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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park Jul 18. 2023

하루하루/의미를 두고 살아/ 이놈 들아!

Why? Why? Why?


나의 고등학교는 산자락에 있었다. 신림동 산자락 말이다.

지금도 그 위치 그대로인데, 언제부터 인지 아파트로
주변이 도배되어 예전 90년대 초의 정취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근방을 잘 아시는 분께는 더 설명이 필요 없으리라 생각되지만, 약간의 설명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80~90년대 신림동은 지금과는 넘흐나도 다른 세상이었다. 
엄연히 서울시 이긴 하나, 아래 내용을 보시면 비슷한 연배의 분들 조차도 "뻥이다"라고 할 분 도 계실 듯하다.

- 고등학교 창문으로 보면, 저 건너편에 소 한 마리가

    밭을 가는 모습이 있었다.

- 서울대 앞 도림천에서 미꾸라지와 뱀을 잡을 수 있었다.

- 놀이터 뒷 공터에서 집에서 가지고 온 감자/고구마를

    구워 먹었었다.

- 산비탈 모래를 파는 건재상에는 삼륜차(삼발이)가.   떡하니 서 있었다.


이제 인물도 돌아가 보자.

1991년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 수학 조병 X 선생님.
젊으시고 의지가 꽤 강하신 충청도 내륙지방의 억양이 정감 있게 묻어나는 분이었다.

In addition to that, 하얀 얼굴, 꽤나 큰 키에 금테 안경을 쓰신 너무나도 인상 좋으신 분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신경 쓸 필요 없는. 그분에게는 불행하게도 머리 빡빡 수컷들만 모인  전형적인 남자 고등학교였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시고, 수업 시간에 졸거나 딴짓하는 놈들에게도 매질을 하지 않으셨던 분.
슬프지만 ㅠㅠ 우리 때는 선생님의 몽둥이질이 있었다.
각목, 오동나무, 감나무, 당구 큣대 등 뒷산에 있어야 할 것들이 교실에 많았다.
그래서인지 산은 점점 메마르고 대머리산이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영화 '친구'처럼 시계를 풀며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 하면서 싸대기를 날리신 선생님도 계셨었다. 투머치 노출 같다. ㅎㅎ


여튼 그분은 화가 나셔도 정확히 맞추시지도 못하면서 분필 정도 던지는 분이었다.
흰 분필은 처음 걸린 놈
노란, 파란 분필은 몇 차례 걸린 놈
빨간 분필은 말로 안 되는 놈 수준으로 구분해서 던지시더라.


(지금도 왜 인지는 알지 못하나) 무더운 여름 어느 날 갑자기

수업 중 무척 화를 내셨다.


"너희들은 도대체 뭐냐? 이 놈들아!!!!!!"라고 소리를 지르셨다. 무언가 끓어오르신 게 있나 보다...


한 1분은 침묵과 정적이 흘렀고.... 우리 반은 영문도 모른 채 반성하는 척하는 얼굴로 모두가 도배를 하고 말이다.


한참 후에 조용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여셨다.

"이 놈 들아........ 너네 왜 학교 나오고 왜 수업 들어?

"학교는 도대체 왜 다니는 거여? 이놈들아!!!"

"........"

"공부를 하던 안 하던, 다니고 싶던 아니던 이유가 있어야 할 거 아니냐?

"제발 하루하루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라. 이 놈 들아!!"


좀처럼 화내시지 않고, 화를 내시더라도 이내 매점 가서 아이스크림 60개를 사주시던 선생님인데..



의미??!!!!

순간 그 두음절 의. 미가 나의 가슴속에 박혀 버렸다.!!!!! 강렬하게 말이다. 빠아악!!!
웬 지도 모르게... 하지만 나 스스로는 왠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 이정표 없이 살았던 고등학교 시절이었기 때문일 것 같다.


그날부터다.

나의 머릿속에 항상 따라다니는 단어 "의미"였다.
노래 가사도 아니고, 엄청난 이론적 용어도 아닌데,
항상 아니 최소한 문득이라도 생각이 나는 단어..."의미"


언제부터 인지,

기계가 된 느낌

출근/퇴근/야근/월급/회식/교육/회의/잔소리/꾸중/명절/아이 입학/졸업 등등. 지금은 덜 하겠지만, 대한민국 직장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단어들에 익숙해져 버린 '나'였다.


언제부터 인지

회사나 문제, 상황에 대한 의미를 해석하는 데는 너무나도 익숙하고 뛰어났는데 정작 나에 대한 그리고 삶에 대한 Why?를 물어보는 것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그런 류의 질문이 점점 나에겐 어려운 질문이 돼버린 듯하다.
그래서 그 질문을 회피하게 된 것 같다. 스스로에게.


사회 초년생 어느 즈음부터
나의 Mail 하단 맺음말에  "의미 있는 하루 보내세요, 의미 있는 한 주 되세요"는 꼭 들어간다.

참 모순적이다.
머릿속으로 의미를 점점 생각하지 않으면서, 남들에게는 의미 있게 보내라고 하니.


최근 나태 해 진 것 같기도 하고,
이번 주 생각했던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번 곱씹어 보며, 오늘 할 일을 연필로 적어본다.


모든 분 들 "의미 있는 하루 되세요!"




아직은 처음이라, 회고 관련된 내용들이 먼저 생각이 나는군요. 글 쓸 방향을 잡을 때까지 먼저, 글쓰기에 익숙해 지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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