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이렇게 달리고 있다.(1)

꾸역꾸역 달리기

by 빛동이


어디 가서 ‘러너’라고 소개하기에 아직까지는 쑥스럽다. 소소한 취미라고 이야기하지만, 요즘의 엄청난 러닝 붐 덕분인지 많은 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어본다.


아직 뛸 엄두를 못 내는 이들은 러닝을 시작하게 된 계기 위주로 질문하고, 한 두 번 달려본 이들은 3km, 5km 이상을 어떻게 달릴 수 있는지 물어본다. 며칠 전에는 아내가 러닝에 빠져 10km 대회에 나간다는데 혹시나 다치는 것 아니냐며 체온 유지를 위해 출발 전 걸치는 우비를 어디에서 사는지 물어보는 애처가 선배님도 있었다.


재각각 다른 상황에서 러닝으로 피어나는 이야기 꽃이 얼마나 즐거운가. 많은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가 정치와 드라마 외에 다른 게 있었나?를 생각하며 그동안 받았던 질문들과 몇 개를 추가해서 한 번 적어 보았다.

이름하여 러닝 일문 일답.

꼭 100일 후뿐만 아니라 몇 년이 지나고 돌아보았을 때 2025년 11월 나는 어떠했을까. 최애 관심사는 무엇이고 목표 페이스는 얼마였는지 등의 추억을 곱씹으며 수다를 떨 수 있지 않을까. 더불어 Full 마라톤을 대비하며 변해가는 내 모습을 보며 러닝을 새롭게 도전하거나, 혹은 슬럼프를 겪고 있거나 러닝에 디깅을 하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 언제부터 러닝을 시작했나

- 뛰는 것이 어려운 상황은 아니었다. 배가 좀 나왔다 싶으면 가끔 저녁에 뛰었을 정도. 본격적인 시작은 '24년 봄 무렵이고 첫 대회는 '24년 5월 서울신문 하프 마라톤이었다. 1년 반 정도 지났다.


. 평소에 어느 정도 뛰는지

- 아이가 아직 어려서 대부분 아이를 재우고 저녁에 뛴다. 평소 7시에 저녁을 먹고 3시간 후인 10시 30분 정도에 뛰는 편. 한 번 뛸 때 5~10km 정도 뛴다.

- 월 마일리지는 지난달에 처음으로 100km를 채웠다. 그동안은 60~80km 정도였다. 주 5회를 목표했지만 주 2~3회 정도 뛰었다. (그 마일리지로 어떻게 Full을 도전하냐 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든 될 거다)

- 도쿄 마라톤에 당첨이 되고 나서는 이렇게는 안 되겠다 생각이 들어 주 러닝 횟수를 조금씩 늘리고 있다.


. 평균 페이스는?

- 600에서 630 정도다. 웃긴 점은 오늘 빨리 뛰자고 마음을 먹어도, 반대로 천천히 뛰자고 생각해도 결국은 비슷한 속력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요즘 가장 큰 고민이라 앞으로 천천히 풀어보고자 한다.

** 600이라는 말은 1km를 몇 분에 뛰는지를 의미한다. 즉, 1km를 6분에 맞춰 뛰는 것이고 시속 10km/h 로서, 헬스장 러닝 머신 10과 똑같은 속력이다.**


. 지금 하고 있는 훈련법이 있는지

- 유튜브나 인스타를 보면 인터벌, TT(템포런), LSD(Long Slow Distance), 조깅 등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아직 시도해 보지 못했다. 정확히는 조깅만 하고 있다. 사실 주 2회 뛰니 매번 리프레시되는 느낌이다. 뛸 때마다 오랜만에 뛰니까 ‘너무 과하게 하면 다쳐서 안돼’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게 함정. 마치 수학의 정석 앞부분만 닳아 있는 느낌…


. 같이 뛰는 크루가 있는지

- 없다. 혼자 뛰는 것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육아하면서 모임에 참석하는 게 쉽지 않다. 일단은 아이 케어가 우선. 혹시나 해서 당근에서 동네 러닝을 검색했던 적이 있는데, 요즘 러닝크루도 2030 나이 제한이 있더라. 40살은 서러웠다.


. 지금까지 참여한 대회는

- ’ 24년 1번, ‘25년 6번, 총 7번의 대회에 참여했다. Half 5번, Full 1번, 트레일런 1번. ‘25년에 목표가 있었다면 일단 많은 대회에 참가해 보자였다. 러닝 습관이 들기가 너무 어려웠어서 대회를 한 번 나가고 난 후에 방향을 다르게 잡아 보았다.

일단 대회를 지르자! 지르고 어떻게든 뛰어보자! P 스타일에 맞는 목표 설정이었다. 결과는 성공한 셈. 무더운 여름과 겨울을 제외하고는 매월 꾸역꾸역 대회에 나갔다. 처음에는 Half도 버거운 실력이었으나 이제는 한 번도 쉬지 않고 완주할 수 있는 기본기는 다졌다고 볼 수 있겠다. 3월에는 미친 척하고 Full에 나가 곤욕을 치렀고, 9월에는 트레일 러닝 28km를 신청해 죽다 살아났다. 조금은 무모하고 위험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대회 덕분에 멈추지 않고 꾸준히 뛰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너무 너무 너무 재밌었다.


(2)로 이어집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D-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