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인이 그간 써오던 글을 다 내렸다. 나는 이 시인의 글을 처음 읽을 때부터 예감했다. 이 사람은 언젠가 자기가 썼던 글을 다 지울 것이라고. 그래서 몇 편은 백업을 해두었다. 오늘 들어가보니 정말로 글을 다 지웠다. 정확히 예측한 것은 내가 그 시인의 감정에 너무나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자기가 썼던 글이 미워지고 부끄러워지는 날이 올 수밖에. 나도 문득 문득 병에 걸린듯 글을 지운다.
박제된다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그냥 돈이나 많이 벌고 싶다고 떠들고 다닌다. 거짓말이다. 마음에 드는 시를 발견했다.