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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달린다.(2)

꾸역꾸역 달리기

by 빛동이



. 신고 있는 운동화와 차고 있는 시계는?

- 작년 첫 마라톤 때는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뛰었다. 나름 쿠션이 빵빵했고 디자인이 이뻐서 픽했던 운동화. 그래서인지 사이즈가 조금 작았고 뛰다 보니 쿠션과 발이 별개로 움직이는(?)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지인의 권유로 잠실에 있는 편집샵인 플릿러너를 알게 되었고, 그때 회사가 잠실에 있어 산책 겸 매장을 방문했다. 신발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신세계였고,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결제를 했는지도 모르게 내 손에 들려 있던 써코니 스피드 4 보스턴 에디션. 20만 원 정도에 구매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러닝화 수명이 500km라는 마케팅에 혹해 아식스 블라스트 5를 국내에 정식 발매가 되기 전, 올 초에 추가 구매했다. 블라스트 5는 올라운드 옵션이고 써코니는 준경주용이어서 사용을 달리 해야 하는데, 아직은 큰 차이를 못 느끼고 있다. 오늘은 조금 빠르게 달리고 싶거나 기분이 조금 더 좋을 때 써코니를 신고 있다.


- 시계는 가민 165를 사용 중이다. 작년 첫 마라톤 때가 기억이 난다. 뜨거워지기 시작한 5월. 평소 시계 차는 것을 너무 싫어해서 결혼 예물로도 시계를 하지 않았던 나였다. 손목에 차갑고 무거운 메탈이 놓인 느낌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핸드폰으로 나이키 러닝앱만 사용했었다.

그날도 똑같이 핸드폰으로 스타트를 누르려는데, 이게 웬 걸. 시작과 동시에 울리는 삐비빅 소리. 거짓말 보태지 않고 정말 나를 뺀 모든 사람이 시계에 손을 올리고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그때까지만 해도 러닝 데이터는 총거리만 생각했던 시기였다. 페이스고 심박이고 난 잘 모르겠고- 그냥 헉헉 거리며 뛰기만 하던 시절. 아내에게 오늘 5km를 한 번 도 쉬지 않고 달렸다며 뿌듯하게 자랑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러한 낭만과 초심이 가득했던 시기를 지나 대회를 한 번 다녀오고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사람들이 왜 시계를 차는지 폭풍 검색에 들어갔고 하필 또 가민 매장이 잠실 롯데월드 근처에 있어 또또또 산책을 다녀왔다. 그리고 며칠 뒤 내 손목에는 가민 165(그래도 적정선에 타협했다.. )가 자랑스럽게 차여 있었다.


. 자주 뛰는 코스는?

- 상암동 쪽에 거주하고 있어 불광천과 홍제천, 그리고 이어지는 한강을 주로 뛰고 있다. 최대한 연이어 똑같은 코스를 뛰지 않고 조금씩 변주를 주려고 한다. 확실히 뛰는 거리가 늘어나니 선택할 수 있는 코스도 다양해짐을 느낀다. 3~5km가 최선일 때는 우리 집 기준으로 불광천을 좌로 갈 것인가 아니면 우로 갈 것인가의 선택지뿐이었다면 - 이제는 연남동 쪽으로 혹은 상암동을 크게 웃도는 코스를 선택하기도 한다.


. 도쿄 마라톤에서 기대하는 성적이 있다면

- 첫 번째 목표는 Sub4다.

올해 3월에 정말 울면서 완주했던 동아마라톤 Full을 4시간 59분에 완주했기에 딱 1시간을 줄이고 싶다. 그러려면 자동적으로 걸으면 안 되고 오버 페이스로 퍼져서도 안된다. 적정 페이스와 속력으로 Sub4를 완주하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확실한 목표다. 겨울에 연습하면서 새로운 목표가 또 생겼으면 좋겠다.


. 이번 달 목표는

- 월 마일리지(한 달에 총 뛰는 km) 150과 LSD, TT, 템포런 등 다양한 훈련법을 하나씩 해보는 것이다. 이 글을 11월 말, 12월 초에 이어서 쓰고 있는데, 주말에 처음으로 LSD를 해봤다. 목표한 거리는 완주하지 못했지만(그 내용도 곧 써보겠다) 하나씩 미션 클리어 해보고자 한다.


. 러닝의 최종 목표는?

- 취미에 최종이 어디 있겠냐 싶지만, 막연하면서도 또 실낱같은 기대감을 안고 살고 싶어 적어 본다.

세계 7대 마라톤(뉴욕, 보스턴, 시카고, 베를린, 시드니, 도쿄, 런던) 완주.

가수 션은 2025년 한 해에 7개 마라톤을 완주한 거 같은데 나라고 할 수 없으랴. 원래는 한 10년 정도 지나서 Full 기록이 잘 나오면 한 번 해볼까 생각했었는데 얼떨결에 도쿄가 눈앞에 와있지 않은가. 다른 대회도 기웃기웃 대면 가능성이 열리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꼭 세계 7대 마라톤이어야 하는 법은 없다. 다양한 나라에 가서 도시를 뛰어 보고 그 나라를 경험하고 재미있게 놀다 오고 싶다. 여행 가서 뛰어도 좋고, 뛰러 가서 여행 다녀와도 좋고. 뭐든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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