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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포 Nov 06. 2022

소설 1

'역사란 무엇인가?'

1학년은 절반의 설렘과 절반의 긴장감을 가지는 학년이다.

그리고 나는 그를 만났다.

더 어린 시절부터 같은 공간에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를 인지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으니 그를 만난 것이 중학교 1학년 때라는 말은 맞는 말이다.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이라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큰 의미가 있지 않으니 말이다.




어린 나에게 성당은 합법적으로 탈출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가정에서 모든 것이 엄격하게 금지되었고, 아빠는 더 이상 성당에 다니지 않았지만 가족의 배경을 무시하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아버지의 종교, 혹은 그 이전부터 가족의 배경이 되어준 종교, 가톨릭.

하지만 그 종교는 나에게는 그저 명절에 가족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그들과 나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함께 기도하는 의무였다. 그리고 그런 가족 안에서 이해할 수 없는 한 사람인 아빠를 이해해야만 하는 의무였다.


압박감을 주는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준 것이 주일학교였다.

더 어린 시절 엄마와 동생과 함께 버스를 타고 가던 성당을 혼자서 주일학교를 다니라는 고모할머니의 말씀에 나는 어쩔 수 없는 자유를 가졌다.

좋을 수는 없었다. 새로운 기도문을 외우고, 새로운 환경에 오롯이 홀로 오가고 서있는 것이 너무나 어색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하나의 기회는 또 다른 기회를 낳는 법이다.


가족이 주는 압박감에서 벗어날 시간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성당의 모든 행사에 합법적으로 참석할 수 있을 권리는 집에서의 외박, 외출 그리고 생각의 자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 어떤 반대도 성당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될 수 있었다.

성당은 내게 자유였다.



4학년부터 시작한 초등부 주일학교 생활을 졸업하고, 일요일에 활동하는 중고등부로 옮기면서 나는 좀 더 자유로움을 확장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게 되었다.

사춘기 소년 소녀에게 종교 단체란 이성을 만날 수 있는 하나의 기회였고, 나는 그런 기회에 노출된 것이다.


언니들과 오빠들.

첫째였던 나에게 늘 가질 수 없었던 언니와 오빠.

그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들은 기존의 세계에 확장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선물해주었다.


세계의 확장은 성장을 위한 도약이 된다.

보는 눈이 넓어지고 많아짐으로써, 무엇이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덜 필요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또래의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초등부 활동을 하던 친구들과 좀 더 친밀해지고, 나보다 커 보이는 언니와 오빠들을 알게 된다는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 확장 속에서 우리 모두는 함께 성장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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