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usic log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대인 Jul 16. 2022

4세대 걸그룹 시대 톺아보기

전반적인 퀄리티는 높아졌지만 여전히 3세대의 그늘 속에 머물러 있다.  


최근 엔데믹과 함께 아이돌의 데뷔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블랙핑크가 잠잠하고, 트와이스와 레드벨벳의 인기가 절정이 끝나감에 따라 새로운 걸그룹의 출시가 많아졌고, 언제가부터 4세대 걸그룹 시대라고들 하더라. 그래서 최근에 새로 데뷔한 4세대 걸그룹들을 좀 살펴봤다. '에스파'를 시작으로 '(여자)아이들',  '스테이씨', '아이브', '엔믹스', 최근에 하이브에서 내놓은 '르세라핌'까지. 이들말고도 몇 몇 그룹이 더 있지만 가장 주요 그룹은 이렇게 되는 것 같다. 이들을 간단히 리뷰해보자면.



#에스파 ------------------------

SM에서 2020년에 선보인 걸그룹이다. 레드벨벳의 아이린 이슈가 터지자마자 서둘러서 데뷔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었다. 왜냐하면 너무 서툰 면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컨셉, 뮤비가 과거 내가 브런치 글에서 칭찬한 적도 있었던 라이엇게임즈의 온라인 게임 LoL에서 프로젝트 그룹으로 만들었던 K/DA를 그대로 따왔기 때문이다. 다른 곳도 아닌 SM에서 이렇게 아마추어가 봐도 뻔히 보이는 수준의 어설픈 레퍼런스를 한 것이 놀라웠다. 이로 인해 당연히 표절 시비가 있었고. 그런데 이후 태연의 weekend라는 노래가 도자켓 음악을 레퍼런스로 활용한 것도 모자라 엘범쟈켓이며 의상까지 그대로 따온 것을 보니, 하이브에서 민희진 이사를 영입하며 그 빈자리가 여실히 들어나는 것인가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SM은 SM이더라. 각 멤버의 매력을 잘 살려 지속적인 마케팅을 하며 결국 현재 레드벨벳의 빈자리를 채울 SM의 대표 걸그룹으로 성장하고 있다.


바로 얼마전에도 'girls'라는 곡을 새로 내놨다. 음.. 별로였다. 문제는 이제 물이 찰만큼 들어와서 터뜨려야 하는 시기인데. 에스파는 데뷔곡 이후로 빌드업 중이었다. 데뷔곡의 레퍼런스였던 Next level을 그대로 번안해서 부르고, 과거 SES의 노래였던 Dreams come true를 부르고. 빌드업하고 있는 중이구나 싶었고, 이제 충분히 물이 찼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스파가 데뷔한지 2년이 넘었고 이제는 엔데믹인데. 빌드업이 아니라 그동안 생각보다 좋은 곡이 잘 안뽑혔던거구나 싶었다. 생각해보니 에스파뿐만 아니라 최근 몇년간 SM에서 크게 히트쳤던 곡이 있던가. 표절과 같은 부정적인 이야기나 있었지. 민희진 이사뿐만 아니라 실력있는 A&R 등의 다른 인력들도 상당수 빠져나간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업계 인맥이 전무해서 아는 바는 전혀 없고, 그냥 나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여자)아이들 ------------------------

이름을 (G)idle인가 뭔가로 바꾼 것 같지만 한/영 전환이 귀찮아서. 이들도 4세대가 맞나 싶기도 하다. 데뷔가 2018년으로 가장 빠르니. 하지만 3세대에 비하면 데뷔도 늦고 이제와서 전성기가 시작되었으니 4세대로 취급해도 되지 않을까. 사실, 데뷔 앨범 이후로 계속 망작을 뽑아내서 크게 실망했었는데 멤버 중 하나인 소연이 멱살캐리를 하고 있다. (과거 나의 글 참조)

https://brunch.co.kr/@valuedeveloper/37


컨셉 기획력부터 작곡 등의 실력까지. 여자 G드레곤이라는 칭호가 하나도 아깝지 않다. 실제 프로작곡가들에게도 다양한 곡을 받았지만 소연이 만든 곡을 듣고 바로 결정을 했다고 한다. 기존 걸크러쉬 컨셉과 연계되어 선보인 할리퀸 컨셉이 신선했고 참 잘 살렸다. 소연의 하드캐리 중에 다른 멤버들 역시도 팬덤을 형성해가며 이제 전성기가 시작되었다. 역시 예체능은 천재 한 명이 천명을 먹여 살린다.



#아이브 ------------------------

기획사 역량만 봤을 때 요즘 가장 잘하고 있는 그룹이다. 멤버부터 기존 아이즈원에서 보증된 흥행수표들이 있기도 했지만 스타쉽이 제대로 물건 만들겠다고 작정했구나 싶다. 데뷔곡이었던 Eleven도 좋았고, 최근에 내놓은 Love dive는 이들의 기획력과 전략이 얼마나 치밀했는지 보여준다. 데뷔곡이 노래는 좋았으나 고음 영역대가 있어 멤버들의 가창력 논란 불거졌다. 그래서 이번 Love dive는 음역대를 대폭 낮췄다. 멜로디보다는 리듬이 끌고가는 음악이다. 전체적으로 음역대가 낮다. 심지어 후렴구 조차도. 보통 K-pop은 이렇게 노래의 처음부터 끝까지 낮은 음역대를 유지하며 리듬만을 중심으로 전개하지 않는다. 멜로디를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나라 특성상 이렇게 만들면 지루하고 답답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대신 후렴구에서 장원영의 표정 연기를 제대로 뽐낼 수 있는 무대로 만들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외부 공연무대보다는 유튜브나 틱톡 등의 영상 콘텐츠로 멤버 한 명 한 명의 표정과 동작을 세밀하게 뜯어보는 팬들의 동향을 제대로 반영한 전략이었고, 이것이 노래의 컨셉과 주제, 장원영의 매력 등과 하나로 어우러져 대박이 났다. 어쩌다 운 좋게 터진 것도 아니고 멤버 한 두명의 역량에 의지한 것도 아닌 곡의 기획 단계부터 철저한 기획사의 전략이었던 것이기에 '아이브'는 이후에도 4세대 걸그룹의 큰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판단된다.



#엔믹스 ------------------------

JYP에서 또 걸그룹을 데뷔시켰다. 아니 그럼 ITZY는? 과거 브런치 글에서 나는, 데뷔곡은 성공했으나 이들의 진짜 성공 여부는 이후의 행보가 결정할 것이라는 말을 했었고, 이후에 블랙핑크를 따라하거나 퍼포먼스 중심으로 가는 듯 오락가락하더니 결국 지금은 이도저도 아닌 듯 되어 버렸다. (과거 글 참조)

https://brunch.co.kr/@valuedeveloper/35

결국 '트와이스'가 아직 해체하지도 않은 시점에 '엔믹스'라는 새로운 걸그룹을 또다시 만든 것을 보면, 내부적으로 'ITZY'는 포기한 듯 싶다. 그런데 문제는, JYP는 이번 새로운 걸그룹 '엔믹스' 역시 'ITZY'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엔믹스'의 신곡은 난해하다는 평이 많다. 나는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들었다. 이들의 데뷔곡은 전혀 다른 2개의 곡을 합쳐 놓은 듯한 구성인데 이런 시도는 과거 Travis scott과 Drake가 해서 히트를 쳤었다. 처음에는 난해하지만 그만큼 질리지 않아서 반복해서 듣는 재미가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ONRf7h3Mdk


사실 '엔믹스'의 "O.O"라는 데뷔곡(노래 제목도 참 난해하다)을 구성하고 있는 2개의 노래를 하나하나 구분해서 듣는다면, 나쁘지는 않은데 임팩트가 부족한 느낌이 있다. 지금 4세대 걸그룹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데 이거다 싶은 곡이 없었겠지. 그래서 전략적으로 이렇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참여한 작곡가의 숫자가 유독 많은 것도 이런 이유일 듯) 히트는 못치더라도 일단 각인이라도 시키자라는 생각으로. 그런데 결국 기억은 시킬 수 있어도 그래서 '엔믹스'는 어떤 컨셉의 걸그룹?하면 떠오르는게 전혀 없다. 그렇다면 멤버 개개인의 케릭터와 매력을 잘 살리고 있느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트와이스가 히트했던 것은 초반에 쯔위가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이내 다현, 사나, 나연 등 멤버 한 명 한 명의 팬덤이 형성되며 인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ITZY의 실패요인을 생각해보면 그룹 전체의 컨셉도 애매모호했을 뿐만 아니라 멤버 개인별 팬덤 형성도 약했다. 실제 나는 ITZY 멤버의 이름을 아직 단 한 명도 알지 못한다. '엔믹스' 역시 이러한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모양새다. 결론은, JYP 일 해라.



#스테이씨 ------------------------

지금의 트와이스를 만들기도 했던 '블랙아이드필승' 작곡가 그룹이 만든 기획사에서 데뷔시킨 그룹이다. 아직 중소기업이고, 블랙아이드필승의 역량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마치 김도훈 작곡가가 만든 '마마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보니, 내놓는 곡에 따라 성과가 오락가락한다. 활동한 곡이 생각보다 많은데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던 노래도 많고, 전체적으로 꿰뚫고 있는 컨셉이 약하다. 당연히 팬덤층도 얇다. '스테이씨' 노래 중 지금까지 가장 히트한 곡 중 하나인 런투유는, 사실 처음에 노래만 듣고 박진영이 만든 노래인 줄 알았다. 그래서 JYP에서 새로운 걸그룹을 내놓은 줄. 노래는 좋았는데 이 그룹이 지속적으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보이지가 않는다. 기존 트와이스의 전성기가 끝나가니 그 컨셉 빈자리를 '스테이씨'가 이어가겠다는 전략인가 싶다가도 다른 곡을 들어보면 또 아닌가도 싶고. 전체적인 전략이 안보인다. 아니면 전략은 있는데 그것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건지. 아무래도 블랙아이드필승은 아직 작곡가의 관점으로밖에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



 #르세라핌 ------------------------

하이브에서 여자 BTS그룹을 만들기 위해 선보인 걸그룹. 첫 인상은 괜찮았다. 특히 가장 돋보였던 부분은 바로 데뷔곡에서 힘을 뺐다는 . 이것만 봐도 JYP와는 반대의 행보다.(칭찬이다) 고음을 찌르거나 화려한 사운드를 선보이거나 묘기에 가까운 안무 동작을 하지도 않는다.(어째  요소들이 모두 요즘 JYP 하고 있는 것들이다) 전체적으로 비트 중심의 미니멀한 음악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이들의 세련되고 트렌디한 컨셉은 확실히 인지시켰다. 그리고 이들이 데뷔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카즈하'라는 멤버는 벌써부터 인스타 스토리나 유튜브에서 쉽게 노출이  정도로 멤버별 다양한 바이럴 콘텐츠와 팬덤까지 형성하고 있다. 물론  멤버의 학폭 이슈가 있었고,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하지 못하는 모양새이지만 이것은 기획적인 요소는 아니니 여기에서는 논외로. 이들의 패션, 뮤비 등에서 최근 여성들에게 선망이 되고 있는 트렌드가 곳곳에 녹아들어 있었고, 여성과 남성 팬덤을 모두 적절히 소화시킬  있을  같다. '아이브' 함께 미래가 가장 기대되는 그룹이다.






#4세대 걸그룹 전반적인 평가 -----------------

4세대 걸그룹으로 오며 가장 큰 변화는 전반적으로 퀄리티가 올라갔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대형기획사와 중소형 기획사간의 퀄리티 차이가 컸다. 대형 기획사 몇 곳에서 새로운 트렌드와 화두를 선보이면, 이보다 작은 기획사들은 이를 따라하며 아류가 되는 모양새였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대형기획사들이 삐끗하고 있는 사이에 신선하고 성공적인 전략을 다른 기획사들이 선보이고 있다. 또한 음악 퀄리티 역시도 이제는 대형기획사뿐만 아니라 스타십 등 다양한 기획사에서도 외국 작곡가들의 곡을 적극적으로 쓰면서 상향 평준화됐다. (그만큼 국내 작곡가는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이로 인해 이제는 대형, 중견, 중소형 기획사가 복잡하고 치열하게 경쟁해 나갈 듯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4세대라 할만큼 새로운 요소가 있는가?

생각해본다면 아직 부족하다. 요즘 대부분의 걸그룹은 걸크러쉬를 추구한다. 사실 블랙핑크의 아류다. 이해는 한다. 걸크러쉬 컨셉이어야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 팬덤까지도 만들기 쉬우니. 하지만 너무 너도나도 걸크러쉬이고, 컨셉이며 퍼포먼스며 모두 블랙핑크나 3세대 걸그룹이 선보였던 것을 반복하고 있다. 심지어 블랙핑크는 아직 해체하지도 않았고 전성기가 끝나지도 않았다. 1세대 걸그룹에서 2세대 걸그룹 시대를 열었던 '소녀시대'는 수년간 트레이닝된 아이돌 멤버의 실력을 기반으로 J-pop의 때창과 칼군무라는 새로운 요소를 가져왔다. 3세대 걸그룹은 일본,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로 그 활동영역을 확장했고, 이에 따라 음악의 장르와 컨셉, 퍼포먼스 등에서 남녀 팬덤 모두와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질적/양적 발전이 있었다. 그런데 4세대에게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할만한 새로운 요소가 있는가?하면 아직 모르겠다. 결국 이것이 4세대 걸그룹을 대표할 그룹에게 남아있는 과제가 아닐까 싶다. 예를 들면 미디어가 분열되고 있는 시대 트렌드에 대응하여 그룹 하나가 아예 OTT 서비스나 플랫폼 개념으로 발전한다든지. 콘텐츠 영역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적으로도 새로운 화두와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또 그래야하지 않을까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