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저녁을 먹고 내려오는 길에 동물과 외로움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는 치타같은 다른 동물들이 인간처럼 외로움의 감정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이 잘 되질 않는다. 치타가 사슴이나 가젤을 잡아 그 자리에서 뜯어먹는 모습을 떠올리면, 그건 외로움을 아는 존재라고 말하기엔 너무 무자비하다. 아무리 먹이사슬은 냉정하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잔인하게 뜯어먹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묵념이라도 한번 하든가 아니면 인간들처럼 국을 끓이거나 불에 구워서 우회적으로 먹든가. 그런 의미에서 인간이 요리를 하는 것은 외로움을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의 낙은 며칠 전 알게 된 시인의 블로그를 훔쳐보는 일이다. 오픈된 블로그이기 때문에 훔쳐보는 것은 아니지만 블로그 글을 읽을 때마다 완전히 훔쳐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글의 힘은 너무 강력해서 나는 이미 이 시인과 친구라도 된 것 같다. 대부분이 어두칙칙한 글인데 하루 공부를 끝내고 시인의 글을 읽다가 잠이 들면 마음이 밝아진다는 게 이상하다. 하루종일 숫자를 다루며 잔뜩 더러워진 피에 링거를 꼽고 수혈을 받는 것처럼 산소가 산소가 밀려 들어온다. 시나 시인이 쓸 데 없다고들 하는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