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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아무나 Feb 14. 2016

10g의 영혼

감정을 가진 당신에게

어느 책에서 사람이 죽기 직전과 죽은 이후의 몸무게를 비교했더니 10그램 정도의 차이가 난다는 것을 보았다.

이 10그램의 영혼으로, 아니 정확히는 10그램짜리 영혼이 가진 감정이 몇천 배에 달하는 육신의 무릎을 꿇리고 걷게하고 뛰게하고 심지어는 육신 자체를 포기하게 한다.

나는 내가 겪는 감정의 저울이 여타의 사람들의 것과 조금은 다르다, 그래서 나는 감정을 경험하지 못하고 새기게 된다, 영혼의 10그램은 내게 들 수 없는 돌덩이이며 그 앞에서의 육신은 한없이 가볍다고 감히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마음을 줄여내기 위해 흘려야 했던 눈물과 형언하지 못할 감정 사이에 앉아있는 시간에 비해 몸을 줄여보겠다고 흘리는 땀과 고통은 달았다. 줄여 단단해진 몸은 내게 오랜 변화를 주었지만 마음이란 향불 위에서 고생스럽게 형태를 유지하는 재와 같아서 언제 풀썩 내려앉을지 모르는 것이었다. 너무나 크고 많으며 또 끈적이고 물컹거리는 감정이 내게 쏟아졌을때 나는 온 몸을 적시다 못해 바닥에, 벽에, 옆 사람에게 튄 저것들을 어떻게 거두어들여야 할 지, 아무런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무릎이 까지도록 닦아낸 감정들을 겨우 겨우 한 곳에 모아두었다 싶으면 더 진하고 두터운 것들이 세상을 적시도록 쏟아져내려 가벼운 육신은 날아가버리고만 싶었다.

그런데 날아갈 수 없더라. 한없이 퍼붓는 감정들을 오롯이 서서 맞을 수밖에, 울어봤자 허공이라 이젠 울 수도 없는 그런 상태로 오롯이 오롯이 이것들을 맞을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 많은 감정 중 기쁨만이 내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더라. 하루에도 몇 번씩 썼다 지우는 짤막한 편지로 생긴 세 번째 손가락 왼쪽의 굳은 살의 단단함이 어쩌면 근거가 되어줄 수 있을까?

앞으로도 자신이 없다. 이 끈적이는 것들을 다 버리고 맑은 거품으로 구석구석 깨끗이 닦아내고 싶지만 일어설 힘도 닦아낼 그 무엇도 없다. 그저 눈동자를 굴려 이것들이 만들어내는 익숙하고 하지만 늘 새로운 광경을 바라볼 뿐이다.

10그램의 영혼은 내겐 너무도 벅찬 것이었다. 토해내도 자꾸만 터져나와 차라리 눈을 감고 삼키는 오늘도 이 답답함과 누구 한 명 내게 다가와 어깨를 칠 때의 참지 못할 설움을 지치도록 누르며 앞만 보고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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