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돌어보며.
2023년 올해는 내 인생에서 가장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내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다양한 변수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런 한 해였다. 인생 첫 수술, 엄마의 불안감을 동반한 우울증, 가족 문제. 어느 것 하나 그냥 넘어가는 것 없이 1월부터 3월까지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것들이 모두 한 번에 휘몰아쳤다.
마음의 동요가 많이 일었고, 도저히 어쩌지 못해 무력감을 많이 느끼기도 했다. 파도에 치이고 휩쓸려 정신을 못 차리기도 했는데, 어쨌든 12월 31일이라는 숫자를 보니, 그 시간들은 이제 과거가 되었다는 것에 안도감과 그때 내 옆에 있어준 사람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구나 싶어 뭉클해지는 2023년 마지막 날이다.
말 한 마디에 달려 나와 같이 울어주던 친구, 바다 건너에서 나를 불러내어 정신을 쏙 빼놓게 만들어 놓고 웃을 수 있게 만들어준 친구, 내가 온갖 변수들에 휘청이고 있을 때 진심을 다해 나의 상황을 물어봐 주고 들어주고, 시간 내어 자신의 인생 이야기까지 꺼내어 주던 나의 매니저.
그리고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상태로 일터에 돌아왔을 때 여전히 그 자리에서 나를 바라봐 주던 동료들도 내가 다시 아무렇지 않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었다.
이 사람들 덕분에 나는 힘을 내서 살아냈던 것 같다. 정말 고마운 사람들.
이런 시간들이 지나면서 굳은살이랄까, 인생의 큰 파도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사실 마음의 준비라기보다는 언제든 이런 파도가 다시 올 수 있다는, 그러니 마음 단단히 먹자는 마음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내 앞에 또 어떤 지지고 볶는 일들이 있어도, 아마도 나는 이번처럼 또 내 사람들을 보며 포기하지 않을 힘을 얻고, 그냥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하면서, 그렇게 하루하루 애쓰면서 살아갈 것 같다.
내년엔는 나도 누군가에게 포기하지 않을 힘을 줄 수 있는 넉넉함을 마련해두어야 겠다고 생각한다.
포기하지 않을 힘을 나누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다보면
어떤 일들은 어느새 해결되기도 하고, 또 어느새 흐릿해지는 일들도 생기니까.
큰 파도가 잡아먹을 듯이 달려와 부딪혀도, 곧 부서지고 다시 잠잠해지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