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에 부는 럭셔리 바람
물걸레 청소포가 다 떨어져 다이소에 갔습니다. 물걸레 청소포 24매에 12,000원, 한 매에 500원 역시 다이소!
계산대로 가는 길에 쿠팡에 검색해 봅니다. 70매에 22,000원.... 1매당 300원.... 핵이득?? 다이소를 나오면서 쿠팡을 켭니다. 하루만 청소 안 하면 됩니다. 쿠팡은 내일 도착하거든요,
다이소를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롯데백화점에 들립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쐬면 이것저것 구경을 합니다. 1층에 골든구스 매장이 들어왔네요, 하나쯤 갖고 싶었는데 음... 들어가서 가격을 봅니다. 70만 원? 나를 위해 70만 원쯤은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며 백화점을 나옵니다 (결국 사지는 못했습니다 ㅠㅠ)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2018년 20대 고객의 명품 구매는 2017년 보다 28.5% 증가했다고 합니다. 같은 기간 30대 고객의 명품 구매도 14.1% 늘어났습니다. 2015년 20대와 30대 고객의 명품 구매 신장률이 각각 8.7%, 5.5%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명품 시장의 성장은 굳이 통계를 살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저 같은 사람도 시계나 신발은 명품으로 하나쯤 갖고 있어도 되지 않냐라고 생각하는거 보면 명품의 심리적 허들이 많이 낮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역시 인간지표!!"
여기에는 럭셔리 브랜드의 대중화 전략이 맞물려 있습니다. 신발, 지갑 등 상대적으로 가격 허들이 낮은 액세서리류에 디자인과 라인업을 강화해 일반 소비자로 하여금 명품 브랜드를 경험하게끔 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거리에서도 어렵지 않게 명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여기 명품과 정 반대되는 소비트렌드가 있습니다. 가성비는 다이소로 대변되는 소비트렌드로 지난 몇 년 동안 소비 시장을 주도했던 키워드입니다. 저렴한 가격대와 높음 품질을 경쟁력으로 한 제품들이 실리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충성고객을 지소적으로 늘려 왔으며 지금은 거의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소비 트렌드 되지 않았나 생각을 합니다. 실제 쿠팡의 생수 PB 제품인 '탐사수'는 기존 생수 상위 브랜드를 모두 제치며 2019년 6월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 상품으로 등극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어제는 다이소로 표방되는 가성비가 소비트렌드라고 말했다가, 오늘은 20대 욜로족의 명품 구매가 증가한다는 레포트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돈을 아끼는게 트렌드인지, 소비하는게 트렌드인지 헷갈립니다... 무엇이 정답일까요?
소비는 점점 양극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는 과감히 투자하고 남은 부분은 가성비가 좋은 제품들로 대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양분화된 소비트렌드가 가장 잘 관찰되는 분야는 바로 패션분야인데요 이러한 소비 트렌드는 앞으로도 가전, 가구, 여행 등 다양한 분야로 가속화될 것입니다.
▶ 명품·고급 가전 매출 '쏠쏠'…백화점·TV홈쇼핑은 실적 선방
이러한 소비의 양극화 바람은 여행 업계도 예외가 될 수 없었습니다. 여행지에서 숙소를 선택할 때 에어비엔비 (Airbnb)를 이용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어떤 이는 주방, 세탁 등의 편의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에어비엔비를 이용하고 또 다른 이는 호텔과는 다른 느낌에 예쁜 집에서 머무르기 위해 에어비엔비를 이용하곤 합니다.
이처럼 에어비엔비는 여행자의 목적에 맞게 다양한 숙소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우리가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에 수영장이 있고, 맛있는 조식이 나오는 5성급의 호텔에서 머무르고자 하는 니즈가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풀빌라나 독채처럼 고급숙소에 머무르고자 하는 니즈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고, 이윽고 2017년 초 $300 million (약 3.6천억)를 투입해 풀빌라 렌탈 회사인 '럭셔리 리트리츠 (Luxury Retreats)'를 인수하게 됩니다.
그리고 에어비엔비는 프리미엄 상품을 출시하기 앞서 1년 동안 다수의 헐리웃 스타들에게 프리미엄 상품을 무료로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이들이 직접 SNS에 자신이 체험한 상품을 업로드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비욘세는 2016년 슈퍼볼 공연을 위해 산타클라라를 방문했을 때 하룻밤에 1만 달러 (약 1,200만원)에 달하는 에어비엔비 숙소에서 묵었다고 페이스북에 공유를 했습니다. 다음과 같은 코멘트를 남기면서요 'It was a Super weekend Airbnb'. 2016년 슈퍼볼 공연은 콜드플레이와 브루노마스 그리고 비욘세의 합동 공연으로 그 어느때 보다 이슈가 되었던 공연인데요, 에어비엔비는 이를 통해 에어비엔비에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참고로 해당 공연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유투브 영상 중 하나입니다. 한번 보시면 아마 금방 빠지게 될 것입니다. 글을 끝까지 읽은 다음에 클릭해 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RDrXYrHxwEw
저스틴비버는 신작 앨범 '퍼포즈' 투어를 진행하는 동안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저택에 일주일간 머물렀습니다. 이 저택은 5개의 방과 8개의 화장실, 게임룸, 피트니스센터, 스파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하룻밤 숙박비는 약 1,200만 원이었습니다. 물론 에어비엔비가 숙박비 전액을 부담했습니다.
2017년 고급숙소를 선보였던 에어비엔비는 2년 간의 운영 경험을 통해 고급 숙소에 대한 이해를 넓혔으며, 지난 6월 이러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층 더 새로워진 맞춤형 럭셔리 숙박 서비스 '에어비엔비 럭스 (Airbnb Luxe)'를 론칭했습니다. 맞춤형 럭셔리 숙박 서비스라.... 마치 슈퍼 초 울트라 이런 느낌인데, 단지 럭셔리한 숙소만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우선 300개가 넘는 에어비엔비의 자체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전담 여행 디자이너가 맞춤형 여행과 서비스를 담당하여 여행 전체를 설계해 주는 서비스인 것입니다.
에어비엔비 럭스에는 전 세계 2000여 개의 숙소가 등록되어 있는데요, 이중에는 섬을 통째로 예약할 수도 있는 상품도 있습니다.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누쿠테피피(Nukutepipi)는 산호로 유명한 섬인데, 에어비앤비 럭스를 통해 이 섬을 통째로 예약해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는 여행을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으려면 집이 최고죠 ^.^;
이로써 에어비엔비는 도미토리 부터 최고급 숙소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보함에 따라 양분화된 소비자의 니즈 모두를 만족시키게 되었고, 더 높은 가격대의 숙소를 통해 더 큰 이익을 남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 1월에 LA 여행을 갔었습니다. 빠듯한 예산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곳은 숙박뿐이었습니다. 아마 제가 숙소를 예약할 때 제일 많이 누르는 필터가 '낮은가격순' 일 것입니다...(눈물) 1박에 15만 원 정도가 평균이었는데, 하루쯤은 헐리우드의 좋은 호텔에서 자보고 싶었습니다. 15만 원짜리 숙소를 8일 예약할 수 있었지만 10만 원짜리 숙소를 6일 예약하고 30만 원짜리 숙소를 2일 예약했습니다.
누가 아침은 왕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어야 한다고 했는데, 아침은 거지처럼 저녁은 왕처럼 먹었습니다. 아침과 점심을 인앤아웃에서 해결하고 저녁 한끼는 호텔에서 야경을 보면서 맛있는 식사를 했습니다. 저스틴비버처럼 에어비엔비가 비용을 내주지는 않았지만 ... 셀프 미국 갬성좀 내봤습니다.
우리는 합리적 소비스를 추구한다고 하지만, 때로는 너무나도 감성적인 소비를 하곤 합니다.
저는 오늘도 아침에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보고 저녁에 마켈컬리에서 주문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