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Trend log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대인 Apr 02. 2019

미디어 변화에 따른 00, 90년생들의 음악 취향

  나와 같은 80년대생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과거, 라디오를 들으며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녹음 버튼을 누르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오디오 앞에 앉아서 방송을 듣던 모습이나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새 앨범이 나오면 CD 1장을 구입 한 이후에 모든 수록 곡을 수 없이 반복해가며 들었던 것을. 이후, MP3가 나오게 되었으나 용량이 기껏해야 64메가, 128메가여서 어떤 노래를 선곡해서 넣을지 고민해야 하고, 며칠에 한 번씩 그 곡들을 바꿔줘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러한 수고로움을 감수하면서 음악을 듣는 사람은 거의 없다. 휴대폰이나 컴퓨터에 음원 저장 조차도 잘 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는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듣고 싶은 노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하거나 아니면 유튜브를 통해 무료로 음악을 즐길 수도 있다. 스마트폰 용량을 차지하는 것의 대부분은 수년째 쌓여가는 사진과 동영상이지 음원 파일은 아닐 것이다. 이제 사용자는 음악 감상에 있어 선택하는 행위에 대한 부담이 극히 줄어 들었다. 많은 노래를 듣는다고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되거나 저장공간이 한정되어 있지도 않다. 단지 30초~1분 정도만 투자하면 된다. 그리고 그 앞부분을 들었을 때 별 느낌이 오지 않으면 바로 다른 노래로 넘어가버리면 그만이다.  


  온라인 시대는 20년전에도 존재했다. 그런데 그 때는 네이버든 다음이든 결국 홈 또는 메인페이지가 존재했고 그 곳에서부터 다른 곳으로의 탐색과 이동 루트가 존재했다. 그게 아닌 다른 루트를 타기 위해서는 이미 기존에 사이트 주소를 알고 있어야 했고 그렇게 매번 다양한 루트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수고와 에너지가 필요했다. 결국 몇 몇 포털 사이트 중심으로 대부분의 온라인 활동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중심이 되면서 이러한 구조가 바뀌게 되었다. 이제는 기능과 컨셉별로 앱이 분열되어 각 각 독립적인 곳에서 사용자 취향과 목적에 맞게 빠르고 간편하게 넘나드는 사용자 행동이 구성된다. 과거에는 메인페이지인 네이버 포털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각 각의 다양하고 독립적인 행동과 기능을 하나로 엮어주는 스마트폰 자체가 메인페이지이자 플랫폼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이렇게 음악을 듣는 미디어의 채널과 성격이 변화되고 이로 인해 사용자의 행동이 변화됨에 따라 전적으로 이러한 환경을 경험한 요즘 1,20대들의 음악 취향은 이전과는 많이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히트곡이 되기 위해서도 이러한 요소를 반영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유튜브나 음악 스트리밍을 통해 음악 감상을 하게 된 2010년 이후의 가장 주요한 포인트로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첫 번째, 30초 내에 승부를 내어야 한다.


  앞에서도 잠깐 설명되었듯이 스트리밍 무제한 듣기를 통해 이제 사람들은 앨범 한 장을 선택해서 해당 앨범의 모든 수록 곡을 듣는 것이 아닌, 30초 ~ 1분 가량의 미리듣기 부분만 듣고 마음에 든다는 느낌이 오지 않으면 바로 스킵해 버린다. 이로 인해 과거에는 노래를 만들 때 후렴구(Chorus) 부분이 꽂히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면 이제는 그 중요도가 Intro와 Verse부분으로 많이 옮겨 왔다. 노래가 시작하고 1분 안에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감기거나 하지 않고 임팩트도 없다면 후렴구로 넘어가기도 전에 스킵 되어 버릴 수 있다. 이로 인해 최근 팝이나 가요에서 한 곡의 길이가 3분 대로 짧아진 경향이 있으며, 아니면 아예 곡 도입부를 후렴구부터 시작해 버리는 노래도 많아졌다. 즉 심플하고 직관적이고 첫 임팩트가 중요해졌으며, 최근 몇 년 전부터 미니멀리즘 음악이 대두되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의 노래는 verse와 pre-chorus 부분에서 분위기만 조성하고 결국 chorus에서 모든 에너지를 폭발 시키는 것이 중요했고 작곡을 할 때도 결국 후렴구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그 노래는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후렴구 작곡에 투입하는 노력만큼 intro와 verse부분에 집중을 하며, chorus에서 고조되어 가는 감정선의 해결만 해주면 되는 것이지 반드시 폭발적으로 노래의 고조를 끌고가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최근에는 pre-chorus 부분의 음역대가 chorus 음역대보다 더 높은 경우도 많고, EDM 장르의 경우 후렴구 부분은 노래 없이 리프 멜로디만으로 채우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이러한 트렌드는 단순히 스트리밍 서비스만의 영향 때문은 아니고 최근 국내 가요 역시 멜로디의 선율보다 리듬과 그루브가 더 중요해진 영향도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두 번째로 설명할 포인트와 연결된다.




두 번째, 유튜브로 인해 요즘 1,20대가 타는 그루브가 변했다.


  약 5, 6년 전 부터 스마트폰 무제한 데이터가 대중화되며 유튜브의 사용자 침투율이 높아졌다. 유튜브는 전세계 다양한 음악 영상들이 존재하며, 나의 취향에 맞게 지속적으로 추천을 해주기 때문에 과거보다 외국 음악을 접하기 훨씬 더 수월해졌다. 내가 어릴 때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아니면 팝송을 접하기 어려웠던 시기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물론 이러한 추세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이로 인해 싸이나 BTS 등이 전세계적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런데 유튜브를 통해 1,20대가 과거보다 훨씬 더 쉽고 자주 팝송을 듣다 보니 그들이 몸으로 느끼는 그루브가 바뀌게 되었다. 과거의 글들에서 여러 번 이야기 했듯이 이제는 국내 가요도 단순히 메로디컬한 선율 만으로는 승부가 되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그루브와 리듬이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그 그루브에 있어 10년 전의 노래와 지금의 노래가 타고 있는 그루브가 다른 것이다. 이것이 바로 10년전 까지만 해도 국내 음원시장을 점령하고 있던 용감한 형제나 신사동호랑이가 여전히 작곡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최근에는 히트곡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국내 가요의 비트를 찍거나 노래 멜로디 리듬을 구성하는 구조 자체가 바뀌어버렸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루브가 바뀌었는지는 텍스트의 한계로 인해 설명하기 힘들지만 가장 간단히 설명하자면 요즘 히트곡들의 그루브는 꿀렁거리는 그루브를 타야 한다. 팝송의 경우, 심지어 EDM조차 꿀렁거리는 그루브다. 과거 10년 전의 테크노 음악은 16비트의 단조로운 비트를 찍었다면, 이제는 그러한 비트의 노래는 지루하고 촌스러워서 3분 이상을 참으며 듣는 것은 고문일 정도다. 이미 팝송에서는 EDM, 심지어 통기타 하나를 들고 어쿠스틱 음악을 만드는 에드 시런의 음악 조차도 꿀렁꿀렁 거리는 그루브의 비트를 탄다.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차이를 알고 싶다면 유튜브에서 “How to make drake” 류의 영상을 통해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비트를 찍는지 참고해보면 좋다. 단순히 4분의 4박자 정박에 비트를 찍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이제 팝송에 익숙해진 1,20대는 단순히 쿵짝쿵짝 형태의 비트를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촌스럽다고 여기게 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복고 장르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러한 변화된 그루브를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예외도 있다. 이들은 그루브에 있어서만 예외가 아니고, 이전 글들에서 설명했던 공식에서도 대부분 예외가 된다. 음악은 학문이나 이론이 아니고, 결국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에 언제나 예외는 있을 수 밖에 없다. 작곡에서 성공 공식이라 함은 반드시 그것을 지켜야한다는 것이 아니고, 성공하는 많은 노래가 그러한 요소를 가지고 있더라는 의미로, 단지 실패 확률을 낮춰줄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예외에 해당하는 몇 몇 가수는 바로 볼빨간사춘기, 멜로망스, 장범준이다. 이들은 멜로디든 그루브든 대부분이 이전 글들과 위에서 설명한 포인트를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엄청난 성공을 했다. 그런데 이들이 예외인 이유는 자신들만의 특유의 감성이 있는데 그 감성이 너무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취향 저격이기 때문에 공식에 어긋나도 히트를 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노래는 어찌보면 촌스럽지만 그럼에도 좋다. 그런데 왜 좋은지 설명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들의 단점도 있다. 그 감성이 너무나 뚜렷해서 여러 번 반복되면 쉽게 질릴 수 있고, 그 감성이라함은 우리나라 특유의 감성이 묻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반응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감성은 결국 타고나야 하는 것이지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처럼 다룰 수 있는 주제가 아니기도 하다.




세 번째, 이제는 언더와 메이저의 구분선이 사라졌다. 


  서두 부문에서 이야기했던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인한 사용자의 온라인 행동 패턴의 변화된 내용을 핵심만 다시 정리하자면 결국 단편적이고 다양하고 빠르다는 것이다. 즉 깊이보다는 멀티태스킹과 연동성이 중요하다. 인스타를 하다가 새로 나온 앨범 소식을 들으면 바로 유튜브로 넘어가서 뮤비를 보다가 가사가 궁금하면 다시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로 들어가 가사를 보고 이 노래가 마음에 들면 카톡으로 친구에게 이 노래를 공유하고 프로필 뮤직으로도 등록한다. 그리고 집에 들어와서 인공지능 스피커에게 오늘 재생목록에 추가했던 그 곡을 다시 틀어달라고 요청한다. 또는 유튜브로 영상을 보다가 자동 추천을 통해 나의 취향인 노래를 찾을 수도 있고,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마음에 들어 네이버나 멜론의 음악검색 기능으로 새로운 노래를 찾기도 한다. 이처럼 새로운 음악 정보를 입수하게 되는 경로도 무척 다양해졌고 그렇게 알게 된 노래를 다양한 채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감상하거나 공유한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정답처럼 정해진 공식 루트 같은 것은 사라지고 거대한 미디어의 장악력도 약해질 수 밖에 없었으며, 결국 이로 인해 노래에 대한 장르적 취향도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하게 섞이게 되었다.


  tvN에서는 어찌보면 상반되는 문화적 성격이라 할 수 있는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과 언더그라운드 음악에 속했던 힙합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한다. 빌보드에서는 데스파시토라는 남미 음악이나 K-pop이 순위권에 오르기도 한다. 또한 윤종신이나 마미손처럼 기존 유명 뮤지션이 유튜브 채널로 넘어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하고, 트로이 시반처럼 유튜브를 통해 가수로 데뷔하거나 빌리 아일리쉬처럼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데뷔하는 경우도 있다. 즉 이제는 소수의 미디어나 취향이 다수의 대중을 모두 제어하기가 힘들어졌고 이러한 환경에서 1,20대는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개방적인 취향이 강해졌다. 그들은 EDM이든 힙합이든 라틴이든 복고음악이든 또는 언더든 메이저든 뭐가 되었든 상관 없다. 그냥 즉흥적으로 재미있고 좋으면 되는 것이다. 심지어 이제는 아싸 문화라 해도 그러한 아싸들이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뭉쳐져 집단 문화를 만들어 버린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위에서 말한 두 가지 포인트는 여전히 영향을 받는다. 새롭고 흥미로운 음악이 있지만 뭔가 복잡하고 임팩트가 없으면 그것이 바이럴되기 쉽지 않고, 그루브 또한 촌스러우면(일부러 복고 장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 이상) 반응이 없다. 이전에 포스팅 했던 글의 사례인 (여자)아이들의 senorita는 최근 팝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라틴 장르를 가져왔으나 비트는 과거 용감한 형제가 썼을 법한 비트를 찍고 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수많은 혹평을 받고 있다. 같은 라틴 장르라 해도 DJ Snake의 taki taki 등의 노래와 그루브를 비교해본다면 왜 (여자)아이들의 그루브가 지루하고 촌스러운지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기획사나 뮤지션은 기존의 기성곡 장르나 성공 루트만을 공략하려는 것보다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전략적인 접근법이 더욱 중요해졌다. 기존에는 어떻게 해서든 TV방송에 한 번 출연하기 위해 애썼지만 이제는 그 방법이 안되더라도 새로운 방법이 얼마든지 존재 할 수 있다. 또한 1,20대의 관심사는 즉흥적이고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화두를 던지고 Freshness를 유지해야 한다. ‘여자친구’ 아이돌 그룹처럼 한 때는 음원시장을 점령했으나 그 컨셉적 소구력이 다하고 음악이 식상해지는 순간 바로 사람들의 반응은 식어버리고 말았듯이.



  시험삼아 구글 트렌드를 통해 걸그룹의 검색량 추이를 살펴보았다. 처음에는 주요 걸그룹을 비교해보았는데 트와이스가 너무 압도적이다보니 비교 수치가 정확히 가늠이 되지 않아, 걸그룹 멤버 중 중심 멤버 몇을 뽑아 비교해 보았다. 블랙핑크의 제니와 트와이스의 쯔위의 경우, 데뷔 초에 반짝 집중되었다가 이내 반응이 사그라 들었다. 그 후 쯔위 검색량은 갈수록 감소하고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제니는 최근 런닝맨 출연과 솔로 음악 활동을 통해 작년 연말부터는 블랙핑크의 검색량보다도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데뷔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아이린 검색량은 작년부터 주춤하고 있는데 이는 레드벨벳 검색 추이와도 동일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마마무 화사의 경우 작년 5월 나혼자산다 출연후 마마무의 검색량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이처럼 최근 3년간의 검색 추이만 대략 살펴보아도 대중의 관심사가 얼마나 극적으로 바뀌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제는 관심사나 변화의 흐름이 과거보다 훨씬 더 빠른만큼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며 지속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너무 무겁거나 거창한 것 보다는 쉽고 직관적이되 신선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해야 한다. 물론 그러한 콘텐츠는 해당 뮤지션의 컨셉과 Align되면서도 소모적이거나 올드해서는 안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제는 지겨울 법한 MZ세대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