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요가원에 세번째로 갔다. 어제와 그저께는 같은 선생님(할머니 선생님)이었는데 오늘은 다른 선생님이 들어왔다. 젊고 아름다운 선생님은 아주 나긋나긋하고 우아한 목소리로 당최 무슨 뜻인지 모를 인도말을 끊임없이 하며 내가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동작들을 해나갔다. 앉은 채로 양 어깨 위에 양 다리를 얹다가, 가부좌를 한 상태로 팔 힘으로만 공중에 떠 있다가, 누워서 다리를 머리 뒤로 넘겼다 다시 가져와서 공중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마지막으로는 편히 쉬라며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가 했던 물구나무를 했다. 쉬는 동작이라면서요.. 물구나무 무슨 일입니까..
이런 동작들이 요가에 존재하는 것은 알았지만 눈 앞에서 보니 뭐랄까, 좀 경이로웠다. 그런데 그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수업을 듣던 사람들 대부분이 이 동작들을 거의 비슷하게 따라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동작들은 인도에서 20년씩 수양한 사람들만이 가능할 것이라 무심코 생각해왔었는데, 알고보니 내 옆자리의 20대 여성분도 그 앞자리의 30대 남성분도 아무렇지 않게 해내고 있었다. 매일 갠지스 강에 초를 띄우고 수양을 하면서가 아니라, 서울에서! 퇴근 후에! 강동구 지역주민 요가 수련원에 와서! 나는 이 대단한 사람들이 회사나 학교나 집에서 자신의 대단함을 어떻게 숨기며 참고 있을지가 궁금해졌다. 내 옆에서 수업을 같이 들었던 여성분의 회사 동료는, 자기 동료가 "오늘도 고생하셨어요!안녕히 들어가세요~"라고 인사한 후에 요가원에 가서 본인의 어깨에 다리를 걸고 공중부양을 하고 있는 것을 알까. 알고보면 매일 졸린 눈을 하고 과자를 먹으면서 'oo피디, 오늘도 일 하기 싫네요. 집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내 옆자리 동료도 퇴근 후에 어딘가에서 눈부신 탁월함을 뿜어내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에는 본인이 스파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가장 평범한 모습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온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어중간한 보통의 사람들이 내가 모르는 세계에서 대단한 일들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세상이 조금은 재밌게도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