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읽기를 꺼내어

실험이라 생각하라 도전이 즐거워진다_이번 생에 하고 싶은 거 다 해보기

by 선경지명

‘10년 전에 난 어땠지?’


잠깐 떠올려보니 나름 역사적인 시기였다. 2008년 결혼 4년 만에 어렵게 아이를 낳고 2년간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아이러니하게도 육아휴직을 하면서 내가 살림에는 별로 소질이 없다는 것과 집에 있는 것을 못 견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엄마로서 아이를 돌보면서 아이가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물론 행복했다. 하지만 집에 있는 시간이 무료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시간이 그냥 흘러가버리는 것 같아 허무했다. 그때 육아일기를 쓰며 그나마 그 허무함을 달랬다. 그때 쓴 3권의 육아일기가 역사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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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은 복직하던 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해 중 하나였다. 집에만 있다가 복직하면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2010년 3월 2일 복직 첫날. 퇴근길 집 앞 횡당보도에서 파란불을 기다리며 눈물을 흘렸다. 집에 오자마자 남편에게 내뱉은 말, ‘나 사표 쓰고 교육행정직 시험 칠까?’ 도저히 학교 시스템에 다시 적응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하루 종일 멍했다. 컴퓨터 화면에 적혀 있는 글씨를 읽고도 의미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지도해야 할지 막막했다. 듣도 보도 못한 ‘나이스’라는 행정업무처리 프로그램도 낯설었다. 같은 학년 담임교사들 중 내가 나이나 경력이 많은 편이라 신규교사들이 학생 생활지도에 대해 나에게 조언을 구할 때가 많았다. 복직해서 나도 적응하기 힘든데 내 코가 석 자인데 … 정말 그때는 신경이 곤두서서 동료 교사와의 관계가 안 좋아지기도 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어린이집 종일반에 다니는 아이들이 다 그렇듯, 만 2세 아들은 잔병치레가 잦았다. 폐렴 증상으로 입원한 아이를 돌보다가 학교로 바로 출근한 적도 많았다. 그러다가 나도 병이 나서 며칠씩 병가를 내기도 했다. 어떤 날은 아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수업하는데 애를 먹은 경우도 많았다. 성대결절에 걸려서 수백만 원을 들여 한약도 먹어보고 이비인후과 음성센터에 가서 이런저런 치료도 받아봤지만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집에서 아기만 보다가 출근을 하니 몸이 탈이 나기도 했겠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면역력을 크게 떨어뜨렸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그 힘든 시기를 어찌 견뎌냈나 싶다. 하루를 버티고 일주일을 버티고 한 달을 버티다 보니 일 년이 지나가고,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다시 해를 거슬러 올라가, 복직을 앞둔 해 2월 복직예정자 연수를 팔공산 수련원에서 받았다. 2년 이상 휴직을 한 교사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학교 적응 프로그램이었다. 학급경영이나 수업에 대해 각 분야에서 내놓으라 하는 교수님이나 교사들이 연수 강사로 와서 여러 좋은 말씀들을 해주셨다. 그분들을 보며 ‘와, 정말 대단한 분들이다. 나랑은 레벨이 다르구나. 어떻게 하면 저런 전문성을 갖출 수 있을까. 정말 멋지다. 존경스럽다.’ 이런 생각들을 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1정 연수와 복직예정자 연수 강사로 자주 불려 간다. 거꾸로 교실, PBL 등 교실수업개선방법에 대한 연수를 주로 한다. 10년 전만 해도 내가 연수 강사로 나갈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만 해도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책을 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무엇이 나를 변하게 했을까? 그것은 바로 절실함이었던 것 같다. 복직 후 좌절한 시간도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종 연수들을 찾아다니며 들었다.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연수에서 배운 것들을 하나라도 내 수업에 적용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하나씩 적용하다 보니 내 경험을 다른 이들과 나눌 기회가 생겼다. 별 게 아니라고 생각한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니 더욱더 많이 나누게 되었다. 2016년부터 교사 연구회 모임을 해오다가 2019년에는 급기야 ‘고래학교’를 세웠다. 고래-Go to the Future. 서로의 꿈을 응원하고 성장하고자 하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모임이다.


잔병치레를 하던 당시 만 2세 아기는 어느덧 중학교 2학년 학생이 되었다. 늘 한 인간으로서, 엄마로서, 교사로서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데, 10년 전과 현재를 비교해 보니 그래도 나름 많은 발전이 있었구나. 애쓰며 살아온 나에게 토닥토닥 위로해주고 칭찬을 해주고 싶다.


‘그동안 애썼어. 나니까 이만큼 한 거야. 잘하고 있어. 앞으로도 잘할 거야.’


10년 후 나는 얼마나 더 발전해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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