠로 안고 우체국으로 가서 택배를 부쳤다. 그때 내가 얼마나 정신이 없어 보였으면, 우체국 직원들 대부분이 나에게 와서 무슨 일이냐며 물건 들어주고 송장 붙여주고 도와주셨다. 아무래도 피싱 사기 당한 게 아닐까 생각한 것 같다. 애엄마가 애들 업고 안고 정신없이 우체국 들어와서 작은 상자를 보내고 있으니 뭔가 사기를 당한 거라고 생각했을 듯 ) 암튼 그렇게 고생해서 물건을 팔았는데 결과적으로 판매 수익은 마이너스 3000원. 그 이후에 한번 더 물건을 팔았는데 팔면 팔수록 마이너스인 구조라서.. 일단은 스탑 해둔 상태다. 내가 좀 더 스마트 스토어에 집중할 수 있는 때가 되면 다시 시작할 생각이다.
아이 방학 때 다녀온 과학체험관
또 다른 일화는 첫째 아이 여름방학 기간 때 있던 일이다. 일주일 동안 집에 있지 않고 매일 박물관, 미술관, 친구 집, 물놀이터를 갔다. 집순이인 내가 매일 어딘가를 가는 건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다. 심지어 14개월 아기와 5살 아이를 나 혼자서 데리고 나간다는 건 체력적으로도 힘든 일. 하지만 해냈다. 여름방학 동안이라도 딸에게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탐색을 해보게끔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전날 밤늦도록 집 주변에서 가볼 만한 곳을 찾아본 후 아침에 눈 뜨자마자 아이들을 준비시켰다. 든든하게 밥 먹이고 편하게 옷 입히고 혹시나 코로나로 예약제일까 싶어 미리미리 전화해보고 알아보고 그렇게 다녀왔다. 첫째는 생각보다 더욱 좋아했고 나는 그런 딸을 보며 뿌듯했다. 그래서일까.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이 방학이 끝나고 등원한 지 이틀 째 되는 날, "어머니 00 이가 뭐랄까 굉장히 적극적이고 말이 많아졌어요. 방학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요?"라고 묻기도 했다. 남편은 방학 동안 매일 어딜 그리 다녔냐며 집에서 좀 쉬지라고 했지만, 나의 빠른 실행력에 아이가 한 뼘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듯해 어깨가 으쓱했다.
이거 말고도, 출판사에 기획서 보낸 일, 부동산 전문가에게 상담 요청한 일 등등 많은 일들을 엄청난 실행력으로 해냈다. 모든 일들은 새벽에 다 했다. 도저히 애들이 안 잘 때는 할 짬이 안 나기 때문에 나의 모든 실행 역사(?)는 새벽에 이뤄진다. 그래서 생각을 해봤다. 아니 내가 왜 이리 실행력이 빨라지고 추진력까지 생긴 걸까. 그동안 나는 모험심도 없고 루틴 한 삶에 만족하고 정해진 수순으로 살았다. 그래서 뭔가 새롭게 시작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고 해내는 나의 막내 동생이나, 나의 친구 HJ를 보며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왔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거 같기 때문. 하지만 요즘의 나는 달라졌다. 못할 게 없고 머뭇거릴 일이 없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답은 엄마에 있었다. 내가 엄마가 된 것. 엄마가 된 나는 다음 혹은 나중에를 답보할 수 없다. 지금 바로 즉시 해야만 한다. 아이가 낮잠 잘 때, 아이가 등원했을 때, 아이가 혼자서 잘 놀 때 등등 나만의 시간이 조금이라고 생겼다면 그때가 바로 적기다.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그렇다. 아이의 밥 아이의 화장실 아이의 즐거움 모든 건 엄마인 내가 함께 해줘야 한다. 적어도 만 3살까지는. 그렇기에 나는 지금 아이에게 온 신경이 집중된 삶을 살고 있다. 어떤 결정을 해야 한다면 아이가 잠깐이나마 나에게 시간을 줄 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정은 물론이거니와 시작도 하기 어렵다.
그걸 깨닫고 나니 엄마로 살게 해 준 나의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변화를 싫어하고 결정에 앞서 늘 우물쭈물하던 나에게 실행력과 추진력이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아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걸 아이들에게 맞춰서 살아야 하는 게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진짜 샤워와 화장실을 마음대로 못 가는 건, 아직도 적응이 안 됨) 그마저도 이런 변화를 주었으니 감사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 고맙다. 그리고 기특하다. 투윤맘.
22. 8. 31.
엄마의 실행력이 가장 커지는 순간은 핸드폰으로 쇼핑할 때인 듯. 고민 없이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를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