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뇨롱 Jun 11. 2019

살면서 대부분의 일은 갑자기 일어난다.

갑자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어느덧 혼자 독립을 하고 살게 된 지 2주째, 사실 나에게 독립 계획은 없었다. 배달의 민족 마케터인 세영 작가의 이십팔 독립선언 같은 책을 읽으며 스물여덟 살에는 독립을 해야지. 꿈을 꾸고 있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독립을 하기 위해 필요한 보증금도 또 혼자 살면서 나의 삶을 잘 헤쳐나갈 용기도 없었다. 하지만 본가와는 너무 먼 거리에 직장을 얻게 되며 약 세 달간 지옥철에서 통근 끝에 나는 독립을 결심했다. 


찾아보니 중소기업 신입사원들을 위한 정부의 혜택은 차고 넘쳤고 이왕 대한민국의 중소기업 사회인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했으니 모든 정부의 혜택을 이용하자!라는 생각을 하고 은행을 방문했다. 친절한 은행원을 만나고, 친절한 부동산 사람들을 만나고 나는 어영부영 계약서에 지장을 꾹 찍었다. 그니까 어떻게 보면 충동적으로 독립을 하게 된 거지. 


원래 나의 계획은 3년 동안 열심히 돈을 모은 뒤 서울의 역세권 그렇게 좁지도 넓지도 않은 어딘가에 나의 커다란 몸을 누일 공간을 구하는 것이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33개월 빠른 입사 3개월 차에 방을 구하게 됐다. (물론 돈으로 나의 시간을 벌게 된 것이니 지금의 독립생활은 매우 만족하면서 지내고 있기는 하다.) 누가 알았겠는가 내가 이렇게 빨리 독립할지, 그리고 독립을 함으로써 억대 빚쟁이가 될지? 나도 몰랐고 부모님도 몰랐고 지금 살고 있는 집주인도 몰랐다. 어떻게 보면 내 목표를 빨리 이룬 셈이고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계획에도 없던 일이 일어난 거였다. 


이사를 하면서 생각해봤다. 내가 올해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계획했던 일 중에 계획대로 실행된 일들이 몇 개나 있지? 계획에 없던 일들은? 


참 웃기게도 내가 계획했던 다이어트, 자격증 따기와 같은 소소한 것들은 이루지 못했고 계획에 없던 (하지만 해야 했던) 취업과 독립. 그리고 이렇게 글쓰기를 시작했다. 모든 일은 급작스러웠지만 그에 적응할 틈도 없이 또다시 매일같이 새로운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물론 내 인생이 계획한 대로 순탄하게 흘러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하겠지. 하지만 그 인생이 즐거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살면서 대부분의 일은 느닷없이 우리를 방문한다. 그리고 그 일이 닥쳤을 때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설레는 마음을 안고 헤쳐나간다. 그러니까, 우리는 어떻게든 모든 일을 헤쳐나가게 되어있다. 내가 계획했던 일이든, 아니든. 그러니 미리 겁먹을 필요 없지 않을까? 억대 빚으로 시간을 벌게 된 나도 이렇게 평온하게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