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usic log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대인 Feb 10. 2016

프로 작곡가들만 알고 있는 멜로디 작곡법 꿀팁

몇 가지 공식만 알면 나도 용감한 형제처럼  작곡할 수 있다.

*이제 막 작곡을 배우고 있는 완전 초짜이지만 스스로 개념을 정리하기 위해 블로그에 작곡에 대해 배우고 있는 내용을 작성 중입니다. 따라서 잘못된 내용이나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포함될 수 있으니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작곡은 크게 멜로디 작곡과 트랙(반주) 작곡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 먼저 정복을 해야 할 영역은 멜로디이다. 일단 멜로디가 좋아야 뭐가 돼도 될 수 있고 단기간에 프로 작곡가에 가까운 실력으로 끌어 올 릴 수 있는 것은 멜로디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최근 몇 달간 작곡 레슨을 통해 매주마다 기존 가수들의 노래  inst 버전을 다운 받아 거기에 새로운 멜로디 만들기 숙제를 진행하였다.


일반적으로 멜로디 작곡은 악상을 떠올리는 영감과 감성적인 영역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무척 과학적이고 계산적인 영역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유명한 프로 작곡가들은 자신만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공식처럼 매뉴얼화하여 멜로디 작곡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대부분 이러한 작곡가들의 노하우가 담긴 매뉴얼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일 텐데 경험도 없는 나는 운이 좋게도 레슨 선생님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손쉽게 10가지 정도 되는 멜로디 작곡 공식을 배우고 몸에  습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공식들 중 가장 핵심적인 몇 가지를 뽑아 간단히 설명해 보려 한다.



1. 좋은 리듬을 찾아서 최대한 반복해라.

요즘 시대의 대중가요 멜로디는 랩 하듯 flow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귀에 감긴다. 일단 이것이 최우선 과제다. 요즘엔 좋은 flow의 리듬 못 찾으면 그냥 그걸로 끝이다. 미국은 이미  몇십 년 전부터 리듬이 가장 중요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가요는 10년 전 까지만 해도 리듬보다는 멜로디컬 한 선율 중심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리나라 가요 역시 리듬이 중요하다. 따라서 동형진행 방식을 사용하지 않은 음악을 들으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촌스럽다고 느끼게 된다. 물론 '여자친구'처럼 의도적인 컨셉에 따라 동형진행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알면서 의도 하에 과거의 'song form'을 따르는 대신 복고적인 느낌만 주며 촌스럽지 않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장치를 해놓았다. 따라서 복고적인 컨셉을 의도적으로 사용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되도록이면 동형진행으로, 그리고 좋은 리듬을 찾아서 그것을 최대한 반복해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실제 히트곡들의 악보를 바탕으로 분석을 해보자. '여자친구' 그룹의 히트곡을 연달아 만든 '이기, 서용배' 작곡가의 또 다른 히트작인 '에일리의 헤븐'과 최근 제 2의 전성기라 느껴질 만큼 쓰는 곡마다 히트를 하고 있는 '김도훈'작곡가가 쓴 '소유의 어깨'이다. 악보에서 동그라미 친 부분이 핵심 리듬 동기 부분이며, 악보를 보아도 쉽게 파악할 수 있듯이 이 두 곡은 모두 핵심 리듬(동기) 부분을 죽어라고 반복하고 있다.



2. verse, pre-chorus, chorus 각 부분의 리듬에 변화를 줘라.

즉 verse부분의 노트를 쪼갰으면 pre chorus나 chorus부분은 길게 가져가야 한다. 또는 그 반대로 하든지. 당신이 Drake가 아니라면 말이다. (Drake는 워낙 신선하고 트랙에 최적화된 리듬을 만들어 내다보니 모든 부분의 노트가 비슷해도 그루브가 있다. 그런데 이런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아주 극히 드문 사례이기 때문에 Drake와 같은 수준의 리듬감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방식은 추천하지 않는다.)

여기에 대한 사례로 두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던 '마룬파이브의 슈가'를 살펴보자. verse부분의 중심 노트는 8분 음표이다. 그러다 verse2(또는 pre-chorus) 부분에서는 16분 음표로 바뀐다. 그리고 악보 사진에서는 잘렸지만 chorus부분에서는 4분 음표로 바뀐다. 이렇게 각 부분마다 전혀 다른 리듬과 노트 수를 가져가면 노래를 들으며 지루함을 훨씬 덜 느끼게 될 뿐만 아니라 코러스 부분이 훨씬 더 부각이 된다.


위에서 사례로 들었던 '어깨'나 '헤븐' 역시 '마룬파이브의 슈가'처럼 음표까지 확실히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각 구간마다 핵심 리듬 형태가 바뀐다. verse1 부분과 verse2 부분의 주요 리듬 형태가 전혀 다르며, chorus부분에서는 음표가 길어져 전체 곡의 다이내믹함을 살리고 있다. 물론 '마룬파이브의 슈가'처럼 더 확실히 변화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사실 각 구간마다 각 각 다른 좋은 리듬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기존 가요들은 verse1이나 verse2 부분에서 랩을 많이 사용한다. 랩을 사용함으로써 자동적으로 노트 수가 변화되며 리듬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3. 각 구간별로 중심음을 잡아라.

마음대로 멜로디가 날아다니면  안 된다. 중심음을 잡아라. 안 그러면 듣는 사람 귀에도 남지 못하고 날아가버린다. 멜로디 선율이 넓고 복잡하게 그려진다면 작곡하는 본인에게는 신선하고 좋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선명히 남는 멜로디가 없게 된다. 위의 사례로 사용되었던 '슈가'라는 곡을 다시 한 번 살펴본다면, 각 구간마다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음'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음을 바탕으로 적절하게 내려오거나 도약을 준 후 다시 중심음으로 돌아오며 지루하지는 않게, 하지만 핵심적인 동기와 중심음은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4. 악상만 떠오른다고 작곡이 아니다.

단순히 떠오르는 악상을 노래로 그대로 만들지 말고 악기를 사용해서 떠오른 악상을 쪼개고 튜닝해라. 그게 작곡이다. 악상만 떠올린다고 작곡이 아니며, 그런 방식이라면 작곡가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떠오른 악상의 노트를 쪼개고 싱코 펜션을 주고 음의 도약을 인위적으로 줘야 그루브가 살아난다. 당신이 흑인이어서 순수하게 떠오른 악상 그 자체로도 그루브가 넘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화성학도 모른 채 누군가에게 제대로 작곡을 배우지도 않았음에도 작곡을 했다고 알려진 작곡가 용감한 형제. 하지만 그의 노래를 분석해보면 그 보다 음악을 더 오랜 시간 동안 해왔고, 정식 교육을 받아 온 사람이라 할지라도 용감한 형제보다 리듬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고, 계산적이고 과학적 이도록 노래를 만드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짧은 치마'를  살펴보면, 이 곡의 노래 멜로디는 절대 한 두 번의 악상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 나올 수 없다. 물론 첫 과정으로는 악상을 떠올리는 단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이후에 용감한 형제는 그 멜로디를 쪼개고 당기고 늘리며 그루브를 살리기 위한 치밀한 작업을 했음이 분명하다.


우선 "날 바라보는 시선이~" 부분에서 "바라보는"은 악상만으로는 나오기 힘든 리듬이다. 피아노 건반으로 멜로디를 쳐 본다면 얼마나 인위적이고 치기도 쉽지 않은 리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떠올린 악상을 바탕으로 그루브를 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리듬을 쪼갠 것이다.


또한 "시선이~", "예~", "걸~", "데~" 부분들(악보에 v 체크  표시되어 있는 부분들)에는 모두 당김음이 사용되고 있다. 즉 자연스러운 리듬 상으로는 다음 마디에 나와야 할 음인데, 한 마디 일찍 앞으로 살짝 당겨오면서 그루브를 살리고 있다. 아마추어 수준에서는 의도를 갖고도 만들기 쉽지 않은 이러한 당김음을 verse부분에서만 5,6번을 사용하며 그루브가 생기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5. 각 구간별 첫음, 그리고 중심음의 레인지를 벌려라.

그렇지 않다면 정작 중요한 코러스에 가서는 답답하고 지루할 테니. 하지만 당신이 자이언티나 제프배넷이라면 예외일 수도 있다. 자이언티나 제프베넷의 음악을 악보로 뽑아서 살펴보면, 의외로 멜로디 range가 좁다. 하지만 자이언티의 노래 멜로디는 일반 다른 노래보다 훨씬 다이내믹한 리듬을 지니고 있고, 제프베넷의 노래 멜로디는 워낙 멜로디가 감미롭고 좋다. 그래서 이 둘은 range가 좁다 해도 지루함이 덜하다. 그러나 이 두 뮤지션처럼 천재에 가까운 리듬감이나 멜로디 작곡 능력이 없다면 좁은 range 형태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첫 소절의 시작음이 1옥타브 '미'였다면 verse2(또는 pre-chorus) 부분에서는 1옥타브 '솔~시', 그리고 chorus에서는 2옥타브 '레~파' 정도가 첫 음이 되는 것이 좋다. 또는 verse 첫음이 2옥타브'도'였다면, verse2 첫음은 1옥타브 '솔', chorus 첫음은 2옥타브 '파' 정도를 사용하면 더욱 멜로디가 다이나믹해진다. 





6. 보너스 팁 하나 더. 이 팁은 위에서처럼 음악적인 요소가 아닌 콘텐츠적인 요소이다. 그것은 바로 컨셉을 정하고 노림수를 명확히 어필해야 한다는 것. 음악은 결국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프로 작곡가는 단순히 자신의 영감 하나에서 시작해서 곡을 쓰면 안 된다. 최근 음악 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내가 만든 곡이 어떤 가수와 매칭이 잘 될 수 있을지, 어떠한 컨셉과 퍼포먼스가 어울릴지를 고민해야만 한다. 그래야 내가 만든 곡이 팔릴 수 있고, 타이틀 곡이 될 확률이 더 높다. 작곡가 '신사동호랑이'는 자신이 곡을 쓰면 거기에 어울리는 의상 컨셉과 뮤직비디오 컨셉, 심지어 안무까지 짜서 레이블에 보낸다고 한다. 물론 그렇게 자신이 짠 컨셉과 안무가 쓰이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게 하면 듣는 사람은 작곡가가 무엇을 의도하면 곡을 썼는지 훨씬 더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신사동호랑이가 짠 안무가 실제 활용된 사례가 바로 티아라의 '보핍보핍'이라 한다. 


또한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었지만, 최근 각종 음원차트 1위를 달리고 있는 '여자친구' 역시 명확한 컨셉과 포지셔닝의 기획 아래에 일관되게 활동한 결과 최근 그 결실을 맺고 있다. 과거 J-pop을 벤치마킹해서 성공했던 '소녀시대'. '소녀시대'의 컨셉은 기존 국내 여자 아이돌 그룹에는 없던, 여러 명의 소녀들이 단체로 칼군무를 하고 떼창을 부르는 것이었다. 기존에 없던 이러한 컨셉을 통해 '소원을 말해봐'라는 노래까지 우리나라 여자 아이돌 시장을 점령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소녀시대' 멤버들의 연령이 높아지며 더 이상 이런 컨셉을 유지하기에는 무리가 생겼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소녀시대'는 명확한 컨셉 리포지셔닝을 하지 못한 채 방황을 하고 있다. 그 이후에 활동했던 노래들은 '소녀시대'라는 기존의 브랜드 파워가 없었다면 절대 음원 순위에서 상위권에 오르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소녀시대'의  빈자리를 노리고 치고 들어온 그룹이 '여자친구'이다. '유리구슬'이란 노래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라는 데뷔곡을 레퍼런스로 만들었으며, 안무 복장은 아직까지도 '소녀시대'의 의상 컨셉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그 이후에 나온 '오늘부터 우리는'과 '시간을 달려서'라는 곡은 일본 만화를 컨셉으로 하여(만화 제목 :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 가사와 안무 컨셉이 만들어졌다. 즉, '여자친구'는 "J-pop 여자 아이돌", "일본 여고생(일본 만화)", "소녀시대"라는 주요 컨셉을 토대로 기획되었다. 그리고 '여자친구'의 히트곡 3곡을 작곡한 '이기, 서용배' 작곡가는 이러한 1990~2000년대 한 창 유행했던 컨셉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일부러 동형진행을 포기하고, 칼군무과 떼창을 살릴 수 있는 노래 멜로디와 반주를 만들었다. 또한 반주는 J-pop을 레퍼런스로 만들어서 MR만 들으면 과거 일본 여자 아이돌 그룹인 'SPEED'의 음악을 듣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처럼 과거의 곡과 컨셉을 레퍼런스로 활용하다 보니 자칫 촌스러워질 수 있기 때문에 멜로디의 리듬을 쪼개고, 당김음을 사용하고, 스타카토 방식을 활용하며 복고적인 느낌은 주되, 촌스럽지는 않도록 멜로디를 만들며 여러가지 장치들을 사용했다.


아마 '여자친구'의 이번 일본 여고생 컨셉 시리즈가 끝나면  다음번에는 '소녀시대'의 'Gee', 또는 제복을 입고 나오는 '소원을 말해봐'와 같은 컨셉을 활용할 것이라 예상된다. 이처럼 명확한 컨셉과 포지셔닝 전제 하에 기획을 하면 이후에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 가야 할지 좀 더 명확하게 중심이 서게 된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프로 작곡가는 멜로디를 만들기 위해 음악적인 요소와 콘텐츠적인 요소를 모두 고려한다. 먼저 자신이 곡을 쓸 가수의 컨셉과 스타일을 파악하여 어떠한 주제와 컨셉의 곡을 만들지를 결정한다. 여기에 따라 'song form'을 어떻게 할지, 어떠한 리듬 형태를 가져갈지, 어떠한 노림수를 만들지, 어떤 장르와 악기를 사용할지 등을 결정한다. 그 이후에 자신의 노하우를 활용하여 멜로디가 좋게 들릴 수 있도록 계산적으로 멜로디를 만들고 수정한다. 


이처럼 일반인들이 생각할 때, 작곡이라는 것은 무척 예술적이고 영감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영감이나 예술적 감각은 기본 전제로 깔려 있을 뿐이며, 그 위에는 기획력과 계산적인 작업들이 수행된다. 따라서 뮤지션이 꿈이라면 자신의 영감 세계에 빠진 채로 음악을 할 수도 있지만, 프로 작곡가가 꿈이라면 다양한 음악을 듣고 분석하며 기획하는 능력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프로 작곡가들의 작곡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