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회의 533호, 마농지 대표 김미정의 기획자 노트를 읽고.
책을 만드는 것을 포함한 모든 기획에는 용기가 따른다고 생각한다. 구성이나 참신함이 그런 기획의 성패를 가르는 일이 될 수 있겠지만, 어떤 면에선 해야만 한다는 당위를 가로막는 것들을 뛰어넘는 행위에 기획의 큰 의미가 있기도 하다. 출판사 마농지의 김미정 대표가 세상에 내놓는 책의 종류는 대개 이런 것들이다. “누구라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내가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과 집단에 대한 이야기. 각자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어도 모두가 인간다움, 혹은 인간 밖의 모든 것을 생각하는 태도를 지녔기에 그들(혹은 책)은 다시 연결된다.
* 이전에 계간지에서 자본세(Capitalocene)에 대한 논의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걸 처음 주창한 스웨덴 생태학자 안드레아스 말름의 책 『코로나, 기후, 오래된 비상사태』가 5월 마농지에서 나온다고 한다.
“(…) 모두 행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완벽한 해법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문제에 직면할 때 뭐라도 해보려고 삶과 세계에 밀착하는 이들. ‘누구라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내가 해야 한다’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는 이들.”
“이것은 내가 책을 선택하고 만드는 과정에 용기를 주는 말이기도 하다. 사회 이슈를 다루거나 메시지가 선명한 책 앞에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소심해지곤 한다. 책이 말 하는 바를 내 삶이 감당할 수 있을까? 내가 이 책의 적임자인가? 이런 질문 앞에서 머뭇거릴 때,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생각이 용기를 준다. 특별한 사람이 아니어도, 뛰어난 행보를 보여주지 못해도 뭐라도 해보는 것이 중요하며, 때로는 거기서 큰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나와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