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 어린이집에 가기까지
나는 다시 한번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사와 함께 가장 중요했던 것은 아이가 다닐 기관을 찾는 일이었다. 만 3세가 되면 구립이나 민간 어린이집을 가거나 유치원에 가게 된다. 나에게 제일 걸렸던 것은 교사 1명에 유아 15명이 한 공간에서 집단생활을 하게 된 다는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겨우 맨밥만 조금 밥을 먹고 낮잠을 토끼잠을 자던 아이라 15명이 교사 1명이 보는 집단 생활은 아무리 생각해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집단속에서 아이가 성장할 긍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자아가 발달하고 있는 유아기에 15명의 집단 속에서 나를 내세우는 일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자기 자신을 잘 알고 표현해야할 텐데 자기 자신의 욕구를 잘 알 수 있는 환경일까? 그리고 교사가 아이의 말을 잘 들어줄 수 있을까?
우리 아이와 같이 원 생활을 했던 친구들은 아파트 단지 앞 민간 어린이집에 한꺼번에 진학을 했다. 그 어린이집은 종교시설 부설의 어린이집이었는데 원장과 원감은 실제운영을 하지 않고 보여주기식 행사에만 집중을 한다고 소문이 나있었다. 특히 먹거리가 부실하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럼에도 엄마들이 그 어린이집을 선택한데는 인근 영어유치원에서 파견된 교사들이 영어 수업을 주 몇 회 해준다는 것,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축구와 태권도를 신청할 수 있는데 태권도장과 축구장으로 이동해서 수업을 해서 사설 학원을 다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프로그램이 꼬맹이들한테 필요해? 라는 질문을 해보았는데. 영아와 유아는 달라서 어린이집에 프로그램이 없으면 심심해 한다는 것. 그리고 사교육으로 영어와 체육프로그램을 시작 해야할 시기인데 어린이집에서 한큐에 해결해 주면 땡큐지 라는 반응들이 었다.
나는 아이가 현란한 눈속임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사와 진실된 관계에서 비롯된 놀이를 하기를 바랬다. 아이에게 뭔가 교육을 해야 한다면 아이의 발달단계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교육되어지길 바랬다. 내가 생각한 다섯 살 아이에게 필요한 교육은 즐거운 놀이였고 자연으로의 산책이었다. 놀이를 통해 아이는 규칙을 배우고 사리분별을 할 수 있게 된다. 놀이를 하며 이기는 경험도 하고, 지는 경험도 하며 자기 마음을 아는 아이가 되길 바란다. 그렇게 친구의 마음도 알게 되며 사람과 함께 하는 법을 배우길 바랬다. 아이가 아이로 그냥 살았으면 했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가장 할 수 있는 일이 자연 속에서 노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한 연령이 모여 있기보다는 다양한 연령이 모여있으면 더 멋지겠다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는 맏이이지만 어린이집의 형님들이 있어 모방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 있었으면 했다. 집에서는 동생이 한명이지만 어린이집에서는 더 많은 동생들이 있어 배려하는 마음과 방법을 아는 아이가 되었으면 했다.
그렇게 나는 노란대문 너나들이를 선택하게 되었다.
이사를 하고, 아이 원을 바꾼다고 휴가를 낼 수 있는 직장이 아니었기에 나는 적응과정 없이 아이를 보내게 되었다. 어린이집은 믿었지만 예민한 우리 아이가 잘 적응할수 있을가, 적응기간 없이 보내게 되어 아이가 적응하지 못하지 않을까 또 잔뜩 성이난 아이를 어떻게 맞이해야할까 두려움에 떨며 아이의 하원을 하게되었다.
노란대문에서 발랄하고 밝은 표정으로 톡 튀어나온 우리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 여기 내일 또 와도 되?”
덧1. 영어 유치원에 다니는 내 조카도, 위에서 예를 든 급식은 부실하지만 많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대형 민간 어린이집에 다니는 친구의 아이도, 유치원에 다니는 지인의 아이도 자기가 다니는 기관을 사랑하고 즐겁게 다닌다. 그리고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 아이들은 그렇다. 세상을 신뢰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덧2. 나와 다른 기관을 선택한 주양육자들도 부모로서의 확신을 가지고 여러 가지 조건과 상황을 따져 기관을 선택했을 것이다. 어느 부모가 좋지 않은 기관을 선택했겠는가?
세상엔 다양성이 존재한다. 나는 그 다양성 중에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선택했을 뿐이다.
부모가 확신으로 결정하고 보낸 기관은 그냥 옳다.
그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주양육자들이 공동육아라는 선택지를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