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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남우 Jun 16. 2021

합법적인 소원

"야. 만약에 딱 한 가지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어. 그럼 너는 무슨 소원을 들어줄래?"

이 질문은 우리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트리지 않고 하는 질문이다.


나는 이 질문에

"소원 100개를 더 들어줘"라는 대답을 했다.

창조경제 그 자체.

내 대답을 들은 질문자는 만족하지 못한 표정으로 "그런 거 말고 딱 하나만"이라고 되묻는다.

나는 이 질문에 크게 대답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도 딱 떠오르는 것은 <어바웃 타임>의 주인공처럼 시간을 이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과거로 언제든 갈 수 있는 정도.


나도 이런 질문을 자주 한다.

내 질문에 친구들은 돈을 달라고 하거나, 어떠한 초능력을 이야기한다. 절대 일어나지 않을 테니 뭐가 어떻든 상관없지만, 친구들은 누구 소원이 더 효율적인지, 이득인지 따지며 싸우기 시작한다. 나는 대게 이런 상황이 재밌다. 뭔가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해 깊숙하게 생각하는 것.


나는 하나의 상황을 제시한다.

소원이 법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이렇게 된다면 현금을 달라는 소원에는 한국 조폐공사에서 제조된 현실이 아니면 전부 위조지폐가 되는 것이다. 현금에 적혀 있는 일련번호 또한 실제 조폐공사에서 뽑힌 것이야 한다. 안 그러면 위조지폐가 되는 것이니.

계좌로 돈을 달라고 하면, 해당 은행에서 이 부분을 이상하게 생각하여 대처를 할 것이다. 순간이동을 할 수 있다고 했을 때, 오후 1시에 부산에서 CCTV에 찍히고 30분 뒤에 서울에서 CCTV가 찍히게 되면, 정부에서 잡아가서 인체 실험을 당할 수도 있다.

이게 뭐라고 이 상황 하나에 다들 진지해진다. 인체 실험당하면 아프겠지? 그럼 무슨 소원을 빌 수 있을까? 그냥 합법적으로 돈 달라고 하면 안 되나? 마치 여행 전날 장마 소식을 들은 사람들 마냥 대책을 마련한다.


이 바보들.

어차피 소원 들어줄 사람은 없어.

그래서 내 소원은 뭐였냐면


나는 대학교 때 달을 볼 때마다 소원을 빌기도 했으며, 시험 전날, 교과서를 베개대신 베고 자며 제발 시험 잘 보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어본 적이 있었다. 사실 이것들은 이루어진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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