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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인 Oct 21. 2022

2022년 가을, K-pop 리뷰


K-pop은 현재 걸그룹 전성시대다. BTS는 잠정 휴무에 들어갔고, 다른 보이그룹들은 모두 소수의 매니아층에만 집중적인 활동을 할 뿐, 대중시장에서는 어떠한 행보를 하고 있는지 눈에 띄지도 않는다. SM의 EXO 조차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반면, 걸그룹은 춘추전국시대다. 그 중심에는 4세대 걸그룹의 출현과 성장, 거기에 최근 블랙핑크, 트와이스, 마마무 등이 컴백했다. 이런 걸그룹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2022년 가을의 K-pop 시장에서, 최근 신곡을 선보이고 활동하고 있는 주요 가수별로 간단한 리뷰를 해보고자 한다. 



(지난 번 4세대 걸그룹 리뷰에 이어서)

https://brunch.co.kr/@valuedeveloper/51




1. 블랙핑크 "핑크배놈"


2년만의 컴백이었다. 2년전 앨범으로 이제 명실상부한 글로벌 탑스타가 되었음에도 이상하리만큼 후속타가 없었다. YG 내부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소문까지 돌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컴백으로 컴백이 늦어진 이유가 좀 더 명확해 진 것 같다. 부담감은 높아졌으나 이를 충족시킬만한 만족스러운 곡이 잘 뽑히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핑크배놈'과 '셧다운'은 사실 블랙핑크의 이전 노래들보다 많이 약했다. 그렇다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것도 없다. 글로벌을 의식한 듯 '핑크배놈'에는 힙합적인 요소를 가미했으나 잘 감기지도 않고, 별도의 2곡을 붙여놓은 것처럼 자연스럽지도 않다. 식상하고 약하다보니 2년만에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음에도 바이럴이 약하다. 유튜브 조회수만 봐도 리사의 솔로곡 '머니'보다도 수치가 낮다. 정상에 올랐으나 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2. 트와이스 "Talk that talk"


그동안 힘이 많이 빠져있던 트와이스가 이번 앨범은 정말 공을 들여서 겨우겨우 트와이스 다운 곡을 뽑아냈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미 너무 힘이 빠져버린 상태다. 아직도 공식 뮤비 유튜브 조회수가 1억도 되지 않는다. JYP가 그래도 여전히 트와이스에게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이유는, 트와이스의 계보를 이을 걸그룹이 모두 시원찮기 때문이다. ITZY는 첫 데뷔곡 이후로 이렇다할 화제를 만들지 못하며, 결국 대표 걸그룹으로 육성하는 것은 실패한 것으로 결론지어지고 있고, 그래서 바로 NMIX라는 새로운 걸그룹을 데뷔시켰으나 ITZY가 실패한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렇게 다양한 걸그룹간의 경쟁구도 속에서 명확한 컨셉 포지셔닝을 하지도 못하고, 각 멤버별 매력을 뽑아내어 바이럴하는 것도 못하고 있다. 트와이스가 성공하였음에도 어떤 요소때문에 성공을 한 것인지, ITZY는 무엇이 부족하였던 것인지를 내부적으로 전혀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 결국 화려하고 다이나믹한 안무와 퍼포먼스로만 승부를 보려고 드는데, 이것은 십몇년전 2PM 시대에나 한 번 통했던 전략이고. 트와이스가 성공한 이유를 다이나믹한 안무 구성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즉 퍼포먼스보다는 먼저 컨셉과 음악에 먼저 집중이 필요하다. 컨셉 기획력이 약하니 음악도 갈피를 못잡고, 힘만 잔뜩 들어간 사운드와 퍼포먼스만 나오는 모양새다. 




3. 마마무 "일낼라"


리바이벌. 이번 신곡을 듣고 떠오른 단어다. 별 감흥 없었다. 이전에 이미 수차례 보여줬던 컨셉과 장르를 그대로 답습했다. 그리고 표절 논란도 그대로 답습했다. 현재 인터넷에서 논란중인 노래를 표절한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 얼마전에 들었던 곡을 레퍼런스로 활용한 것 같은데 그 곡이 무엇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만큼 너무 익숙하다(그리고 식상하다). 이미 과거 김도훈 작곡가는 수차례 표절논란이 있었다. 그만큼 너무 뻔한 레퍼런스 활용을 했던 적이 있다. 

https://youtu.be/mSE_oUkI6Zw

특히 이 곡은 좀 심했다. 코드와 비트, 악기/사운드를 빌려온 것은 물론, 리프 멜로디의 동선까지 그대로 따와서 멜로디 라인의 위아래만 바꿔버리는 수준이었으니. 최근 마마무는 컴백 후 예능에도 나오며 열심히 홍보활동을 하고 있지만 확실히 이제는 그 전성기가 지난 것 같다. 




5. 키 "가솔린"


SM은 이제 정말 어쩌냐 싶다. 노래는 릴나스X의 "인더스트리 베이비"를 레퍼런스로 그대로 활용하고, 뮤비는 릴나스X의 "몬테로"를 레퍼런스로 활용했다. 그런데 그 레퍼런스 활용이 너무 수준이 낮다. 얼마전 태연의 "위캔드"가 음악뿐만 아니라 앨범쟈켓, 뮤비까지 도자캣을 그대로 레퍼런스로 활용했다가 표절논란이 있던 것을 그 사이에 잊은것인가. 아니, 백번 양보해서 레퍼런스로 활용한 것 까지는 좋다. 하지만 이렇게 어설프게 그대로 활용하는 것은 SM이 하던 짓이 아니다. 코드와 비트는 물론 악기 및 사운드, 리프 멜로디 등 원곡을 있는 그대로 활용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레퍼런스 활용에 어떠한 전략도 엿보이지가 않으며, 그냥 병맛으로 웃기려고 만든건가 싶을 뿐이라는거다. 릴나스X의 컨셉이나 장르를 레퍼런스로 활용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고 그냥 릴나스X가 하던 것 나도 그대로 해볼래 수준의 말도 안되는 단순한 생각으로 한 것인가 싶을 정도로 그 이유를 유추할 수가 없다. 애초에 키와 릴나스X가 매칭이 되기나 하나? 보이스 톤부터 완전 다르지 않나. 최근 SM의 행보를 보면, 정말 아무 생각없이 그냥 POP에서 히트한 가수나 노래를 그냥 따와서 만드는 느낌이다. 우리나라에 아이돌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해서 지금까지 대표 기획사로 불리던 SM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6. 르세라핌 "antifragile"


지난 데뷔 후 우여곡절이 많았다. 심지어 이제 같은 하이브 산하에서 몇달 텀을 두고 데뷔한 뉴진스는 국내 가요계를 한순간에 점령해버렸다. 부담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이번 후속곡을 보고 하이브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었다. 역시 BTS는 그냥 만들어진게 아니다. 뉴진스와는 카니발리제이션을 피하며 르세라핌만의 독자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 타겟 컨셉은 데뷔때부터 구분되었다. 뉴진스는 하이틴의 키치한 컨셉으로 10대 여성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면, 르세라핌은 에슬래틱 컨셉의 세련되고 도시적인 걸크러쉬다. 그리고 음악 역시 뉴진스는 자신들의 컨셉과 연계된 감성을 전달하는 것에 가장 신경쓴다면, 르세라핌은 빠른 리듬 중심의 파워풀한 퍼포먼스다. 


이번 곡 역시 리듬성만을 베이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을 이끌어 간다. 중간에 메인보컬이 이끄는 노래 구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verse부터 chorus까지 모두 리듬 중심으로 풀었다. 그럼에도 지루하거나 답답함을 느끼지 않도록 다이나믹하고 스피디한 리듬 구성을 선보인다. 그리고 이 것 자체가 국내보다는 글로벌을 타겟으로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멜로디컬한 노래가 있어야 많은 대중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아무리 최근에는 리듬이 중요해졌다고 해도 Pre chorus든 Chorus든 어느 한 구간은 노래 멜로디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르세라핌은 데뷔곡도, 이번 신곡도 모두 메인보컬이 누구인지 알지도 못할만큼 리듬만으로 노래를 이끌고 있다. 그리고 이번 곡은 심지어 그 비트 역시 라틴, 뭄바톤이다. 우리나라 아이돌 노래 중에 이렇게 제대로 뭄바톤 비트를 선보인 노래는 지금까지 찾기 힘들었다. 뭄바톤 장르를 선보인 경우는 많았지만 비트는 좀 더 단순화한 정박을 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antifragile' 은 "음따따 음따따" 형태의 뭄바톤 비트를 제대로 보여준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인 반응은 크지 않을 수 있으나 글로벌에서는 더 잘 통할 수 있고, 실제 이 곡이 나온지 아직 며칠이 되지 않았으나 남미와 일본에서 반응이 좋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BTS도 처음에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보이그룹 아이돌이었으나 몇년이 지나도 생각만큼 성과가 좋지 못했고, 유튜브를 통해 남미 등의 해외에서 조금씩 반응이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음악 장르와 비트를 피벗하며 성공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그 시작이 '불타오르네'였고, 이후 바로 연이어 발표한 '피땀눈물'로 남미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이전까지는 아시아를 타겟으로 한 댄스 장르를 선보였다면, DJ snake의 'Turn down for what'을 레퍼런스로 한 '불타오르네'부터는 아시아 지역이 아닌 남미와 유럽을 대상으로 하며 장르와 그루브의 틀을 바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공경험을 벤치마킹하여 르세라핌 역시 이와 유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전략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7. (여자)아이들 "Nxde"


소연은 정말 여자GD다. 작곡능력뿐만 아니라 컨셉 기획력까지 그 어떤 TOP급 작곡가 못지 않다. 실제 춘추전국 걸그룹 시대에서 소연이 만든 노래를 통해 (여자)아이들은 본인들만의 확고한 포지셔닝을 구축하고 있으니. (여자)아이들은 성공적인 데뷔를 했으나 이후 이어지는 후속곡은 위기감을 불러왔다. (나의 과거 글 참조)

https://brunch.co.kr/@valuedeveloper/37

그러다가 걸그룹간의 경연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연이 만든 '라이언'으로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고, '톰보이'로 확실히 자리를 잡아갈 수 있었다. 해당 기획사의 그 어떤 프로듀서보다 (여자)아이들과 찰떡인 컨셉을 기획하여 이를 성공적으로 구성할지를 그녀는 알고 있다. 소연이 없었다면 아마 (여자)아이들은 지금의 10분의 1만큼도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이번 곡은 단순한 컨셉뿐만 아니라 메시지와 다양한 상징과 오마주까지 만들어내며 앞으로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엄청난 뮤지션이 나왔다는 확신이든다. 





8. 이찬혁 "파노라마"


도입부분을 듣고 The Weeknd의 'Save your tears'구나 싶었다. 실제 코드와 도입 부분의 멜로디를 보았을 때 레퍼런스가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찬혁의 레퍼런스는 영감을 받기 위한 용도로만 활용하고 결국 이내 본인만의 감성과 새로운 전개로 풀어나간다. 천재가 맞다. 그런데 질투도 나지 않는다. 이찬혁은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는 본인만의 아주 독특하고 고유한 감성이 있는데, 그것을 다른 사람들은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이라서. 원곡의 장르와 분위기에 영감을 받아, 그 장르 속에서 본인만의 전혀 색다른 감성으로 풀어나가는 노래. 이것이 가장 바람직한 레퍼런스의 활용 방법일 것이다. 위의 SM이나 김도훈 작곡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던 레퍼런스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그래서 이찬혁은 레퍼런스를 활용했다고 해도 늘 전혀 신선한 감성을 선보인다. 그는 정말 자신만의 음악을 하고 있다. 





이렇게 이번주에 발표한 노래들까지 포함해서 최근 한 두 달간 인상깊었던 몇 몇 가수와 노래에 대한 개인적인 리뷰를 해보았다. 물론 최근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뉴진스이지만 이것은 별도 글에서 다뤘기 때문에 이번에는 스킵했다. 12월쯤에 뉴진스가 다시 컴백을 한다고 하던데 이번에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그리고 뉴진스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뮤지션 '250'도 기억에 남는다. 힙합가수 이센스의 곡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뽕을 주제로 한 본인의 앨범을 만들더니, 이번에는 가장 힙한 뉴진스의 노래를 3곡이나 만들었다. 이렇게 감성이 제각각인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케이스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 음악계에 이렇게 천재들이 많다보니 지금의 K-pop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아마도 다음에는 뉴진스의 새로운 곡과 함께 겨울 쯤에 다시 한번 국내 음악계에 대한 리뷰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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