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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 Jul 02. 2024

차마 할 수 없는 일

- 그 선을 넘지 않고 싶어서..

전략가는 체스 선수처럼 인간의 목숨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이다. 만일 전략가가 한 번에 공격으로 1,000개의 과정을 어둠에 몰아넣고 3,000명의 가슴에 고통을 줄 거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과연 그를 전략가라 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진정 인간적이라면 세상은 어찌 되겠는가? 인간이 진실되게 느낀다면 문명은 있을 수도 없을 것이다. 예술은 행동할 때 잊어야 했던 감성이 찾아가는 도피처다.
(중략)
그들은 기업과 상점의 주인 정치가 군인 종교적 사회적 지도자 유명한 시인과 예술가 아름다운 여인, 하고 싶은 걸 하는 어린이다. 명령하는 자는 느끼지 않는다. 승리하는 자는 승리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만을 생각한다.

         -불안의 책,  382~383pp


사회에서 성공하는 사람 속에 사이코패스가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 의미를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도 없었을 시기에 페소아는 이미 정리해 놓았네요. 평생 거추장스러운 삶을 질질 끌어야 했던 것도 예민한 영혼에게는 도움이 되기도 했네요.

다만 어떤 이는 목적 지향적인 전략가 같은 실용주의자 목록에 예술가가 왜 포함되었는지 의아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예술가야말로 가장 감성적인 사람이 아닌가.. 하면서요.


하지만 예술가들 가까이 있거나, 그 전기를 아는 사람들은 페소아가 왜 그들을 빠뜨리지 않았는지 알 거라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성공한 예술가에 열광합니다.

그들을 별로 비유하는 건 적절합니다.  

눈부신 빛을 동경하는 수준에서 안전하기 위하여 별과 우리 사이에는  안전거리가 필요하니까요. 별 중에서는 별일 없는 태양조차 우리에겐 거대하여, 그들로부터 적어도 1억 5천만 킬로미터는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그보다 가깝다면 생명을 빼앗길 것이태양 곁에서는 잡아먹히니까요.

큰 별일수록, 더 멀어야 아름다운 것이 별, 스타, 즉 성공한 예술가 대부분의 본질입니다.


삶을 부여받은 사람으로서, 성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건 예술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목표가 돈이나 명예는 아닐지는 몰라도 말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그 방법을 몰라서 성공할 수 없었다고 하겠지만, 그 마음 변치 않은 채 나이 들어가는 자들에게 방법은 더 이상 중요한 방해거리가 아닐 겁니다.

전략가로서 또렷이 보이는 길들이 한둘쯤은 보이겠죠. 하지만 그토록 간절했던 루트를 알고도 포기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내가 큰돈을 쥐고 싶었다면 벌써 손댔을 거다. 하지만 돈이 다 같은 건 이니어서 그쪽은 돌아보지 않았다.

이 말씀은 경매에 관심을 갖던 친구에게 그 아버님이 해주신 말이라고 합니다. 친구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아버님이라 생각했습니다.

몰라서가 아니라 알아도 가지 않는 길들이 있습니다.

친구 아버님이 결코 경매에 손을 대지 않으셨던 것처럼 말이죠.

공자는 자기를 헤아려 만물에 미치는 것이 곧 서恕라고 했습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할 수 없는 한계가 있죠. 바로 그 기준으로 세상 만물을 대한다면 세상은 인간적일 겁니다. 하지만 페소아의 시니컬한 말처럼, 전략가 없이 문명은 없었을지 모릅니다. 아름다운 광휘에 감춰진 그 별들도...


어떤 소설가가 지인의 이야기로 소설을 써서 물의를 일으켰다는 단신을 들었습니다.

딱히 그를 탓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 고전이 된 위대한 출세작, 데뷔작 대부분이 자전적 혹은 취재 명목으로 수집했던 이야기이니까요.

한국 소설에서도 르포에 가까운 출세작이 있다는 풍문을 들은 바 있죠.

현실이 더 소설 같다는 말도 있지만, 실화의 플롯은 강력하고 천재적입니다. 정말 훔치고 싶은 마음이죠.

아니, 남의 실화까지는 안 가도 됩니다.

자전적 소설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자기 얘기는 써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하죠.


하지만.. 자전적이라 해도 나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몇 가지 설정을 바꿔봐야 주변인들은 알아차리죠.

그래서 저는 항상 완벽한 허구를 헤맵니다.

글을 쓴다는 이유, 작은 재주로 개인 서사를 인간 보편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핑계를 댈 수가 없어서죠.

한편으로 무능한 글쟁이인 자신을 위한 핑계라는 얼굴 홧홧함을 식힐 수 없네요...

하지만 인류 보편 보다 단 한 사람의 내면이 제겐 더 중요해서, 나 자신 삶의 순간이 누군가의 도구가 되기를 원치 않기에 차마 나아갈 수 없는 그런 이야기들이 쌓여 있죠.

어쩌면 배려해 줄 필요 없는 악인일 수 있는 인물일지라도, 성공한 예술가보다는 사람으로 살고자 하는 마음이 아직은 더 커서 다행입니다.

적어도 저는 아직은 그렇습니다..

그런 소비, 그런 서비스, 그런 이야기들...

차마 할 수 없는 그것들에 제가 다치더라도 이직은 그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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