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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용 Apr 19. 2020

결국 시는 ‘쓰기’로 싸운다.

황인찬 『사랑을 위한 되풀이』

황인찬 『사랑을 위한 되풀이』(창비, 2019)

 ‘우연처럼 보이는 것들이 참 잘 붙는 것 같다.’ 황인찬 시인은 얘기한다. 이에 대해 오연경 평론가는 ‘의미의 파장 안에서 작용하는 집단적 무의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음을 보인다. 우연한 것들의 정합성이 황인찬의 시 안에 있다. 이원 시인은 『아름답고 쓸모없기를』(김민정, 문학동네 2016)의 발문에서 ‘결정적 순간을 결정적 순간으로 만드는 것은 모든 것의 일치가 아니라 일치가 되는 우연에 포커스가 있는 것’이라고 하니, 우연의 자장 안에서 황인찬의 시선은 일종의 ‘딥 포커스’인 셈이다.

 글쓰기의 의미가 바로 ‘이곳’에서 발현되길 바라는 그는 시집 『사랑을 위한 되풀이』에서 ‘고민과 방황의 상태 자체를 진술’하기로 한다. 다중적이고 양가적인 감정의 폭을 담아내며 ‘이전에 아름다움이라고 믿어왔던 것으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잘 쓰려면 결정을 해야 하는데, 시어와 감정을 의미의 파장에서 길어 올리는 황인찬 시인에게 유예와 유보도 일종의 결정이다. 거두지 않고 머무는 시선이 거기에 자리하면서 더 많은 상이 맺힌다. 시작(詩作)의 의미는 유용과 무용의 구분이 없는 행위자의 순수성에 있다. 시를 쓰다 보면 ‘쓰기’ 행위 하나만 남게 된다는데, 결국에 시는 쓰기로 싸우게 되는 것이다. 황인찬 시인이 말하는 시의 ‘쓰잘데기’는 쓰는 행위의 순수성을 통과해 정치적인 의미까지 아우르는 시의 효과로 나타난다. 아름다움의 외연을 계속해서 다시 살피는 지극함이 바로 ‘사랑을 위한 되풀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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