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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Jan 25. 2022

수면 교육하다가 엉엉 울던 날들

퍼버법 수면교육 실패기

이번 수면교육이 처음은 아니다.

생후 6주에 했던 수면교육은 젖을 물고 자던 신생아 때의 버릇에서 착안해 쪽쪽이를 활용했던 것이라 1~2주 만에 곧잘 익숙해졌다. 아이는 잠드는 것을 매우 쉬워해서 졸려하면 침대에 눕혀두고 쪽쪽이를 물리면 3초 후에 바로 잠들었다.

덕분에 육아의 질도 월등히 좋아졌다. 나는 아이를 안고 자는 것에 일찍부터 해방되었고 아이가 자는 시간을 활용해 운동도 하고, 밥도 잘 챙겨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생후 6주 때의 수면 프로세스 : 마지막 수유하기 > 얼굴 닦기, 손발 씻기 > 로션 바르기 > 코에 이물질 제거하기 > 수면조끼 입기 > 쪽쪽이 물고 잠들기


하지만 5개월 마지막 주 차에 돌입했을 때 시댁과 친정에 일주일간 머물면서 어쩔 수 없이 같은 침대를 쓰게 되었도 아이는 잘못된 수면 연상 (같은 침대에 누워 엄마 숨결을 들으며 자는것)에 익숙해져 쪽쪽이를 거부하고, 본인 침대에서 잠들기를 매우 힘들어했다. 5일이면 안 좋은 버릇이 익숙해지기 매우 적절한 시간이었다.


나는 우리 아이에게 맞는 수면 교육을 다시 고민했다.

쉬닥법/토닥법 : 아이를 토닥이며 입으로 쉬~ 소리를 내는 방법은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는 내 손을 계속 만지고 싶어 했고 (평소에도 손 만지는 것을 좋아한다) 안아달라는 듯이 팔을 펼치고 칭얼거렸다. 이건 오히려 과한 자극이 되어 아이가 잠을 못 들게 하는 듯했다.

안눕법 : 아이를 안고 있다가 잠이 들랑 말랑 할 때 내려놓는 안눕법은 아이에게 편치 않은 듯했다. 아마도 생후 6주부터 등 대고 자는 것이 익숙했기 때문에 이제야 안고 있는다고 익숙해하지 않았다. 어찌어찌 품속에서 잠들어도 곧잘 깼다. 게다가 6주 때 안눕 법을 실천했다가 네 시간 동안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했는데 이제는 9킬로가 넘는 아이를 감당할 무릎과 팔목이 아니라서 일찌감치 포기했다.

도란도란 대화 소리 들려주는 방법 : 우연히 알게 된 좋은 (?) 방법은 아이를 눕혀 두고 도란도란 대화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었다. 수면교육 둘째 날이었는데 그날 마침 놀러 온 동생과 아이를 눕혀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니 곧 잠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낮잠이긴 했지만 너무 신세계라서 밤잠에 바로 적용해봤는데 보통 혼자 육아를 하는 나는 혼잣말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지 않았다. 결국 책이라도 읽어야지 싶어 아무 책이나 낭독을 했지만 ‘도란도란’이 포인트였던 것 같다. 아무래도 책을 혼자 읽는 것은 어른들의 자연스럽고 애정이 담긴 도란도란의 느낌은 아니었나 보다. 아이는 점점 더 불편해했다.


결국 내게는 아이를 울게 해 아이가 스스로 잠드는 방법을 찾도록 하는 퍼버법만이 남아 있었다.

퍼버법은 내가 결코 하고 싶지 않았던 방법이기도 했다. 나는 평소에도 아이를 울리지 않으려도 노력했고 아이 역시 순한 편이라 거의 울지 않아서 우는 모습을 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방법이 없었다. 아이는 매일매일 잠드는 것을 힘들어했고 옆에서 누워 같은 침대에 재우는 것은 모두를 위해 좋지 않았다 (달콤한 아이의 냄새를 맡으며 자는 것은 나를 위해서만 좋겠지)

곧 분리 수면도 예정하고 있어 마음이 급했던 우리 부부는 급하게 퍼버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너무나 많이 지치고 힘들었다.


많은 블로그에서는 드라마틱한 성공사례, 예를 들어 첫날은 울었지만 둘째 날부터는 바로 잘 자더라는 성공사례만 보였다. 그래서 얼핏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 아이도 그렇게 빨리 적응할지 모른다는 헛튼 기대였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참을 수 없다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하는 방법이다. 결과적으론 우리는 수면교육에 실패했고 그 과정을 기록한다. 나에게는 피 말리는 시간이었다.



수면교육 첫째 날

아이는 엉엉 울면서도 쪽쪽이는 하지 않고, 안아줘도 눕혀놔도 진정되지 않았다. 같이 있던 남편은 나보고 방에서 나가 보라고 한 뒤 그렇게 아이를 40분을 울렸다. 우리는 퍼버법을 실행하게 된 것이다.


아이는 그냥 울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순둥순둥 하던 아이는, 평소에 절대 울지 않는 아이는, 정말 이렇게 까지 울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소리를 지르며 서럽게 서럽게 울었다. 아이가 울고 나도 울고, 시간은 야속하게 느리게 흘렀고 아이도 지지 않고 멈추지 않았다. 울음소리는 점차 커지더니 40분을 넘기자 갑자기 끊겼다. 그리고 아이가 잠들었다. 나는 아이가 숨은 잘 쉬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울다 잠든 아이의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날 아이는 깨지 않고 아침 6시까지 꿀잠을 잤다. 의도치 않게 밤중 수유까지 끊는 것을 경험했다.


수면교육 둘째 날

이튿날은 28분을 울었다. 아이가 밤이 되어 칭얼거리다가 울기 시작했는데 이때 울음은 마치 "엄마 나 자고 싶어요, 그런데 어떻게 자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를 자게 도와주세요"하는 울음 같았다. 이날부터 남편은 퇴근이 늦어 집에 없었고 내가 해야만 했다. 사실 마음이 약해져 있었지만 잠드는데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니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나는 아이를 눕힌 뒤 잘 자라고 말한 후 3분, 5분, 10분, 10분 후에 아이를 보러 들어갔다. 그리고 한번 방에 들어가면 1분만 머물기로 했다. 영영 아이를 놓지 못할까 봐, 그랬다가는 아이가 울었던 노력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니까 이를 악 물어야 했다. 아이는 내가 들어 올리자마자 울음을 먹으며 서러워했다. 나는 눈물을 꾹 참고 아이를 꼭 안아 들며 말했다.


아이야, 엄마 아빠는 네가 잘 잘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해. 무섭거나 힘들거나 잠이 잘 오지 않으면 마음껏 울어도 돼. 엄마 아빠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그렇게 울다가 네가 곧 혼자서 자는 방법을 깨우칠 것이라고 엄마는 믿어. 사랑하는 아이야.. 어서 푹 잘 수 있도록 해보자. 정말 많이 사랑해

이 말은 아이에게 하는 말이자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렇게 1분이 지난 것을 보자마자 우는 아이를 다시 눕혀두고 잘 자라고 말하며 나와야 했다. 아이는 내가 다시 나가는 것을 아는 듯이 눕히자마자 엄청나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울어대는 아이를 눕혀두고 나오는 부모의 심정을 누가 알까. 아이를 위해 단호해져야 했지만 나는 또 거실로 나와 엉엉 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고 아이는 잠들었다.


수면교육 셋째 날

22분을 울었다. 나는 다른 방에 가서 기도하며 아이가 어서 빨리 혼자 잘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기를 간절히 바랬다. 신을 믿지 않지만 누구라도 붙잡고 싶었다.

아이는 다른 날들보다 더 빨리 잠을 청했지만 문제는 배가 고팠는지 새벽 세시쯤 깨어 울었다. 마지막 수유를 7시쯤 했기 때문에 8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아이와 우리는 같은 방에 있었고 아이를 계속 울려도 될지 고민했다.


이때 우리는 밤중 수유를 끊는 것과 수면교육을 헷갈리고 있었다. 아이는 50분 가까이 울었고 (이때도 퍼버법의 형태와 비슷하게 5분, 10분, 15분 이후에 아이를 달래기는 했다) 멈추질 않았다. 특히 같은 방에서 아이가 우는 울음소리를 고대로 듣고 있자니 나는 살이 쭉쭉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온몸이 아이의 울음에 저항하며 힘들어했고 귀를 막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버티지 못하고 다른 방으로 조용히 도망을 쳐서 아이가 우는 내내 같이 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이런 방법밖에 없는 건지, 자기 전에도 울었는데 깨서도 울려야 하는 게 맞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다행히 <삐뽀삐뽀 119 소아과> 저자이자 동명의 유튜브를 운영하는 하정훈 소아과 전문의 글 '수면 교육과 밤중 수유 중단하기'를 찾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해당 링크는 모바일에서만 정상 작동합니다) 요지는 수면 교육과 밤중 수유 중단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글에서 나와 있듯 ‘수면 교육은 저녁에 잘 때 일정한 형태로 잠드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고 밤중 수유 끊는 것은 밤에 먹고 자지 않고 밤새 자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특히 아이가 9시간 이상 잔 상태라면 배고파 우는 게 당연하나, 먹는 양을 점차 줄여가거나 보리차를 먹여가면서 서서히 수유를 끊게 도와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울리는 방법도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전자를 선택했다. 수면 교육을 동시에 진행 중에 있었기 때문에 아이에게 혼란을 주고 싶지 않았고, 아이가 우는 것을 계속 봐야만 하는 괴로운 마음 때문이기도 했다.


아이는 한번 수유할 때마다 보통 5분 정도, 많게는 두세 번 전도 수유를 하는데(6개월에 비해 밤중 수유가 잦은 편이었다), 이날은 총 3분만 한 번 수유를 했다(아이가 한번 일어났다). 처음에는 1분만 주고 눕히자 아이가 여전히 잠을 못 들어하길래 좀 더 먹여서 재웠다. 그랬더니 아이는 잘 잤고, 우리도 한 시간 반 만에 다시 잠들 수 있었다.

되돌아봤을 때 우리가 밤중 수유를 끊는 것과 수면 교육을 하는 것을 헷갈리는 것은 정말 최대 실수였다. 아이를 의미 없이 울리고 말았으니까.



수면교육 넷째 날

17분을 울었다. 이날은 지방에서 부모님이 잠깐 와계셨다. 미리 언질은 했고 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엄마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공포감을 줄 뿐이라며 나를 크게 나무랐다. 큰 소리가 오고 갔고 엄마는 더 이상 아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다며 결국 동생네 집으로 가셨다.

나는 아이 울음소리를 듣는데만 해도 이미 엄청나게 예민해져 있었는데, 그런 상황에 부모님의 나무람은 나를 더 힘들게만 만들 뿐이었다.

아이는 어제보다 더 빠르게 잠들었지만 새벽에 계속 끙끙거렸다. 어른들의 높아진 목소리를 들어서 아이가 안정을 갖지 못하나 싶어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또 아무리 내가 확신을 가지고 한다고 한 들 , 아이에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 들 맞는 타인이 나를 두고 비난하는 것은 ‘나는 과연 좋은 부모인가’, ‘이게 최선인가’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나를 힘들게 했다.


수면 교육 다섯째 날

아이는 19분을 울었다. 어제보다 나아질 것이라 믿으며 10분 초반대를 예상했는데 어째서인지 더 나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어제도 그랬지만 잠 사이클이 한번 지난 후 (보통 아이들 잠 사이클은 45-55분이라고 한다) 오잠시 깼다. 마음이 약해져 안아주고 달래 재웠지만 울음 때문에 코가 막혀서 깬 것 같았다. 코가 답답해해서 세워서 안아주니 곧 숨 쉬는 것을 편해했다. 이것은 울음이 좀 덜해지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된다.

두 번째 사이클에서 또 깼지만 3분 정도 기다리니 다시 잠들었다.

그러나 곧 세 번째 울음이 있었다. 우는데 여전히 코가 막혀 있었다. 걱정되는 마음에 결국 안아 올렸다. 아이는 더 울었고, 콧물을 빼려고 노시부 기계를 빼는데 시간이 걸렸더니 아이는 졸려해 다시 눕혀 재웠다. 돌이켜보면 이때도 그냥 잠들 수 있도록 기다려야 했던 것 같다.

보통 일주일 내로 울지 않고 잘 자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우리는 중간중간 잘못된 판단을 해서 아이가 더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에 또 눈물이 났다.


수면교육 여섯째 날

아이는 22분을 울었다. 이틀 연속으로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고 있었다. 짧아져야 하는데 길어지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싶었다. 아이는 잠든 이후로도 한 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세번을 울었다.


아이는 잠들었지만 우리 부부는 논의 끝에 수면교육을 멈추기로 했다. 수면에 드는 시간까지 시간이 점점 오래 걸리는 점, 매번 울고 자다 보니 코가 막혀 자주 깨는 점, 그리고 내가 심적으로 매우 지쳐있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아이를 울리기 시작한 날부터 입맛이 정말 뚝 떨어져서 그 좋아하던 간식을 입에도 대지 못했고 밤만 되면 또 울 아이를 볼 생각에 벌써부터 우울해졌다. 거짓말처럼 수면교육을 멈추기로 하자 나는 급 생기와 입맛을 찾았다.


그래도 퍼버법을 공부하여 실제로 적용해가며 크게 배운 점이 하나 있다.


‘아이는 혼자 깨우칠 수 있다, 최소한으로 개입해 아이가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지 말자’이다.


내가 처음부터 아이에게 최소한으로 개입했다면, 새벽에 칭얼거릴 때 바로 안고 달래기보다 좀 더 시간을 주었다면 이렇게까지 수면 교육을 해야 했을까.


그래도 이미 지나버린 시간에 마음 아파하기보다는 아이와 함께하는 식사시간, 놀이시간에 아이 스스로 깨우치는 시간을 주도록 의도적으로 노력해야겠다는 것을 배웠다.


수면교육은 실패했지만 여전히 아이 잠은 문제였다. 잠드는 것을 힘들어했고 같은 침대에 누워 자야 조금 마음이 편안한 듯 보였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우리가 왜 실패했는지,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적용할지 처음부터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책 <느림보 수면교육>에는 3-5일 내로 아이가 좋아지는 것이 보통이고 일주일 이상 소요되도 좋아지지 않는다면 다른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라고 되어 있다. 또한 같은 책에 따르면 이 방법을 고안한 리처드 퍼버 박사는 모든 어이가 이 방법이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다음 글에서는 내가 실패한 이유를 분석하고 그 이후 진행 방법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끝나지 않은 수면교육 제발 끝내자 흐를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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