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공동육아 교사들
난 눈사람의 일일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에게 눈사람은 너나들이의 첫 인상이다.
2022년 1월. 이사를 앞두고 아이들을 보낼 어린이집에 상담을 갔다. 당시는 코로나가 극성하는 시기라 원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앞마당에서 원장선생님인 눈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상호 인사를 하고 몇마디 채 나누기 전에 저 길 끝에서 한 아이가
“눈사라암~~~~”
하고 큰 소리로 외치며 다다다다다 달려오더니 눈사람의 품에 푹 안기며 눈사람을 끌어안았다. 그 아이는 감기로 당일 결석했던 아이였는데 어린이집 앞마당에 나와있는 눈사람을 보고 반가워 뛰어와 안긴 것이었다. 그 장면은 나에게 쇼츠 영상처럼 각인되었고 그날 나는 눈사람에게 별달리 물을 것이 없었다. 아이가 이렇게 뛰어와 안길정도로 사랑하는 선생님이 있는 곳이라면 더 이상 물을 것이 없었다.
우리 아이들이 너나들이에 등원을 하게 된 이후로 눈사람은 사실 원장 선생님 같은 모습보다는 흡사 소사 같은 모습으로 아이들 곁에 있었다.
아이들이 흙놀이할 때 물 길어다 주는 역할,
아이들과 텃밭 활동을 하며 잔뜩 거두어 들인 고구마 순 까는 역할,
아이들이 뒷마당 놀이할 때 방해가 되는 잡초 뽑는 역할,
아이들이 특별한 산책을 갈 때 도시락을 싸들고 후발대로 산책 장소로 가는 역할,
앞마당의 작은 화분에 채송화 씨를 뿌리고 돌보는 역할,
어린이집에 적응 중인 아이가 엄마 올 시간을 눈이 빠져라 기다리면 하원시간을 알리는 종이 시계를 만들어 주는 역할,
아이들이 재미있는 놀이를 하면 옆에서 박수치고 맞장구 치는 역할.
내가 본 눈사람은 이런 일들을 하고 있었다. 한평도 안되는 눈사람의 사무실에는 늘 처리해야하는 서류더미가 쌓여있어도 눈사람은 아이들 사이에서 교사들 사이에서 그 틈새 틈새에 누구라도 해야하는 아이들과의 진짜 일들을 하고 있었다.
감사할 수 있는 존재가 있는 공간.
모방할 수 있는 존재가 있는 공간.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기꺼워 하는 원장 선생님이 있는 공간.
그리고 우리 아이가 눈사람에게 반쯤은 푹 기대서 눈사람과 애인처럼 숨결을 나누며 종이접기를 할 수 있는 공간.
노란대문 그 공간.
그 공간이 너나들이 인것이 자랑스럽다.
그 공간을 지켜주는 눈사람이 내 아이의 인생의 길목에 서 있는 것이 나는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