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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somei Jun 07. 2021

#3

휴직 일기; 누가 직장인 아니랄까 봐 자기 계발 서적은 왜 그렇게 많은지


(2021년 6월 1일, 화요일) 어제부터 영 불만이 많다. 사실 불만인지 불안인지 모를 감정들이 내 안에 가득 찬 것 같다. 신기한 건 안절부절못하다가도 갑자기 졸음이 쏟아진다는 것이다. 내 생각뿐 아니라 내 몸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나는 나를 전혀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 뒤죽박죽 혼재되어 이제는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이라는 말이 그냥 계속 나온다. 괜한 짜증은 누군가에게 내비치기 싫은데, 누가 말이라도 붙일까 겁이 날 지경이라 오늘도 그냥 혼자다. 요 며칠은 집에 혼자 온종일 1인용 소파에 온몸을 맡기고 있거나 침대에서 생각 없이 누워있다 잠이 들었다. 그런데 어제오늘은 그냥 무작정 나왔다. 그냥 걷고 싶었지만 몇 년 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탓에 무거워진 내 몸이 걷기를 거부했다. 그래서 가까운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목적이 없었다고 생각했으나 내 무의식은 잠시도 가만히 있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미 에코백에는 책이 두 권이나 들어 있었다. 다 읽지도 못할 책이 늘 가방에, 테이블 위에, 책장에 가득하다.


첫 번째 휴직이 실패라는 생각에 두 번째 휴직에는 다른 거 말고 책만이라도 열심히 읽자 생각했다. 책장에 읽지 못한 가득 찬 책들은 제쳐 두고 책 욕심은 끝이 없어 온라인 서점을 또 열심히 뒤진다. 그 시간에 한 장이라도 더 읽었으면 벌써 몇 권은 읽었겠다 싶으면서도 중독처럼 핸드폰으로 계속 책만 검색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서점 장바구니에는 80만 원어치의 책들이 들어가 있다. 그런 장바구니를 보면서 난데없이 이런 생각도 해본다.

‘우리 집에 서가가 따로 있고, 수천 권의 책을 꽂을 수 있는 책장이 있다면 그리고 돈이 많으면…… 고민 없이 80만 원어치 책을 결제하고 밤낮 안 가리고 책만 읽을 텐데……’ 그리고 생각의 끝에는 ‘난 왜 아직도 직장인이지.’로 끝난다. 점점 가득 차는 책들은 더 이상 꽂아 놓을 자리도 없어 책상 위에 한가득, 바닥에도 한가득 자리를 잡고 말았다. 누가 직장인 아니랄까 봐, 자기 계발 서적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오늘은 기필코 두 권의 책을 다 읽고 들어가자 다짐했지만 한 권도 다 읽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2021 제 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배움의 발견』**은 어제오늘 작은 에코백에 너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정리하고 싶었는데 책이 차지하는 자리가 내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어 버렸다.



* 『2021 제 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 2021.

**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배움의 발견』, 열린책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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