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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인 Aug 02. 2021

바보야, 중요한 것은 세계관이 아니야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것은 사실 세계관이 아니다.

  몇년 전, BTS가 전세계적으로 성공을 하자 이전에는 BTS 노래를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없을 것 같은 소위 지식인이라는 사람들까지 너도나도 그 성공의 원인을 나름대로 분석해서 주장하고는 하였다. 그리고 그 원인 중 하나로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것이 바로 세계관이었다. 그 이후 아이돌은 물론이고 각종 예능이나 게임 등의 콘텐츠, 마케팅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되는 용어 중 하나가 세계관이다. 


  그런데 사실, 아이돌에게 세계관이라는 것은 원래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이었다. 아이돌의 시초라 할 수 있는 HOT, 그 이후의 동방신기도 모두 치밀한 정도는 다르다할지라도 모두 본인들만의 세계관을 지니고 있었고, EXO는 심지어 더욱 치밀하고 광대한 세계관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세계관을 기반으로 컨셉 기획, 케릭터 설정, 콘텐츠 제작, 팬들과의 소통을 해오고 있다. 따라서 BTS 가 세계관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스토리텔링과 SNS 소통을 했기 때문에 한국 아이돌임에도 전세계에서 독보적으로 성공한 것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누락된 요소가 많고 결과론적인 이야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이 외의 성공요인이라고 주장되는 많은 요인들 역시 남들이 하지 않는 BTS만의 고유 요소인 것이 맞는가를 따져보면 허술해보이는 부분이 많다.) 


  BTS를 통해 세계관이라는 키워드가 트렌드가 되고 난 후, 혹자는 이제 마케팅에서 콘셉트의 시대는 저물고 세계관의 시대가 도래했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면서 세계관을 활용하고 있는 성공한 몇가지 브랜드나 콘텐츠의 사례를 얘기하지만, 딱히 명확한 세계관에 대한 설정 없이도 성공한 더 수많은 사례에 대해서는 설명하는 것을 생략한다. 


  서론이 길었다. 본론을 말하자면,


중요한 것은 세계관이 아니다. 메시지다. 


   BTS가 유독 더 성공한 팬덤을 보유하게 된 이유는 단순히 세계관을 만들고 그걸 통해 팬들과 SNS로 소통하고 스토리텔링 기반의 콘텐츠를 제작해서가 아니고, 그들이 설계한 세계관이 전달하고 있는 "메시지"를 통해 공감과 몰입이 발생하며 팬덤이 형성된 것이다. BTS의 세계관은 상처 받거나 소외되고 연약한 존재에 대한 위로와 사랑, 그리고 이를 통해 성장과 꿈을 실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들의 가사 내용이나 RM이 수상소감에서 했던 멘트인 'Love yourself' 등이 이러한 세계관과 맞물려, 그 어느때보다 예민하고 상처 받던 전세계 10대들의 공감대를 자극할 수 있었다. 실제 BTS가 서양에서 처음 알려질 때 유색인종 사이에서 화제가 되어 다양한 인종과 계층으로 퍼져나간 것이 그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아무리 세밀하고 흥미로운 세계관을 만든다한들, 그 세계관이 전달하고 있는 메시지에 공감대와 진정성이 없다면 BTS와 같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물론,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으로는 음악이 있다. 처음에는 아시아 시장을 주력으로 밀던 BTS가 '불타오르네'를 시작으로 음악 장르적인 전략을 피벗하였고, 이를 시작으로 남미를 포함한 서구권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음악 콘텐츠적인 이야기는 이번 글 주제에서는 다루지 않고자 한다. 지금 이 글의 핵심적인 주제는 BTS 성공요인이 아닌 "브랜드 전략에서의 세계관"이니까.)  




  아이돌에 있어 세계관 그 자체가 핵심이 아니었듯, 브랜드에 있어서도 세계관은 전혀 핵심이 아니다. 


  과거, 브랜드의 핵심은 컨셉이었다. 브랜드를 설계하며 비전이나 철학, 원칙을 시작으로 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용도로 컨셉을 개발하게 된다. 그리고 그 컨셉은 4P(Product, Price, Promotion, Place)전략에 따라 주로 매체 광고, 제품 용기나 패키지 디자인, 로고 디자인 또는 매장 인테리어 등으로 표현되었다. 결국 기존 시대의 브랜드는 시각적인 경험 중심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이전까지의 시대는 TV와 같은 매체에서 광고를 보거나 매장에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제품을 선택해 구매하는 경험이 해당 브랜드를 접하는 가장 주요 채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소위 SNS와 Untact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전에는 TV 광고와 백화점에서 노출되는 브랜드와 제품에 가장 큰 신뢰를 보였다면, 이제는 SNS에서 사람들이 태그하거나 사진을 찍어 포스팅하는 브랜드나 제품이 가장 큰 신뢰를 얻는다. 결국 브랜드의 중심이 시각적인 경험을 넘어, SNS 상에서 이야기 될 수 있는 콘텐츠적인 요소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이처럼 콘텐츠가 중요해졌기 때문에 세계관은 다양한 콘텐츠를 풀어내기에 좋은 수단이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세계관은 결국 수단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 없다. 그 세계관의 시작점이자 구심점이 되는 브랜드 메시지가 허술하면 그 세계관을 아무리 뛰어난 작가가 재미있게 설계한다해도 팬덤이 발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정리해보자. 

  우리가 기존에 알던 브랜드 철학, 비전, 원칙 등은 결국 해당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화두를 던지거나 본인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메시지다. 여성의 사회 활동을 위한 새로운 관점의 여성 의류를 디자인했던 '샤넬', 브랜드 로고가 아닌 날 것 그 자체의 가치를 추구하고자 미니멀리즘과 헤체주의를 추구한 '메종 마르지엘라', 자연환경과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는 '파타고니아', 맥킨토시 1984 광고를 통해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구하며 이제는 혁신 그 자체의 상징이 되어버린 '애플',  시대의 변화에 맞춰 스포츠 스타의 승리를 이야기 하던 것을 넘어 이제는 상처와 편견을 겪고 있는 일반인들도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나이키', 더 풍요로운 영감과 정신을 위해 제 3의 공간에서의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스타벅스', 그리고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프렌차이즈화 된 카페 브랜드들을 비판하며 커피 맛에 대한 장인정신을 추구하는 '블루보틀' 등등. 우리가 흔히 떠 올리는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들은 모두 저마다의 차별화되고 사회적으로 울림을 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구체적이고 울림을 주는 메시지 없이 단순히 시각적으로 아름답거나 신선한 컨셉을 선보인 브랜드는 순간 반짝일 수는 있어도 곧 사그라들었다. 

 

  즉 브랜드에 있어서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가장 중요한 성공요소는 그 브랜드가 전달하고 있는 메시지이며, 이 메세지를 표현하는 방식이 매체와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단순한 시각적인 디자인 요소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회자 될 수 있는 콘텐츠적인 요소가 중요해진 것이고. 이러한 콘텐츠를 활성화하기 위한 수단 여러가지 중 하나로 세계관이 활용 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세계관만 집중한다면 그것은 껍데기에만 집착하는 것일 뿐이고, 그 안에 담겨 있어야 할 메시지라는 핵심을 놓치게 된다. 그리고 그 메시지라 함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이 아닌, 브랜드 철학, 원칙, 컨셉 등과 같이 이전부터 브랜드 설계 시 갖추고 있어야 할 요소들이다. 단지 변화된 것이라면 메시지를 전달함에 있어 콘텐츠적인 요소를 잘 살려야 한다는 것이고, 세계관은 그러한 콘텐츠를 만들어 내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일뿐 세계관이 없어도 그 브랜드는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사람들은 세계관이 아닌, 메시지에 공감하여야만 진정한 팬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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