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인생을 무시하는 가장 유쾌한 방식이다.
페르난두 페소아 같은 인물 때문에 예술가에 대한 환상이 생기는 것이다. 고흐, 카프카, 어쩌면 베토벤까지... 역사가 시작된 기간을 5000년이라 치고, 예술이라는 일이 직업으로 분류된 건 길어야 200년?
모차르트만 해도 귀족의 후원에 기댔으니
내돈내삶이 가능해진 건 정말 얼마 안 되었다.
베토벤 같은 영웅이 아니더라도 이로 인해 얻은 자유가 더 좋았겠지만.. 사실 동물로서의 인간과는 상의한 바 없는 취향과 선택.
예술가란 누구나 다중인격자가 아닐까?
적어도 몸과 영혼을 구분하는 병적 확신이 있다.
죽으면 상승할 혼에 대한 확신이라든가..
가슴 아프게 그들의 인생을 슬퍼하고,
그들을 사랑해주지 않았던 동시대인을 괜히 흘겨보고,
미친 고통과 불러들인 죽음에 서글퍼했던..
후일담의 예술가들...
하지만 어쩌지?
이제 알아버렸다.
내가 그들의 편이었던 건 그들이 부재하기 때문이란 걸....
그토록 사랑했던 그들의 작품이란, 결국 그들의 착란 속에 분리된 고인 영혼이 아닌가..
페소아가 말했다.
자신은 흔히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것을 다 가졌지만 결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의 인생과 영혼의 본질은 주인공 류는 아니라고..
무슨 말인지를 적나라하게 아는 나에게
작품을 좋아하는 것까지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통찰..
그래요, 헤이스 씨.
부정할 수 없어요.
육체에 갇힌 이 시간에 당신들이 곁에 있다 해도
당신이 원하는 걸 줄 수는 없을 거예요.
당신들의 존재가 자비 없는 삶을 증명했건만,
나쁜 사람들이 당신 영혼의 조각들을 마치 사랑해 줄 듯 낭만의 신화로 만들었으니...
낭만의 필연은 환멸이라고..
당신들이 고백해 줘서 이제라도 다행일까요?
하지만 아나요?
갇힌 유전자 덩어리의 본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낱 같은 자비에 기대어 산다는 걸..
그래서 이젠... 정말 가망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