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된 세상

노오력과 즐거움

by 하루

"..... 즐겨서 뭘 이루어낼 수 있는 건 저는 단연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냉정하라고 말씀드리는 거고, 여러분들을 응원한다? 물론 응원하죠. 그런데 무책임하게 뭐 노력하는 자가 즐기는 자를 못 따라간다? 완전 뻥이에요." 서장훈의 뼈 때리는 직설이다.


젊은 세대에게 해 주는 조언이지만 젊지 않은 나도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드는 말이다. 십 대, 스물, 서른, 마흔에 기울였던 알량하고 오래된 노력의 퇴적물을 다 꺼내 쓰고 텅 비어 버린 곳간. 그 곳간 앞을 별 뾰족한 대책 없이 서성거리는 곳간지기간 된 듯한 요즈음. 여기서 어떤 노력을 어떤 방식으로 기울여야 하나 하는 질문에 생각이 곰곰해진다.


조금 살아 본 지금 아직은 그 말이 맞다.(20년 후에 다른 걸 발견할지 누가 알겠는가?) 노력 없이 즐기기만 해서는 되는 일이 없다는 거. 하지만 또 즐기지 못하고 오래도록 집중해 노력을 기울이는 게 불가능한 것이더라는 것도. 즐겨서 노력하게 되기도, 노력하니 어느 순간 즐기게 되기도 하는데 어느 게 먼저인지 모르겠다. 상황에 맞춰 할 수 없이 하게 된 일에 매진해 경지에 오르면 즐기게 되기도 하고, 즐거운 일이라 더 열중하게 되어 경지에 이르게 되기도 하니 말이다. 중요한 건 노력과 즐거움이 밀거니 당기거니 하며 함께 가야 한다는 거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신기하게 경험하는 것은 노력과 즐거움이 강력히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세상은 참 촘촘하게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발견이다. 말 그대로 world wide web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예술의 전당에서 바흐의 요한 수난곡 공연 앙코르 무대 전 지휘자가 3월 2일 소천하신 한국 합창의 대부 나영수 선생을 추모하며 인사를 대신한다. 다음날 오전 미팅이 있어 외근 나가는 길 차 안 FM 라디오에서 DJ가 나영수 선생을 추모하며 국립합창단의 '못 잊어'를 튼다. 못 잊어를 들으며 나는 새삼 세상은 다 연결되어 있는 게 분명하다고 신기해한다. 이런 우연이 점점 더 자주 생긴다는 건 고무적이다.


책과 책들이 음악•미술이 건축과, 지난 실패의 경험이 지금 성공과, 작은 친절이 내 안의 행복과, 사무실 계단 오르기가 다리 근육과 작은 소비가 지구의 안녕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어떤 방식으로 노력해야 하는지 뭐라 딱 정해 말하기 어렵지만 한 줄 한 줄 거미줄 치듯 지치지 않고 정교하고 세심하게 세상에 대해 탐구하고 일을 해 나가고 사람을 대하고 몸을 움직이는 노오력을 통해 세상이 연결되어 있음을 더 자주 목격해야 해야 하지 않을까. 이게 지금까지 내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내린 잠정적인 답이다. 치열하게 촘촘히 거미줄 치는 노력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연결될 것 같지 않았던 지점들이 연결되어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목격하는 기쁨을 누리게 될 거라는 기대를 품는다. 연결되지 않던 것들이 드디어 연결된다는 건 막히지 않고 뚫린다는 거, 자연스럽게 흐른다는 거 그래서 뭔가를 이룬다는 거니까. 그러면 또 그 즐거움으로 힘을 얻어 다시 거미줄을 잦게 되겠지. 이런 순환이 살아 있는 동안 멈추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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