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할 때, 청소를 할 때, 식물 잎을 닦아주고 물을 줄 때의 고요함이 좋다.
평일 동안 시끄러웠던 머릿속을 잠시 빠져나오는 느낌인데,
마치 차들로 꽉 막힌 강남 일대를 벗어나 교외로 나가는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는 그런 느낌이랄까.
0.1초도 소리가 비지 않는 북적이는 쇼핑몰에서 사람보다는 나무가 많은 숲길을 걷는, 그래서 유일한 소리라고는 새소리와 내 발자국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부딪히는 나무소리만 들리는 그런 고요한 느낌.
"오늘은 얼굴이 편안해 보이네"
토요일 오전, 늦잠을 자고 쫓기지 않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하고 분리수거도 했다. 화분들이 빛을 잘 받게 자리를 옮겨주고 물을 주었다.
온전히 내 눈앞에 일들에 집중하고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아서인지 남편이 내 얼굴이 편안해 보인다고 했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이런 공백을 넣어야 또다시 북적이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갈 에너지를 얻는다.
이런 공백이 채워질 때 비로소 나의 주변을 더 집중해서 보고 느끼고, 감사하게 된다.
이 나이가 되면 이런 밸런스쯤은 너무나 쉽게 잘 조절해가며 지낼 줄 알았는데, 여전히 어렵고 서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